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아석 칼럼위원

▲ 이아석 남해안시대포럼 의장
오래전부터 거제 지역에는 바다와 절경을 찾아 여름휴가를 보내는 손님이 늘어나고 있다. 거기에 발맞추어 건축제한에 따른 숙박시설들이 늘어나 곳곳에 펜션이 생겨났다.

민박을 포함한 팬션시설의 난립이 주는 득과 실은 차치하고라도 우선 자연환경에 잘 어울리는 바캉스 문화의 확보는 장차 관광특화의 바탕을 마련하는 훌륭한 에너지가 된다.

관광호텔을 비롯하여 일반호텔이나 모텔, 여관이나 팬션에 이르는 숙박시설의 확보와 친절한 운영이 지역관광의 성공여부를 판단하는 데는 이의가 없다.

한때 이런 시설들이 모자라는 환경에서 일부 지역민들이 관광객에게 폭리를 취하고 불친절로 전국적인 원성을 자아낸 일이 있었다.

당시의 처지로서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치부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수많은 숙박시설이 생겼다고 여기는 지금도 성수기에는 예약이 어려운 실정이고 다녀가는 사람들의 뒷맛이 영 개운치 않다고 서비스에 대한 불만들이 속출하고 있다.

며칠쯤 자다 갈 사람들이니 폭리를 취한들 뭘 어쩌겠느냐는 식의 횡포다. 숙박과 식당시설은 관광객 유치의 필수다.

거기에 교통과 위락시설, 특유의 지역정서와 서비스가 어떤가에 따라 관광지로서의 우열을 가릴 수가 있다. 겉으로는 잘 지어 놓은 숙박시설이 있고, 거가대로를 필두로 나름대로 도로망을 구축하고 천혜의 관광자원이 있음에도 찾기가 망설여진다면 여기에는 분명 이유가 있다.

우선 관광지의 안내 역할이 문제다. 관광안내의 축은 두 가지다. 하나는 시설이고 둘째는 그 시설을 운영하는 사람이다.

필요에 의해 예산을 들여 만든 시설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우선 도로를 바탕으로 하는 교통에서부터 서비스가 시작되어야 한다. 적어도 거제에 접어들어야 하는 서쪽의 두 대교와 거가대로의 북쪽 가덕휴게소와 송정 삼거리를 중심으로 사방으로 갈라져 혼잡을 계산해야 하는 지점들에는 시설을 제대로 안내하는 서비스가 상시로 운영되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지금 이런 곳의 안내나 서비스는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도로관리부서가 공사를 마감하면서 의례적으로 설치한 이정표나 공시적인 관행에 의해 붙여진 시설안내 외에는 삭막하기 짝이 없는 형편이다. 늘 예산타령이 앞서고 유불리를 먼저 들고 나오는 행정관행에서 창의적인 관광기획이나 시설들에 관해서는 언급할 가치도 없다.

그러나 사소해 보이는 안내 서비스와 부착물조차 내 알 바 아니라는 식의 관광안내는 관광행정의 부재라고 해야 옳다. 거기다가 무뚝뚝하기로 정평 난 숙식문화의 단면과 운영서비스가 다녀가는 사람들의 인상을 흐리게 한다.

지역적으로 비교하면 물가만 해도 전국적으로 값비싸다고 소문난 처지인데 어딜 가도 손에 쥐고 갈만한 특산물을 찾기가 어렵고 그런 진열가게도 없다.

내 놓을만한 상품이 없는 건지, 아예 사들고 갈 고객이 없다는 건지, 토속상품가게조차 없는 모양새 때문에 어딜 가도 관광지다운 흥이 나지 않는 모습이다.

시골 장날은 고가품이나 명품을 전시하는 곳이 아니라 찾아드는 지역민들에게 흥청거리는 신바람을 복 돋우고 풍성한 먹거리 마당을 제공하는 데 재미를 갖는다.

또 그런 곳을 찾는 사람들이 꼭 사야 할 물건을 찾기보다는 눈요기가 별미이고 관광지는 바로 그런 장날거리와 같은 볼거리와 눈요기를 갖추는 것이 관건이다.

마땅한 시설과 교통, 운영과 서비스 등은 어느 한 편에 속한 처지에서 보면 하나같이 만족할 만한 일이 없고 부족한 게 세상사지만 이 전체를 아우르고 조화를 갖게 하여 여행의 재미와 정감을 남게 하는 일이 관광행정의 요체가 되어야 한다.

지금껏 그런 환경조성과 노력에 얼마만큼의 본분을 다했는지 되짚어야 한다.

항상 찾아드는 고객의 입장에서 관광현장의 정도를 저울질한다면 모처럼 고된 일상을 떠나 바캉스를 즐기려는 손님들이 숙식의 고통과 부담에 시달리고 불친절에 발길을 돌리게 하는 일만은 삼가야 한다.

바캉스문화의 성공 여부는 현실적으로 분수껏 갖추어지는 시설환경의 크고 작음이나 요란한 장식 여부보다는 비록 소탈하고 소박하지만 친절과 정성이 담긴 주인의 마음과 지혜가 좌우한다는 사실을 상기해 봐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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