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아석 칼럼위원

▲ 이아석 남해안시대포럼 의장
갯가를 찾아 낚시를 하는 일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편이면서도 낚시허가제를 거론하는 것이 어딘지 좀 모순 같다는 생각이 없지 않다.

그러나 낚시터를 자주 찾는 사람이라야 낚시터 실정을 알 수 있고,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연안의 바다 환경이 어느 지경이라는 것쯤은 알아야 하기에 감히 제안을 드린다. 한마디로 지금 거제의 연안은 주검의 환경으로 변해가고 있다.

갯바위 낚시로부터 방파제, 부두, 낚시 배 출어에 이르는 모든 곳이 몸살을 앓다가 사장화(死藏化)되어 간다는 게 공통적인 진단이다. 회류성(回流性) 고기를 노리는 사람들은 다른 생각을 할지도 모를 일이지만 그 회류성 고기도 낚시처럼 진을 치고 앉아야 낚는 것이어서 연안을 어지럽히는 것은 다름없다.

온갖 낚시도구와 폐기물, 특히 납으로 된 낚시추의  무단폐기는 도를 넘고 있다.

거기다가 꼭 잡을 만한 크기로 낚는 고기가 아니라 치어 수준의 어린 물고기까지 마구 낚아대는 수준 이하의 낚시 메너로 연안어종의 씨를 말리고 있는 실정이다.

어떤 지역들은 그런 낚시터 앞에 저인망 그물을 쳐 놓고 아예 갯바위에 접근할 만한 어종까지 훑어버리는 바람에 거제 연안에 아예 고기가 없다는 푸념들이다.

이런 현상은 거가대교의 개통 이후 훨씬 심해졌고, 낚시꾼은 더욱 늘어났다. 이미 몇몇 지역의 연안 바닥이 어류는 물론 패류까지 죽어간다는 조사 결과이고 보면 필자부터 한가하게 낚시를 드리우고 있을 형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낚시 허가제를 실시해야 하는 이유가 여러 가지 있겠지만 더불어 이 기회에 수중 다이버들의 무분별한 다이버 행위부터 제한해야 한다. 전국적으로 약 5만에 이르는 다이버들은 나름대로 무슨 동호회 같은 걸 조직해서 야유회 하듯 연안을 훑고 어종의 씨를 말리고 있다.

이들의 행태가 이미 방영된 적도 있지만 가관인 것은 버젓이 자연보호니 바다정화니 하는 깃발까지 들고서 그런 다이버 횡포를 자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낚시와는 달리 무자비하게 치어 정도까지 창질을 일삼는 그들의 행태는 잔인하기 이를 데 없다. 진정한 수중 다이버의 레저나 스포츠 정신을 먹칠하는 행위들이 늘어간다.

연안의 다양한 어종과 패류는 자연계의 생명줄이고 수산업의 근원이다. 굳이 비교하기도 싫지만 가까운 일본의 연안을 가보면 깨끗하고 잘 보존된 연안의 환경이 낚시허가제로부터 비롯되었다는 것을 금방 알 수가 있다.

그들이 어업을 주산업으로 살아 온 처지라는 걸 생각하면 얼마든지 건져 올릴 연근해 자원을 그토록 미리 보호하고 양성하는 지혜 앞에 우리는 부끄러워 해야 할 일이다.

이미 망가진 자원이니 너도 나도 건져내고 함께 망치자는 발상은 자멸이다. 자원보호에 대한 아무런 규제나 합리적 보호책 없이 방치하는 어업정책은 죽은 정책이다. 산을 망가뜨리고 골프장을 만드는 일에도 까다로운 규제를 하고 산림을 엄격히 통제하는 정부가 마구잡이식 어획이나 낚시를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이다.

무분별하게 해안선을 망가뜨려 매립을 자행하고, 산업이라는 이유로 인허가를 남발하는 행위는 제고되어야 한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과거 정부가 없앴던 해양수산부를 부활시킨 건 단순히 부서 하나를 되살리는 목적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지금의 해양수산부는 연안이 황폐화되고 죽어가는 바다를 살릴 파수꾼이 되어야 한다.

들리는 바에 의하면 아직도 해당 공직자들이 해양과 수산의 배치되는 개념조차 모른 채 기존의 인허가 위주 행정에만 안주하고 있다는 우려들이 난무한다.

이 지역만 해도 무슨 요트학교를 만들어 그럴듯한 해양레저기지를 한답시고 연안어업으로 살아가는 항내의 어선들과 갈등을 부추기고 행사용 시설을 위해 수려한 연안을 마구잡이로 어지럽히고 있지만 해양과 수산이라는 양립의 환경에 대한 뚜렷한 대안도 없는 행정지도를 일삼고 있는 실정이다.

낚시에 대한 규제가 해양수산의 정책수행과 연관되는 일이든, 환경부의 소관이건, 우리의 소중한 바다환경을 보호하고 어족자원을 지키는 중요한 근본이 된다는 점에서 차제에 이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입법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아직도 낚시나 수중다이버를 스포츠나 레저쯤으로 여겨 규제의 대상이 아니라고 여기는 의식을 갖고 있다면 지금 진행되고 있는 연안의 해저와 주변을 견학하고 무엇이 죽어가는 우리의 바다를 살릴 대안인지를 대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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