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수원 칼럼위원

사주에 역마살이 있어서 인지 한 곳에 머물면 언제나 몸이 뒤틀린다는 친구와 대마도에 갔다.

몇 차례 박물관대학에서 다녀온 곳이라 별로 낯설지도 않고, 거제도와 비교하면 오히려 조용하고 고즈넉한 분위기라서 휴식차 가벼운 마음으로 온 곳이기도 하다.

아침 일찍 장승포에서 배를 타고 부산연안 여객부두에서 내려 10분정도의 거리에 있는 부산 국제여객부두에서 배를 탔다.

하 대마도(대마도는 거제도 면적의 1.7배 정도이고, 인구는 4만명 정도 인데, 섬의 가운데를 잘라 운하를 만들고 북쪽지방을 상 대마도 남쪽지방을 하 대마도라 한다)의 이즈하라 항에 내렸다.

깨끗하다는 인상과 거제도의 어느 지역과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이즈하라시내를 흐르는 개천은 너무 맑아 바닥이 훤히 보이고, 숭어 떼들과 넙치 등이 헤엄쳐 다닌다. 오염이 전혀 안된 곳이라 맑은 공기를 마음껏 들이마시고 싶은 충동과 저 맑은 물에 목욕이라도 하고싶은 충동이 인다.

광풍제월(光風霽月·비가 갠 후에 나오는 맑은 달과 깨끗한 바람이라는 의미)이라는 말이 떠오를 만큼 대마도의 풍경은 아름답다.

조선말의 최익현 선생의 유해를 모셨다는 수선사며, 에보시다께전망대, 쯔쯔자키의 바다풍경 등 하 대마도를 둘러보며, 우리 역사와 기묘하게 얽힌 사연들을 들어 본다.

지리적으로 일본보다는 한국과 가깝고, 산이 많고 들이 적은 탓에 수산물은 풍족하나 주식은 고구마 등 밭작물이 대부분이었다는 말과, 그래서 한 때는 곡식을 구하기 위해 우리의 남해안에 자주 출몰한 해적들의 근거지였다는 이야기가 틀린 말은 아니라는 생각도 해 본다.

조선시대 조엄이라는 분이 대마도에서 고구마를 들여왔다는 이야기와 함께, 로꾸베라는 고구마로 만든 우동 맛을 본다.

거제도에 살면서 질릴 만 큼 회를 먹어본 나였지만 현해탄을 넘어온 나로서는 이 맑은 물속의 생선 맛을 안 볼 수가 없어 가지고 간 소주 몇 병을 챙겨들고 한적한 어촌마을의 조그만 식당을 찾았다. 배에서 갓 건져낸 팔뚝만한 물고기를 솜씨 좋게 썰어서 가져온 생선 맛이 일품이다.

통상 대마도에 가면 빼놓지 않고 먹는 것이 대마도 특산의 카스마께(옛날 우리가 먹던 카스테라와 비슷하다)와 이시야끼(돌판위에 해산물을 올려놓고 구워먹는 요리), 이리야끼(우리식으로 보면 해물탕 같은 것이지만 양념과 간이 우리와는 다른 일본식이다)같은 것이지만, 대마도의 해산물 바베큐도 먹을 만하다.

8월 둘째 토요일이면 조선 통신사행렬의 재현행사가 열려 이즈하라시가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고 하나, 대체로 사람들을 보기가 쉽지 않다. 주로 만나는 사람들은 우리나라관광객이고, 대마도를 찾는 우리나라 관광객이 연간 60만 명에 육박 한다고 한다.

큐우슈우에서 대마공항을 통해 들어오는 일본인 관광객을 제외하더라도 이정도면 대마도 사람들의 살림에 많은 도움을 우리가 주고 있는 것만은 확실한 것 같다.

대마도의 허리를 가로지르는 만관교를 지나 상대마도로 간다. 가는 도중에 만나게 되는 아소만은 진주양식의 천연의 입지로 대부분의 일본산 진주가 여기서 생산된다고 한다.

복잡한 리아스식해안을 따라 생겨진 복잡한 해안과 산들이 마치 아름다운 정원을 보는 느낌에 베트남의 하롱베이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1905년의 쓰시마해전과 도고제독의 이야기와 거제시 장목면에서 발견된 도고의 비석에 쓰인 글귀가 오버랩 된다.

히타카츠에 세워진 한국전망대(와니우라전망대)에서는 부산과 거제도를 볼 수 있다. 휴대전화가 걸린다는 말을 듣고 전화도 해 본다. 일본100선에 들만큼 아름답다는 미우다 해수욕장과 와다즈미신사 등도 둘러볼 만한 장소이다.

히타카츠에서 배를 타려고 기다리는 중에 자전거로 대마도에 하이킹을 온 사람들과 스티로폼 박스가득 물고기를 잡아가는 낚시꾼들이 보인다.

잊을 만 하면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 일본인을 보면서 우리도 이젠 대마도가 우리땅이라고 하는 정치인들도 나올 법하다는 생각에 웃음이 나온다.

그러나 대마도가 의미있는 장소로 기억되는 것은 18세기 정도까지만 해도 우리 땅이라고 하는 지도와 우리문화와 너무 닮은 삶의 모습이 아직도 남아있어 많은 애착이 가기도 하고, 아름다운 자연풍광과 소박한 인심이 꼭 고향에 돌아온 것 같은 착각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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