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래 전에 폐교가 된 어느 초등학교 시설을 지나다가 눈길을 끄는 장면에 발을 멈추었다. 학교 운동장을 채우고 단체 사진을 촬영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웬 젊은이 두 명을 에워싸고 서로 자리다툼 하듯 간격을 좁히는 모습이었다. 요란하게 내 걸린 현수막의 내용으로 보아 무슨 수사기관에 협조하는 지역 단체의 봉사행사장이란 직감이 들었지만 행사 말미에 들어 선
다가오는 동시지방선거에서 향후 몇 년 쯤 시민살림을 맡길 후보를 고르는 작업의 밑그림이 그려지고 있다.여야가 공히 공천이라는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이번 경우는 공천의 여부와 관계없이 거론되는 후보군을 두고 딱히 찍을 후보가 보이지 않는다는 탄식들이 새어나오고 있다.그 이유가 무엇일까.지역마다 선거구도의 변수는 늘 있게 마련이고 선거를 통한 물갈이가 자연스러
지난 1950년대와 지금을 대충 비교하여 우리나라의 자살율이 열 몇배나 증가했다는 수치를 발표했음에도 거기에 대한 감흥들이 별로 없다. 물론 충격도 없고, 새삼스러울 게 없다는 표정들이다.요즘 세상에 자살 충동 한 번 안 느끼면 이상한 팔자라고 여길만큼 세상살이가 고달프고 크고 작은 고통이 많다는 걸 다 공감한다. 사람에 따라서는 많게는 수십 수백번의 자살
상수도 관리부서의 어느 직원이 높은 양반의 초도순시를 대비해서 눈도장을 찍을 만한 아이디어 하나를 내 놓았다.관내 수돗물 소비자들, 가가호호 주민들에게 현재 마시고 있는 수돗물의 정도에 대한 질문서를 돌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수질 개선에 참고한다는 발상이었다. 겨울 가뭄으로 수질의 상태가 심각했던 당시 이 발상은 그럴듯한 것이었다. 그는 질문서에 현재 마시
지난 1991년에 작고한 아베 신따로는 현 아베 일본 수상의 선친이다.그는 작고하기 전 자신이 한국계 후손이라고 실토한 적이 있었지만 비교적 일본 현실정치의 우익노선을 철저히 지켜 온 정치인으로 기억된다. 그의 아들이자 후계자로 성장한 현 아베 수상이 보여주는 행보는 꽤 국수주의적이고 기회주의적 극우인사의 전형이다.사석에서 조상의 뿌리를 회상했던 그의 아버
흔히 불가에서는 뭇 사람이 인연과 습관으로 세상을 산다고들 한다.태어나고 자라는 본연의 사슬이 그러하고, 그 태생으로 인한 일가친척의 조직성과, 성장을 통한 학습의 인연과 직업의 인연, 남녀 간의 인연 등이 일생을 지배한다고 여기는 것이다. 흔히 지연 학연 혈연으로 일컫는 대표적인 인연의 환경은 여간한 변화가 아니고는 벗어날 수 없는 생존의 근간이다. 여기
사람이 참 어리석을 때가 있다. 가령 겨우 하루 한 번 뭍으로 나갔다가 해거름에 들어 온 객선을 보면서, 다 내리고도 보이지 않는 누군가를 기다리던 미련이 기억난다. 뱃전 너머로 해가 저물고 어둠이 번져 오는 부두에서 대체 뭘 기다리고 바라보았는지, 인연에 대한 그리움과 미련을 그때부터 배워 온 것인지, 이미 폐선이 되어버린 세월의 그 시간들을 골똘하게 떠
올 한 해의 가장 큰 정치적 화두는 지방선거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대선이나 총선보다 민생과 지역구도에 훨씬 지대한 변화와 향상을 기대할 수 있는 이 정치적 과제를 제대로 치르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그러나 선거라는 게 판짜기에 따라 그 양태가 세모꼴이 되거나 네모꼴이 되는 변수가 있게 마련이어서 선거구역이나 후보자의 입지에 의해 유권자의 선택 폭이 제한적일
사람이 먹기 위해 사는지, 살기 위해 먹는지 헷갈릴 때가 있다.고급 아파트나 주택이 살기에 편리할 만큼 갖추어 지는지, 품격에 맞추어 사람이 입주하는 건지 헷갈릴 때가 있다. 폼생폼사에 이력이 난 사람들은 대체 그 옷이라는 게 디자인 땜에 입는지, 색깔 때문에 입는지, 어딜 가리고 어딜 내 놓는지 헷갈릴 때가 많다. 요즘 도로는 사람이 가기 위해 있는지,
한동안 국내 정치계를 뜨겁게 달구었던 말 중에 경제민주화란 게 있었다.경제전문가가 아니어선지, 모국어에 대한 공부가 모자라선 지 대체 이게 무슨 말인지를 아직도 알지 못한다. 혹자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가 주는 여러 병폐 가운데서도 대기업을 중심으로 하는 재벌이나 기득권층으로 몰리는 부의 편중을 경계하는 정치적 방어수단의 하나일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고, 경
