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시월도 마지막 주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하는 유행가 가사가 가장 잘 어울리는 계절이다. 양력의 시월은 이번 주가 마지막이지만 동시에 음력의 시월이 시작되는 한 주이기도 하다.

시월을 다른 이름으로 상달(上月)이라 부른다. 이 시기가 되면 한 해의 농사가 마무리되고 풍성한 수확과 더불어 하늘과 조상께 감사의 예를 올리게 된다. 곧 신과 인간이 함께 즐기는 일년 중 최고의 달이기에 상달이라 했다고 「조선상식문답(朝鮮常識問答)」에서 육당 최남선이 말한다.

고구려의 동명(東明), 예의 무천(舞天), 부여의 영고(迎鼓) 등 고대의 제천행사(祭天行事)가 10월 상달에 이루어졌고, 불교 행사로 가장 컸던 고려의 팔관회(八關會), 조선시대에 와서 민가의 고사 혹은 안택의식 등도 모두 시월 행사다. 그 뿐 아니라 시제(時祭)도 시월에 있고, 집안의 안녕을 관장하는 성주신(城主神·成造神)에게 드리는 고사도 시월이다.

성주신 고사를 지방에 따라 성주굿, 성주받이, 상달맞이, 가을고사, 안택(安宅) 등으로 불리고 있고 ,햇곡식으로 시루떡을 비롯한 여러 음식을 장만하여 상을 차리고 제주(祭主)는 주부가 된다. 이날 방안에 둔 성주단지(다른 이름으로 조상단지)에 신곡(新穀)을 갈아 넣게 되는데 사람이 먹기 전에 신주의 쌀을 새 것으로 갈아 먼저 신들에게 고하여 가내의 안녕과 무병장수를 빌게 되는 것이다.

시월의 그믐께쯤이면 전국적으로 겨울동안 먹을 김치를 준비하는 김장이 시작된다. 여름의 장담그기와 겨울의 김장담그기는 민가의 중요한 연중행사에 속한다.

조선시대에는 음력 10월이 되면 우유로 만든 타락죽(駝酪粥)을 임금님과 70세 이상의 늙은 정승들에게 올리는 「타락진상」이란 풍속도 있었고, 불가에서는 음력 보름을 기점으로 동안거(冬安居)가 시작된다. 그러나 무엇보다 시월 상달의 분위기는 온천지가 온통 붉은 빛으로 타오르는 단풍이 만들어 주는 것 같다.(san109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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