이아석 칼럼위원

▲ 이아석 남해안시대포럼 의장
방송계에 종사했음에도 방송을 좀체 보지 않다가 최근에 들어 접한 여러 채널들에서 꽤 충격에 빠졌다.

소위 종편이라고 해서 등장한 몇몇 시사 채널들의 무분별한 정치평론과 거기에 등장해서 함부로 사용하는 여론 오도와 분쟁의 정도가 지나치다 못해 악의에 가까운 내용들이 그대로 방영되고 있었다.

정치토론을 하는 게 아니라 억지주장으로 시비를 일삼고, 심지어는 방송 출연을 통해 권력을 향해 추파를 던지면서 무슨 반사 이익을 기다리는지 모를 괴이한 언동을 하는 사람들이 단골메뉴처럼 화면을 차지해 가고 있다.

흔히 현실 정치현장인 여의도 정치를 혐오하고 혼란스럽다고 여기는 경우가 많으나 요즘의 종편들은 그 정치혼란의 축소판으로 여길 만큼 해괴망측한 담론과 시비를 양산해내고 있다.

심지어 어떤 출연자들은 비평자로서의 양식조차 잃은 채 저급하고 비속한 용어로 특정 정당을 공격하거나 집권층의 저격수 노릇을 마다 않는 추태를 보이고 있다.

참다못해 방송통신위에  항의를 했더니 내년 봄쯤에야 종편에 대한 정리를 할 것이라는 대답이 고작이었다. 그러나 관련 위원회가 경고를 하고 우려를 해도 그 정도가 시정되지 않고 있다. 한 술 더 떠서 걸핏하면 아전인수식의 여론이라는 걸 들고 나와 주제를 모른 채 여론을 오도하려 든다.

지금 종편이라고 말하는 이 방송들은 소위 메이저 보수신문들이 무슨 배분을 주장하듯 방송까지 장악해보겠다고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서 얻은 결과물이다.

때문에 공익적이고 전문적이어야 할 방송의 본질과 다양성은 보이지 않고 그저 정치 분쟁의 한 축을 차지하려는 의도가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어쩌면 방송도 자유경제시장 체제 아래서 이래도 된다는 논리가 있겠지만 정치현안에 대한 방송토론이 자칫 균형과 정도를 잃으면 그 폐해는 심각하다. 국론을 분열시키고, 사회적 갈등을 부추기는 에너지가 되기 때문이다.

적어도 방송운영이나 편성을 하는 주체라면 이런 걸 모를 일도 아닌데 특정 정당 편들기나 정권 홍보부서처럼 날뛰는 수준을 보고 있노라면 어이가 없어진다.

어떤 이는 이런 점을 지적했더니 어느 선진국에서는 언론이 정치적 선택을 마음대로 해서 선호에 따라 그럴 수 있는 사례가 있다고 했는데 못된 송아지 엉덩이 뿔난다고 꼭 그런 경우마다 엉뚱하게 선진국 타령을 하는 논조는 더욱 가증스럽다.

문제는 지금 많은 사람들이 메이저 언론의 기세에 눌려 할 말을 못하고 그 기세를 제지할 방법이 없다는 데 있다.

이미 오래전부터 정언유착에 길들여진 구조적이고 고질적인 메카니즘을 몇 마디 말이나 경고로 치유하기란 바위에 계란치기일 것이다.

가끔 지방 언론에서도 그 여파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일간지의 경우는 예외로 하더라도 열악하기 짝이 없는 여건으로 언론사라고 자처하면서 지방 정치에 이리저리 찾아다니면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본지와 같이 주 간격으로 발행되는 신문이나 무슨 인터넷 매체를 비롯한 수많은 지역 언론들이 겉으로는 운영수지를 위해 안간힘을 쓰는 가운데 일부 언론을 운영하는 사람은 아예 민심을 좌우하는 인사인 양 행세를 하면서 단체장과 정치인을 찾아다니고 선거에 까지 개입해서 말썽을 피우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한다.

크게 보면 어떤 분야나 그 사람의 인성이나 자질에 따라 늘 그런 말썽꾼이 있다고 여기면 그 뿐일지 모르나 언론의 이 같은 작태는 예사 일이 아니다.

문제의 발단은 언론이 무슨 수익사업이라고 여기는 돼 먹지 않은 자질 미달의 종사자들이 그런 일을 만든다.

지금 일부 종편 방송이 나라를 어지럽히는 정치혼란의 가운데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이나 지역 언론에 종사하는 일부 그릇된 지역 언론 매체들의 행태가 개선되지 않고서는 정도를 걷고 있는 수많은 언론계의 나락을 방지할 수 없어질 것이다.

지금 한참 추수를 하거나 기다리는 볏논에 '나락보다 피가 많은' 농사를 걱정하지 않을 이가 또 어디에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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