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숙 한국예총거제지부 이사

예로부터 우리는 정월 대보름날이나 마을 잔치가 있는 날 동네 어르신들의 매귀놀이에 마을 사람 모두가  흥겨워하던 기억이 있다.

옥자 아버님의 꽹과리 장단에 맞춰 소고놀이 자반뒤집기를 하던 경아오빠, 치맛자락을 허연 광목 자투리로 꽁꽁 동여매고 멋들어지게 장구를 치시던 용이 어머님, 집집마다 다니며 ‘주인 주인 문열어주소’를 외치면 술과 과일, 쌀 등을 준비하고 반갑게 맞이하던 마을 사람들은 매귀패들의 소리에 한해의 안녕을 기원하는 놀이가 되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우리 고유의 풍속은 아직도 성행하고 있다.

태고적의 산실 같은 고유의 민속문화가 이제는 작품이되고 기능이 되어 유치원에서도 풍물을 가르치고 전수하는 등 지역마다 부녀자들의 풍물 전수가 진행되고 또 활동을 하고 있다.

거제의 풍물놀이가락은 소리울, 칠진농악, 바르게여성농악 등 왕성한 활동을 보이는 풍물패들은 거제에서 풍물을 접하는 사람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특히 향토민이 아니면서도 거제지역의 풍물에 더 많은 관심으로 팔랑개 어장놀이와 세습놀이, 거제농악을 만든 김귀복(거제국악협회 지부장)씨와 풍물가락 창단멤버 박동호(꼭두쇠영감), 홍진식(수북)씨의 열정적인 풍물활동은 지역출신인 나에게 신선한 충격과 함께 부끄럽다는 생각마저 들게 했고 책임감도 심어 주었다.

거제 곳곳을 찾아다니며 동네어르신들에게 쇠소리와 장구소리를 전수받고 거제지역의 풍물역사를 공부하는가 하면 팔랑개 어장놀이(회장 채동출)와 굴까로가세(회장 강병태) 등 거제 지역 민속놀이를 작품화 하면서 매년 공연을 통해 거제인의 긍지를 세우고 전수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통영오광대 이수자 박기수(대우조선해양)씨도 거제지역에 오광대 문화와 향토 춤을 전수하고 있다.

거제를 대표 할 수 있는 가장 순수한 문화이며 거제문화 의 꽃인 민속놀이, 우리는 그 가치를 살릴 필요가 있다.

하지만 거제의 풍물이 활동하는 환경은 열악하다. 민속놀이에 필요한 기구를 보관 할 장소도 없다. 새로 창단한 세습놀이를 발표하고 공연도 준비해야 하는데 연습할 장소가 변변치 않다. 또 풍물연습을 할 때 주민들의 항의가 빈번하게 들어오는가 하면 약주를 걸친 주민들의 으름장과 하소연도 만만치 않다.

이번 2008 경남 생활체육 대축전에서 공연된 팔랑개 어장놀이 연습과 국악협회 공연 엽습 때만 해도 수많은 민원으로 경찰과 담당 공무원들의 고충이 많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이제 우리 거제에도 민속풍물을 하나로 통합할 필요가 있다. 2년 전쯤 전국의 몇몇 지역을 탐방하면서 조사한 결과 거제시와 비교해 소득이나 인구가 작은 지역에도 전수관 하나쯤은 갖추고 있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곳이 하동 하회마을이다. 대학생들이 방학을 이용해 하회탈놀이를 전수하면서 사물놀이도 함께 배우는 모습이 새롭고 부러웠다.

지역 향토문화의 맥을 이을 수 있는 최고의 문화 활동은 민속놀이와 풍물이라 할 수 있다. 그 문화를 이어가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 ‘거제전통민속놀이전수관’이다. 거제문화의 혁명을 이끌 국악협회와 풍물의 발전을 위해서 그 명분은 충분하다.

지역민과 향토문화 단체가 설 자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기관에 건의 해봤지만 늘 묵묵부답이었고 타성과 특정 이익단체에만 급급한 현실이 아쉬웠다.

거제전통민속놀이전수관 설립으로 거제지역 전통문화가 한걸음 나아갈 수 있다면 훗날 이 전수관의 설립은 소중한 유산으로 남을 것이다.

백년대계를 내다보면 분명 이는 우리 거제시의 소중한 유산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거제시민의 마음속에도 전달돼 전수관의 설립에 격려와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거제지역의 전통문화가 희미한 맥을 연명해 오기엔 그 환경이 너무 열악하다. 이제 거제시 스스로가 위기의식을 느끼고 향토문화를 살리려는 노력에 힘을 기울이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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