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광 칼럼위원

미국의 1달러 지폐의 초상화뿐 아니라 수도의 지명 이름으로도 남아 있는 미국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George Washington 1732~1799)은 미국인의 가슴에 영원히 살아 있는 전설적 인물이다.

대통령에 당선되고 나서 워싱턴은 수행원들과 함께 인사차 많은 수행원들을 거느리고 고향의 어머니를 찾아갔다.

어머니는 아직도 초라하기 그지없는 집에서 살고 계셨다. 옷이나 살림살이가 보통 사람들과 다를 바가 없었다. 때마침 어머니는 주방에서 가난한 마을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기 위한 빵을 만들고 있었다. 워싱턴은 아들로서 어머니를 편하게 모시지 못한 데 대한 죄책감이 앞섰다.

그래서 「어머니, 이젠 아들이 한 나라의 대통령입니다. 그런 일은 다른 사람에게 맡기시고 편히 쉬십시오.」 그러자 어머니가 하시는 말씀이 「아들아, 네가 대통령이 되어 내가 편히 쉬는 것보다 네가 대통령이 되지 않고 내가 일하는 것이 훨씬 행복하단다. 만일 네가 나를 일하지 못하게 한다면 대통령의 어머니 따위는 그만 두고 말거야」 대통령의 수행원들은 이러한 모자간의 대화를 듣고 모두가 감격하였다고 전한다.

미국의 독립전쟁이 시작되었을 때 워싱턴은 국민적 지지로 식민지군 사령관이 되어 불리한 조건 속에서도 미국의 독립을 이루어 냈다. 독립전쟁이 끝나자 그는 아무 미련 없이 고향인 마운트버넌 농장으로 돌아갔다.

두 번에 걸친 대통령 임기가 끝났을 때도 사람들은 그가 대통령직을 종신토록 맡아주기를 간청했지만 이를 단호히 거절했다고 주변 사람들은 말하고 있다.

워싱턴의 일화 가운데 백미는 어린 시절 아버지가 사다 준 새 도끼로 아버지가 아끼던 벚나무를 잘랐다가 정직하게 아버지께 고백하고 용서를 구했다는 내용의 이야기다. 정직을 주제로 훈화할 때 자주 인용하는 단골 메뉴다.

그러나 얼마 전 워싱턴이 어려서 살았던 버지니아 옛집을 발굴했을 때 그 집터 안에서 벚나무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고 발표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이야기는 1806년에 출판한 로크 윔스(Locke Weems)의 「일화로 엮은 워싱턴의 생애」라는 책의 증보 5판에 소개된 것인데, 이는 저자인 윔스가 꾸며낸 동화에 불과하다.

더구나 윔스는 마운트버넌 교구의 전직 목사라고 했지만 사실은 떠돌이 외판원에 불과했다고 한다. 이제 워싱턴의 전설적인 일화들은 어디까지 진실이고 어디까지 허구인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1967년 김포공항으로 귀국한 가수 윤복희씨가 우리나라 최초로 미니스커트를 입었다는 기사도 이제 와서 보니 엉터리로 밝혀졌다.

필자도 그렇게 알고 있었기 때문에 「윤일광의 원고지로 보는 세상 26-미니스커트」편(금년 4월 10일)에서 사실인 것처럼 말했는데 결과적으로는 오보에 놀아난 필자의 실수를 사과한다.

윤복희씨가 귀국할 때 겨울이어서 털 코트에 장화 차림이었고 추워서 미니스커트는 입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게다가 당시는 통행금지가 있던 시절이라 공항 도착이 새벽시간이라 사진도 찍지 않았다고 증언하고 있다. 현장에 있지도 아니한 어느 기자의 창작이 우리나라 미니스커트의 역사를 날조하고 말았다.

우리는 광우병 파동이라는 엄청난 괴담을 겪었다. 소를 이용해서 만든 600여 가지의 모든 제품만 사용해도 광우병에 걸린다. 한국인은 95%가 광우병에 취약한 유전자를 가졌다.

미국 내 치매환자 500만명 중 25~65만 명은 인간광우병 환자다. 미국에서는 30개월 이상 된 소는 개나 고양이 사료로도 사용하지 않는다는 등 발원지를 알 수 없는 소문이 퍼질 때 사람들은 반신반의하면서도 진실 쪽으로 움직였다.

어디 광우병뿐이던가? 이명박 정부는 독도를 포기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는 독도포기설, 수돗물이 민영화되면 하루 물 값이 14원 든다는 물값 폭등설, 건강보험 민영화로 감기치료에 10만원, 이 하나 뽑는데 100만원 든다는 의료비 급등설, 인터넷 10분만 해도 엄청난 요금을 물린다는 인터넷 종량제설, 숭례문이 불타면 국운이 다했다는 정도전 예언설, 촛불정국을 전환하기 위해 조류인플랜자를 퍼트렸다는 AL음모설 등 정국은 괴담공화국이라는 오명에 휩싸여 헤어나지 못했다.

세상일이 진실하나만으로 되지 않고 또 그렇게 살아갈 수 없다고 하지만 소위 루머(rumor)라 불리는 소문에 놀아나야 하는 현실이 서글프다. 워싱턴의 조작된 일화는 차라리 교육적 가치라도 있지만 아주 교묘하게 장난치는 이런 자들의 진실게임은 무섭고 두려울 뿐이다.

경찰청은 10월 6일부터 내달 5일까지 한 달 간을 인터넷 허위사실 유포 등에 대한 특별 단속기간으로 정해 단속하기로 했는데 지금까지 인터넷 허위사실 유포와 악성 댓글 등에 대한 단속 결과 896명을 적발, 이 중 8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좀더 강력하고 지속적인 단속이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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