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아석 칼럼위원

▲ 이아석 남해안시대포럼 의장
바야흐로 해수욕을 즐기는 계절이다.

맑고 깨끗한 바다가 있고, 고운 모래 벌과 해조음이 있는 자연의 유혹에 누구라도 이 무더운 여름날이면 바다에 첨벙 뛰어 들고 싶은 충동이 있다.

지금 전국적으로 이런 유혹에 따라 해수욕장을 찾는 인파가 줄잡아 수백만을 넘고 우리 지역만 해도 시설이 감당키 어려울 만큼 인파가 넘치고 있다.

그러나 찬찬히 살펴보면 국내의 타 해수욕장과 달리 많은 인원을 수용할 만한 모래사장이 그리 흔치 않고 꽤 알려진 곳도 여유를 찾기 어렵다.

필자는 십 수 년 전에 부산의 한 자치단체장이 거의 폐장된 유명해수욕장을 되살리는 과정을 지켜 본 일이 있다.

모래의 유실을 막는 해저 구조물을 설치하고 수 억 원의 모래로 사장을 넓혀 놓은 후 해안 도로와 조경공간을 단장해서 국내 어디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아름다운 해수욕장으로 탈바꿈해 놓았다.

또 인근 일본 대마도의 상단 서쪽에 위치한 작은 해수욕장은 그 풍광을 자주 찾는 관광객을 위해 사장을 넓히고 단장해서 종전보다 몇 배의 수용시설을 갖추어 몇 년 전과는 전혀 달라진 규모로 바뀌어 있었다. 외국관광객이 찾지 않고서는 상주인구 몇 만의 처지에서 보면 획기적인 자구책이다.

단지 여름 한철의 이용시설이지만 바캉스문화의 중심인 해수욕장의 확보와 환경개선은 관광환경의 가장 중요한 과제라는 점을 확인하는 대목이다.

산천이 수려하고 해안 절경이 많은 우리의 처지를 살펴보면 해수욕 시설이 턱없이 모자라는 아쉬움이 있다. 그나마 좋은 입지를 가진 몇몇 곳도 규모가 비좁거나 접근성이 어려운 점이 많고, 주차난과 조경이 빈약하여 만족도가 떨어진다.

이런 가운데 얼마 전 동부면의 작은 어촌을 찾았다가 지금은 어설프기 짝이 없는 해안을 제대로 된 해수욕장으로 개발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는 마을 지도자를 만난 일이 있다.

좋은 입지를 가진 곳이고 천연의 모래벌이 나름대로 규모를 갖추고 있으나 그저 황량한 개펄로 방치한 탓에 대대적인 확충을 하지 않고는 손님맞이가 불편한 처지였다.

그러나 십수년 전 부산의 그 단체장과 폐장 직전의 명소를 되살리는 그림을 함께 구상하면서 얻은 경험으로는 조금도 손색없는 기본 바탕이 있고, 가꾸기에 따라서는 지역 남단에 새로운 명소로 탈바꿈할만한 바탕을 가진 곳이었다.

이를 개발할 주민응집력이 약하고 소요될 예산이나 행정지원을 찾기 어려운 처지에서 노심초사하는 젊은 지도자의 얼굴을 대하면서 지금 우리 지역이 가진 자치행정 에너지의 한계를 실감케 했다.

물론 해당 지역민을 설득하고 행정 관서를 찾아다니거나 개발에너지를 고심하는 그 지도자의 집념은 계속될 것이고 노력 여하에 따라서는 남부의 명사해수욕장을 능가하는 아름다운 환경으로 만들 수도 있다.

또 그런 작업을 위해 소요될 예산도 대단한 문제도 아니다. 다만 수십 세대에 불과한 마을 단위에서 애향심과 봉사심을 가진 한 두 사람의 고심으로는 작업과 예산이 대단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뙤약볕을 피해 이리저리 옮겨 다니면서 서툰 그림을 함께 거들고 행정 지원이나 도움을 권할 분들을 찾아다녀보라는 권고도 해보았다.

그러나 한적한 갯마을의 순박하고도 올곧은 몇 분들이 나선다고 해서 쉽게 해결될 사안도 아니요, 언 발에 오줌 같은 조언이 실질적인 도움이 될 턱도 없을 것이다.

지금 국내의 유수한 관광지들, 그 가운데서도 잘 단장되고 알려진 해수욕장들이 많은 남해안 일대는 새로운 남해안시대의 에너지를 응집하면 엄청난 관광자원으로 자리매김할 소중한 자산들이다.

타 지역은 논외로 하더라도 우선 지역 환경에서 아깝게 버려 둔 이런 자산들을 찾아 지역민과 행정이 뜻을 모은다면 그것이 바로 창조적 산업의 바탕이 된다고 믿는다.

그 황량한 모래 벌에서 건너보면 닿을 듯 가까운 장사도가 행정상 타 지역으로 구분되어있고, 바닷길로는 코앞인데도 유람선을 타러 가는데 걸리는 애로 때문에 폐장된다는 안타까운 이야기도 들었다.

세상사 하기 나름이지만 마치 버려 둔 듯 황량한 해안가를 돌아오면서 무슨 정치적 선동처럼 들리는 균형발전이라거나 균형개발의 취지가 무엇인지 한참을 생각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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