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아석 칼럼위원

▲ 이아석 남해안시대포럼 의장
요즘 신문이나 방송의 소식들을 대부분 점용하는 내용이 정치 분쟁이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일어나는 온갖 해프닝과 정파 간 갈등의 요지들을 살펴보면 한 마디로 집권층과 그 주변의 함량이 모자라고 대처능력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선 집권세력이 가져야 할 가장 기본적인 덕목인 인재의 등용과 운용부터 일방적이고 독선적인 편향성을 띄고 있다.

사람을 경솔하게 임용했다가 무슨 일이 터지면 잘라 놓고 해결해 보자는 식을 예사로 하고 있고, 아주 간단한 검증조차 생략한 채 저지른 임용을 두고 문제가 생기면 내치면 그뿐이라는 '꼬리 자르기식' 인사를 버릇처럼 하고 있다.

지금 이 나라가 집권기간을 주기로 5년 마다 벌이는 네 탓 내 탓의 공방이 얼마나 진부하고 국력을 허비하며 국격을 손상시키는 가에 대해 자성할 필요가 있다.

기상천외한 정치집단을 대상으로 그것을 추종하는 어리석고 비천한 소위 종북 세력이 국회에 까지 진출한 분기점은 지난 총선이었다.

당시 여당이었던 지금의 새누리당은 그런 선거를 두고 대단한 승리를 한 듯 으스댔고, 단순하게도 의석과 리더십을 과신하는 자가당착에 연연했다.

그들과 함께 동반하여 북한 방송의 앵커처럼 떠들어대는 종북의원들과 의석을 나란히 앉았던 사람들이 왜 지금에 와서야 엉덩이 불 난 사람들 마냥 허둥대는가.

한치 앞을 모르는 소치와, 이리저리 권력을 좇아 몰려다니는 스스로의 자화상을 한번 되돌아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지금 야당의 정체성 확보라는 표현, 이른 바 10년 간의 집권 참여세력들로부터 오늘과 미래의 야당 체질에 적합한 옷을 입기 위해서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되는 점이 있다.

그 일환으로 거리투쟁을 하고 겨울이 닥치기 전에 무슨 생각을 정리해야 할 것이다. 뻔히 계란으로 바위치기인 줄 알면서도 집권층에 대화를 요구하고, 무리하게 내친 검찰수장의 뒷모습까지 흙탕물을 끼얹는 자충수를 두었다.

당연히 어울리지 않을 자리를 박차고 나와 용기있게 자신의 결백을 밝히면 될 일을 정쟁으로 몰고 떠들다가 엉거주춤 제 자리 걸음을 하게 만든 책임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집권과정의 당위성이라는 민감한 급소를 맞지 않으려는 세력과, 자신들이 어지럽혀 놓은 구도를 입맛에 맞게 끌어들이려는 세력들이 충돌하고 있다. 늘 보수층은 기득권의 안주를 원하고, 진보층은 그 안주의 헤게모니를 무너뜨리고자 한다.

입으로는 화합과 통합을 외치는 보수층이면서 내용은 불통과 독단에서 벗어 날 기미가 없고, 부실한 정체성과 낡은 이데올로기로 거리를 전전하는 야당이 늘 부딪치는 한 이 나라의 현실정치는 국민의 기대치에서 자꾸 멀어 질 것이다.

이런 현상들을 두고 어떤 이는 참다운 지도자가 없는 국정을 한탄하고 패거리 구도와 기회주의적 대립에 이력이 난 정치인들을 책망하지만 신문과 방송을 비롯, 민심을 대변할 언론들조차 그들과의 흐름을 같이하고 있는 마당에 쉽사리 대안이 떠오르지 않을 난제가 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치러질 몇 개월 앞의 지방선거가 우려스럽다.

아직도 정당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세력이 있고, 공천에 기대어 입신의 기반을 삼으려는 세력이 여전한 가운데서 어떤 변화를 기대하기가 난감하다.

여론이라는 것도 올바른 정보를 근거로 판단하고 불편부당한 고심 끝에 내려 진 민심이라야 옳은 것이지 기회주의적 선동을 일삼는 언론매체나 독선적인 호소를 두고 부화뇌동하는 여론은 오히려 민심을 매장하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

무턱대고 어느 쪽 숫자가 많으니 이것이 대세라고 만들어내는 여론은 조작이요, 사기극이다. 요즘 그런 일이 종종 일어난다.

이런 가운데서 또 다시 정당 지지를 근거로 지방선거를 치르다보면 대체 무엇을 위한 지방선거인지 모를 냉담과 불참의 악순환이 생겨 날 수도 있다.며칠 전 버스터미널에 잠시 앉았다가 신문을 접으며 말씀하시는 나이 지긋한 분의 넋두리가 생각난다.

"추석 민심이 뭐꼬, 케케묵은 명절 눈치나 보는 여론조사가 한 물 간지가 언젠데 저런 것들이 정치를 무슨 정치를 하겠노."

누가 앞 서 가고 뒤 따라가는지 해법조차 없는 현실을 되짚어보는 자문이 아닐 수 없었다.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