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 음식이 보약, 특유의 향과 아삭한 질감으로 머리까지 상쾌

봄은 무엇으로 먼저 올까. 따사로운 볕으로 먼저 올까, 눈 앞에 아른거리는 아지랑이로 먼저 찾아올까, 메마른 나무에 번지는 푸른 생명으로 찾아올까. 그 무엇이 먼저 오더라도 봄은 봄이겠지만 그래도 제일 반가운 것은 식탁위에 풍성하게 차려진 봄나물들 만한 것은 없을 것이다. <편집자주>

◆향긋하고 쌉싸름 한 맛이 일품

사시사철 먹을 수 있는 나물 가운데서도 봄나물은 특히 향기가 강하다. 언 땅을 뚫고 나온 생명이라 그런 것인지 알싸하고 향긋한 것이 입에 닿기도 전에 콧속을 먼저 찌르고 들어온다. 알싸한 것은 향기뿐이 아니다.

맛 또한 쌉쌀한 것이 봄나물의 맛을 제대로 알려면 세월을 조금 살아야 한다. 인생의 찬 바람을 아는 나이라야 추운 겨울 지나고 돋은 봄나물의 풍미도 가슴 깊이 담아둘 수 있다.

봄나물이라 하면 떠오르는 풍경은 똑같다. 바구니 옆에 끼고 작은 호미 손에 들고 앉아 냉이며 쑥을 캐는 여자들의 모습이다. 지금이야 보릿고개가 뭔지도 모르는 세월인지라 그 풍경이 낭만이겠지만 실상은 초라하고 서글픈 풍경이기도 하다.

겨우내 양식도 떨어지고 나무껍질까지 끓여먹던 시절에 코끝에 와 닿는 알싸한 봄나물의 향기는 어지럽도록 황홀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부족한 영양분 채워주는 효자식품

곤궁한 이들을 위한 양식이었던 덕일지는 모르지만 봄나물은 영양가도 풍부하다. 겨우내 부족했던 일조량 덕분에 가장 먼저 부족해진 것이 비타민이다. 봄나물에 든 비타민은 그 부족함을 채우고도 넘는다. 나른하고 졸린 춘곤을 물리치고 원기를 회복시키기에 이보다 더 좋은 음식은 없을 정도다.

풍요로운 요즘은 보릿고개가 걱정이 아니라 봄철 떨어지는 입맛이 더 걱정이다. 이럴 때 해결책은 쌉쌀한 냉이 무침, 혹은 냉이 된장국이다. 냉이는 달래, 쑥과 더불어 봄나물의 대표선수다. 쑥과 달래에 비해 조리방법이 훨씬 다양하고, 그 향이 독특해서 봄철 식품으로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다.

냉이는 채소로는 특이하게 단백질의 보고로 불린다. 게다가 칼슘과 철분까지 풍부하다. 하루에 100그램만 먹어도 하루 비타민A 필요량의 3분의 1을 섭취할 수 있을 정도인데다 비타민C 함유량도 높아서 피로 회복에 그만이다. 춘곤증 따위는 두렵지 않으니 나른한 기운을 떨치고 싶다면 냉이를 충분히 먹어두는 것이 좋다.

한방에서는 냉이가 간 기능을 돕고 눈을 맑게 한다고 설명한다. 간 기능이 피로와 직·간접적으로 많은 연관이 있음을 생각한다면 냉이의 효과는 더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다.

지혈작용이 있어 생리양이 많은 여성에게도 도움이 된다. 출산을 한 여성들에게 주로 미역국을 끓여주는데 냉이국도 추천할 만한 메뉴. 출산으로 인해 몸이 붓거나 신장이 약해진 증세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몸에도 좋고 맛도 좋아 ‘일석이조’

약 성분으로는 쑥도 냉이 못지않다. 쑥은 음식이면서 동시에 한방 약재로도 많이 쓰인다. 특히 여성에게 좋은 음식이다. 단군신화에서 곰이 쑥과 마늘을 먹고 여자로 태어난 것도 그러고 보면 우연은 아니다.

옹심이 넣어 함께 끓인 쑥국은 냉이만큼이나 봄철 떨어진 입맛을 돋워준다. 도다리 쑥국은 우리지역의 대표적인 봄 먹거리로 통한다. 쑥은 음식으로도 먹지만 한방 약재로도 쓰인다.

뜸을 이용해 몸을 따뜻하게 해주기도 하고, 태운 향으로 치료를 하기도 한다. 여성의 경우는 쑥을 물에 넣어 끓인 증기를 하복부에 쐬어주면 자궁출혈이나 생리통 등에 효과를 볼 수 있다.

보통 무쳐서 먹는 달래는 조리방법 때문에 함유된 비타민 파괴를 최소화한 상태에서 먹을 수 있다. 달래는 비약하자면 불로초의 기능을 한다. 여성이든 남성이든 그 기운을 왕성하게 하는데 도움을 주는데, 우선 스트레스를 받을 때 분비되는 부신피질호르몬의 분비와 조절에 관여해 노화를 방지해준다.

또한 비장과 신장의 기능을 돕기 때문에 성욕을 왕성하게 해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개 숙인 남성에게 특히 좋은 나물이다.  잎이 넓어 쌈으로 이용하는 머위는 유럽에서 더 유명하다. 암 환자의 통증을 완화시켜 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 조상들은 기침을 멎게 하고, 가래를 없애는데 머위를 사용하기도 했다.

생긴 것은 호박잎과 비슷하지만 표면의 까칠함이 적어서 쌈으로 먹기에 훨씬 부드럽다. 산채의 왕이라고 불리는 두릅도 빼놓을 수 없다. 두릅은 달래와 비슷하게 신장을 돕는 기능을 한다. 만성 신장병이나 소변이 잦은 사람에게 도움이 되고, 인슐린의 분비를 촉진시키기 때문에 특히 당뇨를 앓는 사람에게 좋은 자연식이다.

봄나물은 향이 강하기 때문에 조리를 할 때 참기름 등 자체의 향이 강한 양념을 넣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된장을 이용해 조리를 하거나 숙채로 데쳐서 양념장에 가볍게 무치는 등 그 향을 그대로 살려서 조리하는 것이 좋다. 웰빙열풍을 타고 특히 인기를 끄는 봄나물은 영양가가 높으면서도 동시에 칼로리가 적어서 특히 다이어트를 하는 여성들의 식단에 도움이 된다.

최근에는 하우스 재배를 통해 사철 봄나물을 먹는 일이 가능하다. 하지만 무엇이든 시기와 때를 맞추는 일이 가장 좋은 법. 음식을 먹는 일도 그렇다. 아무리 사철 재배가 가능하다고 한들 언 땅의 기운을 이겨낸 봄철의 나물 맛과 향을 이겨낼 도리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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