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리 거제대 간호학과 조교수
이주리 거제대 간호학과 조교수

응급환자가 병원 이곳저곳 떠돌다 숨지는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사고와 소아청소년과 ‘오픈런’(진료를 받기 위해 새벽부터 줄 서는 현상), 의사 임금의 급증, 대학병원 전공의들의 업무 과중, 의사의 업무를 대신하는 진료지원 (Physician Assistant, 이하 ‘PA’) 간호사의 존재 등이 의사 수가 부족한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정부는 지난 6일 의과대학 입학 정원 증원 계획을 발표했다. 2025학년도부터 5년 동안 의대 입학정원을 2000명 늘려 연간 총 5058명을 선발하겠다는 방안이다. 

정부가 발표한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는 의료인력 확충안뿐만 아니라 지역의료 강화,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보상체계 공정성 제고 등 크게 네 가지 의료개혁안이 담겼다. 의사들은 정부 정책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고 또다시 파업으로 의대 증원을 무산시키려고 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1일 오후 10시 기준 주요 100개 수련병원 점검 결과 사직서 제출자는 소속 전공의의 약 74% 수준인 9275명이다. 

서울대 의대 교수는 “대한민국 의사들은 다른 나라 의사들과 달리 응급실과 중환자실까지 비우고 파업을 한다. 다른 나라 의사들은 자기 이익을 위해 파업을 하더라도 절대로 환자의 생명을 위태롭게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지만, 대한민국 의사들은 자기들 밥그릇을 지킬 수 있으면 환자의 안위는 안중에도 없다”고 지적했다.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의사들의 파업이 현실화됨에 따라 의료공백이 발생하면서 간호사들의 업무가 가중되고 환자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빅 5병원의 간호사 B씨는 "전공의 파업으로 인턴업무를 간호사가 대신 하게됐다"면서 "정신적·육체적으로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간호사들이 환자 컴플레인과 의사 업무를 덮어쓰는 중인데, 환자가 잘못될 경우 간호사가 책임을 떠안게 될 것"이라 우려했다. 또 "우리 병원에 중환자가 많은데, 환자들을 놔두고 나가버리면 죽이는 거나 다름없다"면서 "전공의까지 없는 상태에서 심정지 환자가 발생하면 큰일이다. 현행법상 처방권은 오직 의사만이 가지고 있으므로 현재 의사가 없는 상태에서 심정지가 발생하면 바로 처방하러 달려올 사람이 없어서 약도 못 준다"고 덧붙였다.

전문지원인력 업무범위 법적 근거 마련 필요 

과거부터 정부는 몇차례 의료개혁 정책을 시도했지만 의사들의 반대로 모두 무산됐다. 

이제까지 의사들 반대로 하지 못했던 의료개혁 정책을 펼치기 위한 하나의 방안으로 의사들이 독점하고 있는 의료행위를 능력 갖춘 다른 의료인력이 할 수 있도록 제도화해 파업으로 인한 진료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다. 

아픈 환자를 잘 치료하라고 의사들에게 준 독점적이니 권한을 거꾸로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무기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정부는 전공의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진료지원 (Physician Assistant, 이하 ‘PA’) 간호사를 전공의 대체인력으로 투입하겠단 입장을 내놓았다. 

미국·영국·캐나다 등에서는 PA 면허제를 시행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PA 간호사가 되기 위해서 교육 이수와 면허 취득 등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2010년 국내 도입된 PA 간호사는 현재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간호사는 의료법상 ‘의사의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만 가능하기 때문에 PA면허가 별도로 규정돼 있지 않은 한국 의료법상 PA의 의료행위는 불법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의사부족과 전공의 기피 진료과에서 전문간호사, PA와 같은 진료지원인력들은 의사를 대신해 환자 곁을 지켜왔고 수년 전 의사파업 현장에서도 이들은 합법과 불법을 넘나들며 불안한 외줄 타기 업무를 감당해 왔다.

따라서 기존 업무 범위에 포함되지 않은 업무를 해야 한다면, 업무 범위 확대에 대한 법적 근거 마련이 우선이다. 

또한 이들이 수행 가능한 업무에 대해서 의료기관은 명확한 위임 근거를 마련해야 하고, 책임소재를 명확히 해여야 한다. 수행 가능한 업무 범위가 먼저 규정돼야 의료인 모두 안정하게 업무를 할 수 있고 환자의 안전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간호법이 폐기된 후 복지부와 의사협회, 병원협회, 간호협회 등 21명으로 구성된 ‘PA개선협의체’는 올해 초까지 PA 인력의 업무범위 명확화와 관리체계 개선방안을 명시한 최종 합의안을 발표하기로 했으나 아직 가시화된 성과는 없다. 

현재 PA에 대한 제도화가 전혀 되어있지 않아 (일부 병원에서) 트레이닝 부재와 자격증 미수료 상태임에도 급한 상황으로 인해 일반 간호사들에게 PA 업무까지 전가되는 상황이 현장에서 발생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기회로 PA에 대한 명확한 업무 범위 설정이 필요하고, 이것을 토대로 어떻게 제도화할 수 있을지 정부와 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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