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춘 거제자연의벗 거제에코투어 대표
김영춘 거제자연의벗 거제에코투어 대표

경상남도 대표 우수습지 산촌습지
2021년 경상남도 대표 우수습지로 지정된 산촌습지는 1990년대 중·후반 시절부터 들락거린 곳으로 나에게도 거제도에도 매우 중요한 습지다.

아시다시피 이곳은 산양천과 오수천 두 물줄기가 거제만으로 유입되는 넓은 갯벌의 바다를 매립해 논으로 만들기 위해 제방을 쌓고 흙을 붓고 간척을 하다가 오랜 시간 방치돼 갈대밭 습지로 남겨진 곳이었다.

이곳을 2000년대 초반부터 거제시는 농림부 예산 40억원으로 매립해 논으로 만들겠다고 추진했고 그 당시 적극적으로 매립반대 활동을 한 덕분에 그나마 현재의 갈대밭 습지는 보전하게 된 의미 있는 곳이다. 

왼쪽 날개깃을 다친 루미(1월 3일 확인). @김영춘
왼쪽 날개깃을 다친 루미(1월 3일 확인). @김영춘

필자가 산촌습지를 생태공원으로 조성하자고 거제시 홈페이지 ‘거제시에 바란다’에 글을 올린 시기가 2001년 3월이다. 그때에도 쌀은 남아돌았고 앞으로는 더 남아돌 것이니 매립해 논으로 만들지 말고 자연의 생명들이 머무는 생태공원으로 추진하는 것이 거제시 앞날에 훨씬 더 유익할 것이라며 시장 면담을 하고 매립반대 목소리를 열심히 낸 기억이 생생하다.

필자는 경상남도람사르환경재단의 경상남도 철새모니터링 활동에 함께하며 2015년부터 3년간 산촌습지의 조류 모니터링을 매월 실시했다. 그 결과물은 훗날 경상남도 대표 우수습지로 지정받는데 기여를 했고 그 모니터링과 상관없이 필자는 오랜 세월 산촌습지를 방문하며 그곳의 자연을 기록했다.

2010년 1월 재두루미 마흔세 마리가 머무는 것을 처음 확인했고 그때부터 몇 년간 지속적으로 일본의 대규모 월동지인 이즈미로 가고 오는 중간에 일부 개체들이 휴게소처럼 머물다 가는 것을 확인을 하였다. 어느 해에는 흑두루미 스물아홉 마리도 잠깐 머무는 것을 보았다. 

두루미식당의 미꾸라지와 쭉쩡이 쌀. @김영춘
두루미식당의 미꾸라지와 쭉쩡이 쌀. @김영춘

거제도 최초의 두루미 월동지 산촌습지
두루미, 학이라고도 불리는 두루미는 국제적인 멸종위기종에 우리나라에서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는 정말로 귀한 자연의 생명이다.

거제도의 자연생태에 관심을 갖고 살아온 필자에게 두루미는 그저 우리나라 중부지방 어디에서 월동하는 만나보기 어려운 고귀한 새였다. 그런 두루미가 거제도 최초로 산촌습지에 한 달 이상 머물다가 떠났다. 

2023년 12월31일 오후에 처음 제보를 받고는 2024년 1월1일 산촌습지에서 두루미를 세상 처음으로 보게 되었고 2월2일까지 관찰하며 목격을 했다. 2월5일 산촌습지를 방문했으나 보이지 않았고 6일과 7일에도 없었다. 수소문을 해보니 3일과 4일에도 목격됐음을 확인했다. 산촌습지의 두루미는 2월4일 오후 이후에 이곳을 떠난 것으로 추정된다. 

두루미 보호를 위한 출입자제 현수막과 안내판. @김영춘
두루미 보호를 위한 출입자제 현수막과 안내판. @김영춘

거제도 최초로 확인된 두루미의 안전한 먹이활동을 위해 거제시에 제안해 두루미 보호를 위한 현수막과 출입로 통제를 위한 안내판도 설치했다. 산촌습지의 두루미를 위해 후원을 해주신 분들의 정성으로 미꾸라지와 쭉정이 쌀을 구입해 두루미식당도 만들어 줬다.

필자는 이 두루미를 '루미'로 부르며 SNS에 지속적으로 공유했고 루미를 보기 위해 많은 거제시민들과 서울·부산·김해·창원·고성 등에서 또 일본에서도 산촌습지를 방문해 루미를 눈앞에서 보고 감동을 받고 행복한 추억을 담아 갔다.

우포에서 들려온 '루미' 소식, 산촌습지여 영원하라
루미는 왼쪽 날개깃에 문제가 있음을 1월3일 휴대폰으로 촬영한 동영상을 확대해서 보는 순간에 알게 됐다. 날개깃이 부서져 비행 시에 너덜거렸고 뽑힌 깃도 있었다. 안타까운 그런 모습이 이번에 우포에서 머물고 있는 두루미가 루미임을 확인하게 되는 증거가 됐다. 그 사이 너덜거린 날개깃은 떨어져 나갔지만 우포의 두루미 사진을 보는 순간 루미임을 알 수 있었다.

논 습지에서 먹이활동 하는 루미. @김영춘
논 습지에서 먹이활동 하는 루미. @김영춘

인생의 많은 시간을 자연생태 환경교육에 전념하고 있는 우포의 이인식 선생께서 2월19일 오후 우포의 두루미 소식을 알려줬고 비행하는 모습의 사진을 통해 루미임을 알았다. 우포에서 두루미는 2월8일 처음 목격됐다고 한다. 그 두루미가 루미인 줄은 모르다가 2월19일 이인식 선생이 두루미를 촬영해 공유해줬기에 루미임을 알게 된 것이다.

이렇게 자연의 생명을 통해 거제도의 산촌습지와 창녕의 우포가 연결된다. 장거리 이동을 하는 철새들에게 우리나라 곳곳의 습지는 먹이활동과 휴식을 필요로 하는 조류들에게는 두말할 것 없이 매우 중요한 생명의 터전인 것이다. 

산촌습지를 떠난 루미가 어디에서든 무탈하게 잘 지내고 있기를 바랐는데 우포에서의 루미 소식은 얼마나 반갑고 행복하던지. 우포에서 잘 머물다가 북상해 짝을 만나 번식도 하고 겨울이면 다시 거제도 산촌습지를 찾아주면 좋겠다.

산촌습지에서 루미를 본 많은 사람들이 다시 산촌습지에서 루미를 만나는 행복한 순간을 상상해 본다. 거제도의 아름다운 산촌습지가 영원히 보전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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