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시 일운면 주민자치회 여철근 회장

거제시 일운면 주민자치회 여철근 회장. @조민정
거제시 일운면 주민자치회 여철근 회장. @조민정

반평생 자식처럼 돌보며 가꾼 강명식 대표의 별세로 인한 관리부재와 겹친 태풍 '힌남노'의 상흔은 지난해 수선화와의 만남을 쉬이 허락하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거제시가 지난해 11월 수선화 구근 7만여개를 심고 3년간 위탁관리에 나섰기 때문이다. 

지난 16·17일까지 양일 동안 열린 '제1회 수선화축제'는 풍성해진 공곶이 수선화에 볼거리까지 더했다는 평가다. 

이번 축제를 위해 누구보다 물심양면 나선 이가 있다. 일운면 주민자치위원회(이하 주민자치위) 여철근 회장이 주인공이다. 와현이 고향이라는 그는 '공곶이수목원'은 어린시절 봄소풍을 갔던 추억이 깃든 장소라고 했다. 

거제의 대표 관광지이기도 하지만 유년시절 추억이 담긴 공곶이가 강명식 대표의 별세와 태풍으로 폐허에 가까운 상태로 있는 것이 안타까웠던 그다. 

다행히 올해부터 거제시가 공곶이 관리를 맡은 덕분에 수선화가 다시 피게 돼 한시름 놓았다는 그는 거제시민이자 일운면 주민으로서 반드시 공곶이의 옛 명성을 되돌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고 했다. 

거제시 일운면 주민자치회 여철근 회장. @조민정
거제시 일운면 주민자치회 여철근 회장. @조민정

지난 몇년 동안 관리되지 못한 공곶이를 찾은 방문객들이 '예전에 비해 볼게 없다'는 쓴소리를 하고 지나가자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는 주민자치위 회원들과 함께 고민해 왔다. 

2년 전부터 주민자치위는 공곶이의 이미지를 개선하고 관광객을 불러 모으기 위해 '다시 꽃 피우는 우리 수선화'라는 기획을 시작했다. 

거제의 대표 관광지이자 거제시민에게는 추억의 장소인 공곶이를 다시 살려보자는 의견에 주민자치위의 마음이 한데 모아진 것이다. 그 결과 올해 일운면 '주민참여 예산사업'에 '제1회 수선화 축제'가 선정되는 성과를 얻게 됐다. 

그는 공곶이는 봄에만 아름다운 관광지가 아니라 사계절이 모두 빼어난 경치를 자랑하는 곳으로 공곶이가 우리나라 최고의 수목원으로 알려지고 자리 잡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했다. 

그는 봄에는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핀 노오란 수선화가, 여름에는 강 대표의 손길이 닿은 여댈 나무들, 겨울에는 붉은 융단의 동백터널이 있다며 앞으로는 가을꽃도 식재해 사계절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관광지로 가꾸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해 일운면 주민자치회의 수선화 구근 식재 모습. @일운면주민자치회 제공

"앞으로 공곶이의 놀라운 변화를 기대해 주세요"

공곶이의 수선화는 예년에 비해 이른 시기에 개화했다. 지난 16일부터 일주일 정도가 절정이다. 때문에 그는 방문객의 편의를 위해 산책로와 해안길을 정비해 바다와 꽃을 구경하는데 부족함이 없도록 노력했다고 한다. 

특히 그는 한동안 공곶이가 이름뿐인 거제9경 중 하나라는 얘기도 있었지만 이번 축제를 통해 거제대표 관광지라는 명성을 되찾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축제는 넉넉지 않은 예산에 다양한 볼거리 마련을 위해 노력했다. 개막식 축하공연과 부대행사로 마련된 프리마켓과 특산품 판매에도 공을 들였다.

그는 매년 봄이면 수선화를 보러 온 관광객들로 인해 발생했던 주차대란을 해결하기 위해 축제시기에는 와현해수욕장에서 공곶이까지 셔틀버스 2대를 운행했다. 앞으로 도로 개선 공사를 계획해 주차대란을 해소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는 올해로 일운면 주민자치위원회에 11년째 몸담고 있다. 나고 자란 고향인 일운면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삶이 즐겁고 보람차다고 한다. 

거제시 일운면 주민자치회 여철근 회장. @조민정
거제시 일운면 주민자치회 여철근 회장. @조민정

그는 이번 축제의 성공을 열심히 활동해준 자치위원들 덕으로 돌렸다. 이번 축제뿐만 아니라 위원들은 환경정화 활동·소외계층 돕기·나눔센터 등의 운영을 잘 해낼 수 있었다며 일문면 주민자치위 자랑이 대단했다.  

그는 올해를 마지막으로 일운면 주민자치위 회장 임기를 마친다. 오랜 숙원사업이었던 '공곶이축제'의 성공적인 개최는 그가 주민자치위원으로 활동한 11년을 보상받는 공로패와 같다. 

그는 공곶이를 찾을 거제시민과 관광객들에게 "공곶이에 놀러 와 어느 지역보다 먼저 봄기운을 만끽하고 수선화와 향기에 흠뻑 취해 좋은 기운 받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그는 "공곶이를 즐길 수 있는 산책로는 첫 번째 동백길, 두 번째 수선화 밭, 세 번째 몽돌밭, 네 번째 해안길을 코스별로 구석구석 둘어보는 것을 추천한다"며 "공곶이는 원래 다랭이 경작지 위에 만들어진 만큼 자연경사가 제법 있으니 운동화 착용하고 구경하는 것이 공곶이 룰(꿀팁)"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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