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공자(孔子)의 제자가 「귀신은 어떻게 섬기면 좋습니까?」묻자 「산 사람도 다 섬기지 못하면서 죽은 사람을 어떻게 섬기느냐」라고 답한다. 제자가 거듭해서 「죽은 후의 세계는 어떠합니까?」 묻자 「살아 있는 인생조차도 모르는데 하물며 사후는 어찌 알겠는가?」라고 답한다. 논어(論語)에 나오는 이야기다.

유교하면 공자고, 공자하면 예(禮)이며, 예 가운데도 제례(祭禮)는 매우 중요한 의식인데 도대체 제사를 지내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의문이 생긴다. 제사에 대한 정의는 후에 순자(荀子)에 의해 정립된다.

순자의 제사론은 경신숭조(敬神崇祖)의 교육적 효과와 가족이나 국가의 결속을 유지하려는 정치적 효과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는 공자가 「귀신은 공경하되 이를 멀리하라(敬鬼神而遠之:論語 雍篇)」는 가르침과 맥이 같다. 「경원(敬遠)」이란 말의 출처도 여기서 비롯된다.

제사를 조상에 대한 의례라고만 생각하게 되는데 실은 천지(天地) 일월(日月) 성신(星辰)을 비롯한 인간이 경외하는 일체 신명(神明)이 다 제사의 대상이 된다.

인간생활과 가장 밀접한 관혼상제의 사례(四禮)에 관한 사항은 송(宋)나라 때 성리학자 주희(朱熹)의 가정의례서(朱子家禮)가 지침이 된다. 요즘은 일반적으로 차례(茶禮), 기제(忌祭), 시제(時祭)가 있고 주로 고조부모까지 4대 봉사가 주류다. 옛날에는 조혼으로 4대가 한 집에서 살아 생전에 뵐 수 있었다는데 기인한다.

제사를 지내는 시간은 돌아가신 날 첫 시간(子時:밤11시에서 1시 사이)에 시작하여 닭 울기 전에 끝내는 것이 원칙인데 조선시대 인정(人定)이라는 통금제도의 영향과 제사를 지내고 나서 잠을 자게 되니까 어느새 제사는 돌아가신 전날 지내는 것으로 잘못 인식되고 말았다. 지금도 축문에 휘일부림(諱日復臨)이라고 낭독하는데 이 말은 「돌아가신 날 다시 오십시오.」라는 뜻이다.

종손집 며느리로 들어가 시댁의 제사 모시기를 소홀히 하는 것도 이혼 사유가 된다는 법원이 판결이 왠지 신선하게 들리는 세상이다.(san109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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