이제 새해와 더불어 지방 선거가 5개월 앞으로 다가왔다.이 선거를 두고 정당공천의 변수가 생겨 그 구도가 달라질 공산도 있지만 시민들이 가지는 선택의 가치는 더욱 간절하고 가까워질 환경을 원한다.지방선거의 정당공천을 배제하자는 것도 그렇고, 그 정당공천이 가로막아 온 시민선택의 후보가치를 선명하게 만들자는 취지가 이번 선거를 통해 시금석이 되기에 어느 때보
역사는 돌고 돈다고 했다.또 역사란 비록 어김없이 지나간 사실들을 근거로 알려져야 하지만 그것을 교육하고 인지하는 방식에 따라 역사관이 달라지고 정치적 사상적 이념이 대립하는 바탕이 되기도 한다.적어도 한반도에 있어 갑오甲午년의 주기가 주는 지난 120년 정도의 세월을 두고 지금 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조차 국난과 수난의 상처를 헤아리지 못하고 있다는 미몽迷
땅이 울리면 가슴이 뛰고구름이 엇갈려 달리면 머리칼이 날리던그 어린 날 넓고 푸르던 꿈속� 〈營탔� 이승의 마을을 돌아말 한 필 내게 주시고산이 되어 물러 앉으시도다. 그러시고 耳順을 지난 밤 꿈속� 【?軻� 박이던 그때의 날 안으시고무어라 이르러 오셨더이까.병 든 채 고향 동구 밖에 매여 있던 내 말을 보셨더이까. 오, 나의 조부여.피와 살을 주시고먹을 갈고 붓
한 겨울이 되면 저 북중국과 시베리아로부터 시작된 칼바람이 거제의 앵산을 중심으로 고현 만을 파고들어 삶에 찌든 분진들을 바다로 데려간다.한동안은 바람이 그 칼날을 세우기 위해 중국 대륙 중원의 온갖 더럽고 해로운 것들을 보내오는 바람에 때로는 화가 치밀고 방풍 장치라도 하지 않고서는 견디기가 어렵다는 위기감마저 엄습했다. 한마디로 고약한 이웃을 둔 팔자가
역마다 약간씩 다를 수는 있겠지만 어릴 적 가장 먼저 접한 장 자리 인물이 동네 구장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 사람이 많다.당시 구장님은 당연히 친구 또래 아버님이고 솔직히 그 직책이 뭘 하는지도 잘 몰랐지만 대단히 위트가 넘치고 활발했던 분이어서 지금도 남다른 기억을 들춘다.길을 가다 마주쳐 '어데 가십니꺼?' 하고 인사를 하면 '응, 앞으로 간다'고
나라가 좀 시끄럽다. 문제의 초점은 정치권력에 대한 갈등이지만 그 갈등을 여는 문은 늘 남북갈등이 가려 있고 보수와 진보의 세력이 충돌한다. 사안에 따라, 그 사안을 보는 시각에 따라 어딜 찔러도 출구가 보이지 않는 어둠을 향해 서로를 난도질하고 이 추운 겨울에 피를 흘리고 아우성을 친다.정당 정치, 개략적으로 보면 양당정치의 구도에서 정치협상력은 실종되고
서구 문화와 문물이 한참 쇄도했던 일제시기에서부터 우리는 부지불식 간에 문화예술의 진가에 대한 혼란과 오류를 경험해 왔다.시와 노래의 전형이었던 시조가 자유시의 등장으로 잠시 밀려났던 것 만큼 춤이 무용으로, 마당놀이가 오페라와 버라이어티쇼로, 붓 대신 검정 숯을 쥔 서구 조각상의 댓상 연습이 미술교육을 대신하는 그런 창작환경의 변형이 도래했다.영화가 들어
지금 우리 사회에서 가장 혐오스러운 부류의 하나가 소위 철밥통으로 불리는 국가투자기관이나 관변기업의 임원과 종사자들이다.여기에는 단지 명칭이 민영화되거나 공익성을 가장한 조직들이 망라되어 있고, 그 분야는 금융에서부터 자원관리와 운영, 복지단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부류가 있다.올 국감에서만 지적된 이들의 운용행태나 임금 수준과 예산 남용을 들어보면 과연 우
요즘은 전자정보시대의 혜택 탓인지 인구통계를 한답시고 호구 조사 하는 일을 구경하기 어려운 일이 되었지만 가구마다 애완동물을 가진 숫자가 얼마나 되는지 헤아리기 힘들만큼 애완동물이 많아졌다.공동주택의 경우 엘리베이터를 타면 개를 안거나 데리고 선 사람들과 곧잘 마주치는데 비좁은 공간에서의 모양새가 영 어설프다. 애완동물을 보는 시선이 대범한 사람도 있지만
지금도 인천에 가면 알만한 사찰에 주지스님이 한 분 계신다. 본시 특수부대의 지휘관으로 오랜 군 생활을 하신 경륜을 가진 분인데 전역 후에 자신과 함께 생사고락을 했다가 유명을 달리한 분들을 위해 염불하기 위한 생활을 자처한 분이다.그 분은 고령에도 대단한 애국심과 긍지로 해외를 드나들면서 유해 송환에 앞장 서시거나 해외 도난 문화재들을 귀환시키기 위해 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