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아석 칼럼위원

▲ 이아석 남해안시대포럼 의장
요즘 국사교육을 염두에 둔 논란이 일고 있다. 언필칭 애국지심에 사로잡힌 보수층일수록 요즘 세대들이 나라의 역사를, 그것도 한 세기 안팎의 근세사나 현대사를 제대로 못 배웠다고 한탄하고 마치 그런 세대들이 애국심도 없고 충효를 제대로 인식하지 않아 장래가 걱정된다는 요지다.

누가 봐도 당연한 말이다. 우리가 사는 공동체, 그것도 국가라는 공동체의 안위를 생각한다면 그 안위가 지켜져 온 과거와 현재를 알아야 미래를 대비한다는 것쯤은 국민이 누구나 가져야 할 바탕에 속한 생각일 것이다. 혹자는 이런 얘기에 저항하는 측면도 있다.

오랜 역사에 걸쳐 사람들은 왕권이라는 국가 경영의 중심권력을 만들고 백성을 다스려왔고, 비록 그 행태가 바뀌었지만 정부와 정권에 합의하여 국민을 이끌어 가는 체제를 유지하고 있음에도 그 국가라는 것이 늘 권력을 남용하거나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여 인간복지의 공동체적 가치를 폄하하는 불가분의 장애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그것이다.

또한 교육이 한 인간이 살아가야 할 환경과 대처능력에 대한 가장 지혜롭고도 적합한 인성을 가르치는 선도력이 아니라 춘추전국시대의 병법을 가르치듯 대인경쟁의 술수와 우열을 조장하거나 구조적 지배와 피지배의 부조리에 나약해져 간다는 지적도 있다.

모든 공동체에는 정치적 조직이 있고 그 조직은 공인과 비공인의 상관적 관계가 명백해야 할 터인데 교육이 어릴적부터 공인에 대한 자질과 도리를 외면하는 바람에 부정과 부패가 만연하고 정치인이 상대를 타도하거나 싸움만을 일삼는 무대를 만들어 간다고 한탄한다.

더욱 중요한 지적은 우리 사회가 아직도 봉건 농경사회에서나 지녀 온 충효를 윤리로 삼고 가족체계와 환경이 현저히 달라진 오늘에 이르러서도 100세 시대를 제대로 해석하지 않는 보수적 윤리성을 지켜가는 바람에 세대와 시대를 전향적으로 이끌어갈 교육의 선도성이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는 점이다.

남녀평등의 모든 제도적 환경적 변화가 있은지 오래고 장자상속이나 제례풍속의 그릇된 윤리가 달라진지도 오래인데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그런 문화를 미풍양속처럼 떠받드는 세대들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고, 오늘의 치열한 생존전략과 미래의 지향성을 가진 젊은 세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측면이 상존한다고 투덜대고 있다.

어느 것이 옳고 그른 것은 명확한데도 감히 누가 나서 이런 근본적인 문제들을 향해 대안을 제시하고 해결을 말하지 않는 것도 공인의 도리를 벗어나는 태만과 직무유기다. 그 중심에 교육과 정치가 있다.

국사 과목을 교육과제에 포함시키든 과외하든, 그것은 교육제도와 실행의 단계에 지나지 않는다. 언제 우리 젊은이들이 어느 과목을 스스로 선택해서 학교를 만들고 고른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의 모든 교육이 정권에 따라, 기성정치세력들의 인식과 정쟁에 따라 좌우되어 온 것이 사실이고 지금의 정치세력들이 앞 서 세력들을 핑계로 변명을 늘어 놓아봐야 결국은 자가당착이다.

정치권력을 승계하고, 오늘의 현실과 미래를 책임지겠다고 공언하는 사람들은 당연히 그들의 정치무대를 만들어 준 과거의 모순이나 폐단을 가장 먼저 고치고 치유할 책임도 있다.

열악한 환경에서 연기를 해 온 배우들이 원로해졌다고 해서 새로운 신진배우들이 그 열악했던 무대의 장치나 연출을 탓하지 않듯 정치나 교육은 언제나 과거를 적으로 삼거나 타도하는 행태보다는 그 근본을 받들어 미래를 위한 변화와 시정에 나서는 것이 도리다.

정권을 장악한 여당에 권력을 향한 아부꾼들이 설쳐대고, 심지어 방송을 장악한 보수논객들이 아무렇게나 국민을 오도하는 발언을 밤낮으로 해대도 제지할 장치가 없는 정치와 언론의 환경이 장차 어떤 미래를 만들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

지금 나약하게 자업자득의 표정으로 거리에 나 앉은 야권세력이나 단 한 사람도 용기있게 나서 권력을 향해 바른 말을 하지 않는 여권세력이나, 꼭 누가 떠들고 큰 틀을 가르쳐야 교육과제를 점검하는 교육지도층은 한결같이 수구를 뒤집어 쓴 기득권 층이다.

그들이 스스로 만든 태만과 자업자득의 현실이 우리가 사는 공동체의 미래를 어둡게 할 것이고, 불 탄 후의 부채질 마냥 공동체의 혼란을 가중시킬 것이다.

교육이 인간복지의 정의와 균형을 일깨우는 선도적 기능을 다하고, 정치가 공동체의 정의와 평등을 위해 용기를 가지며, 언론이 기 전달의 역할을 하는 그런 노력을 보고 싶은 것이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교육과 정치의 혼란이 과연 무섭도록 변화해 갈 첨단의 미래사회를 준비하는 어떤 지점에 와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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