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아석 칼럼위원

▲ 이아석 남해안시대포럼 의장
내년 지방선거가 채 10개월 정도 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무더위가 채 가시기도 전에 웬 선거타령이냐고 할지 모르나 벌써부터 선거준비에 나선 후보들의 물밑작업이 속도를 드러내고 있고 여야 공히 후보군의 윤곽이 오르내린다.

지난 해 대선 때와는 달리 공천여부를 둘러싸고 이해득실을 저울질하는 여야의 선거구도 환경이 올바른 지방정치를 벌써부터 혼란으로 이끌고 있다는 우려가 앞선다.

정당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으려는 집요한 변명이 계속될 것이고, 대체 공천의 범주가 어떨지를 가늠하기 힘든 후보군들은 기득권과 여론의 눈치를 보기에 바쁘다.

우리가 사는 공동체의 환경적인 현실, 이른바 현장정치나 행정을 접하는 시민정서의 가시권은 나라정치를 두고 시끄러운 여의도 무대보다는 지역현안을 좌우할 지역선거에 더 밀착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래서 벌써 20년을 헤아리는 지방자치제도의 혼란과 부실이 주는 낭패감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다가오는 지방선거만은 정당패거리정치, 정당하수인정치, 중앙정권의 구걸정치에서 벗어 날 새로운 변화를 기대하는 것이 간절한 마음이다.

이미 지나간 지방선거의 온갖 후유증과 부조리는 과거사로 치더라도 이렇게 나가다가는 대체 지방자치제를 왜 실시하느냐고 항변하는 시민의 소리를 위해서라도 내년 선거만은 지역과 시민을 위한 올바른 민주절차를 보고싶은 것이다.

지금 식견을 가진 조야의 많은 인사들은 집권층이 국회의원의 공천을 포함한 정당공천을 정권안정이나 세력 확장을 위해 기득권을 내려 놓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을 하고 있다.

아무리 사람마음이 뒷간 올 때와 갈 때 다르다고 하더라도 고비용의 선거제도와 법을 그대로 두고 한 술 더 떠서 공천헌금이 당락을 좌우한다는 도무지 말도 되지않는 부패선거를 그대로 밀고 나간다는 것은 정권이 앞장서 국가진운을 타락시키는 본보기가 되는 일이다.

걸핏하면 수하에는 모두 예스맨과 아부꾼만 득실거리고 사안마다 대통령이 결심하면 뭔가가 바뀐다고들 토론하는 자칭 정치평론가들이나 패널들의 양비론을 듣고 있으면 무더위의 열도가 몇 눈금 더 올라간다.

뻔히 아는 사안이고 지금 대다수 국민과 지역정서가 어떤지 아는 선거환경을 두고 올바른 진언 한 번 못하는 권력층의 저 하수인들은 도무지 변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의욕을 가진 정부가 들어섰지만 무엇 하나 주체적으로 창출하는 일이 없이 그저 대통령의 결단만 들고 나오는 정치판은 이제 식상하기 짝이 없다.

그런 가운데 여야가 다시 타협을 운운하고 지방선거를 중당 정당세력의 하수인으로 끌고 간다면 진정한 지방자치의 구도는 멀어지는 것이다.

우리가 늘 반복되는 선거의 부정과 오류를 보면서도 공동체가 합의한 법을 준수하기 위해서는 이제 웬만큼 드러난 장애물들을 제거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그 첫 번째가 지방선거의 공천배제다. 지방선거의 공천배제는 생각하기에 따라 정당정치의 바탕을 흔들 수 있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있으나 지역행정의 향배를 정당정치의 이념이나 조직을 통해 운용할 수 있다는 국가주의자들의 그릇된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

정당의 조직이 전국적인 합의와 참여를 만들어야 하는 것은 정당 고유의 거국적인 활동이지 지방자치를 파고들어 정당 선호에 따라 의석 분포도를 만들고 전국선거의 소용돌이에 지역균형을 깨트려도 좋다는 발상은 언어도단이다.

거기다가 지역선거에 공천까지 도입한다면 이는 지역을 중앙정당의 하수인쯤으로 여기는 발상이며, 그 공천의 폐해가 드러날 만큼 드러난 지금에 와서도 이를 주장하는 것은 기득권을 내려놓을 수 없다는 생떼에 지나지 않는다.

필자는 언젠가 존경하는 선배 한 분이 자치단체장에 당선되어 청렴하고 유능하게 업적을 만들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있다가 재선을 위한 선거를 앞두고 찾아뵈었더니 집무실을 정리하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이유를 물었더니 해당 지역구의 국회의원 공천관련 등쌀에  선거를 할 생각을 접었노라고 했고 언행일치가 분명한 그 분은 모든 걸 정리하고 떠나버렸다.

요즘 여권의 실세라고 뉴스화면을 오르내리는 당시 해당 지역구의 그 인사를 보면 나름대로 권력을 만들기까지의 구린내가 풍기지만 그것도 이 나라의 정치팔자려니 하고 헛웃음을 짓고 만다.

굳이 비교해 좋을 일도 아니지만 지방선거에 관한 한 우리 지역의 그 많은 추태와 공천잡음을 떠올린다면 뭐 묻은 개 겨 묻은 개 나무라는 꼴이어서 입에 담을 가치도 없어 제발 다가오는 내년 지방선거만이라도 올바르고 당당하게 후보를 세우고 선택하는 계기가 됐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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