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창수 목사
천창수 목사

세례요한은 예수님을 보고 큰소리로 외쳤다. "보라! 세상 죄를 지고 가는 하나님의 어린 양이로다." '어린양'이란 말은 주인의 죄를 대신 짊어지고 피 흘려 죽는 속죄 제물을 말한다. 예수님은 세상 죄를 지고 그 죄를 대속하기 위해서 죽으신 속죄양이라는 것이다. 

"주는 그리스도시요,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이시니이다." 베드로의 고백이 있고 난 뒤에 예수님은 자신의 십자가 죽음을 말씀하셨다. 

당시 십자가형은 법적으로 신분이 전혀 보장되지 않은 노예를 죽일 때나 로마 황제를 대적하는 반역자들을 처형할 때 선고되는 형이었다. 그런데 예수님은 노예나 반역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가장 잔혹한 십자가형을 받으셨고, 십자가에 달려 6시간 동안 서서히 죽어가는 무서운 고통을 감내하셨다. 

예수님은 십자가 죽음을 위해서 세상에 오셨고, 우리를 살리기 위해선 그 무서운 고난의 잔을 마셔야만 했다. 이런 의미에서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은 기독교 진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다. 

교회마다 십자가가 높이 서 있다. 교회는 왜 이렇게 십자가를 높이 세울까? 십자가가 기독교를 상징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기 때문이다. 기독교의 중심 진리를 가장 정확하게 대변하는 것이 십자가이기 때문이다. 그 십자가의 중심에는 예수 그리스도가 계신다. 

존 스타트 목사님은 이런 말을 했다. "예수님에 관한 이야기 중 가장 중심이 되는 것이 무엇일까? 처녀 몸을 통해 잉태했다는 동정녀 탄생 이야기일까? 아니다. 그러면 무엇일까? 성경에 많이 기록되진 않았지만, 예수님의 젊은 시절에 관한 이야기들일까? 그것도 아니다. 그러면 예수님께서 주신 생명의 말씀인 교훈일까? 그것도 아니다. 그러면 예수님께서 헌신적으로 종의 삶을 보여주신 봉사활동일까? 그것도 아니다. 그러면 부활일까? 그럴지도 모르지만, 부활도 아니다. 그러면 뭘까? 예수님이 만왕의 왕이 되셔서 영원토록 다스린다는 통치일까? 그것도 아니다. 그러면 무엇일까?" 

존 스타트의 대답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이다. 십자가에 달리신 그분의 죽음이 기독교의 중심이요, 계시의 중심이다."

기독교의 중심은 십자가요. 우리 신앙의 중심도 십자가이다. 그러므로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 그리스도, 그분이 모든 중심에 서 있다. 누구든지 십자가의 도를 깨닫기 전에 예수님을 안다는 소리를 하면 안 된다. 누구든지 예수님의 십자가를 깨닫고 그 십자가를 통해서 깊이 은혜받게 되면, 그 사람이야말로 예수님을 아는 사람이요, 예수님을 통해서 은혜받은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만큼 십자가의 죽음,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은 우리 기독교 신앙의 진수요, 본질이요, 기본이다. 

사도 요한이 밧모섬에 가서 유배 생활을 할 때, 하루는 환상 중에 하나님 나라의 영광을 보았다. 하나님께서 보좌에 앉아 계시고, 그 주위에는 24장로들이 앉아 있다. 또 네 생물이 있고, 그들을 둘러 천천 만만의 천사들이 있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하나님 앞에는 어린양이 서 계시는 것을 보았다. 

왜 하필이면 어린양일까? 부활하신 영광의 주님의 모습으로 서 있지 않고, 왜 어린양의 모습으로 계신가? 승리하신 만왕의 왕으로 서 계시지 않고, 왜 어린양의 모습으로 계시는 것인가? 어린양이란 십자가에서 죽으시는 예수님의 모습이다. 십자가 죽음의 흔적을 가진 예수님의 모습을 말한다. 딱 보면 "아, 이분이 십자가에 죽으신 예수님이구나! 십자가에서 피 흘려주신 그분이시구나!" 하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도록 그런 모습으로 주님이 서 계신다는 것이다.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다음 영광의 몸을 입고 제자들 앞에 나타나셨을 때도 예수님의 손에는 여전히 못 자국이 있었고 옆구리에는 창 자국이 있었다. 도마를 향하여 만져보라고까지 하셨다. 부활하신 영광의 주님이 그 상처를 몸에 그대로 가지고 계시는 것이다. 영광의 주님이 그 몸에 십자가의 상처를 그대로 가지고 계시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만큼 십자가의 주님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하나님의 보좌 앞에 서 계시는 주님은 일찍이 죽임을 당한 어린양이요, 우리를 구원하시는 십자가의 흔적을 가지고 계신 어린양이라는 사실을 항상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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