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혜영 자유기고가

② 청마 묘소주변 ‘예술인 명예묘지’나 ‘예술가 수목장’ 조성

기품있는 아름다운 공원속의 음악가 묘지들을 경배하다 가로수 길을 바라보며 벤치에 앉아 쉬고 있노라니 아늑하고 평안한 기분이 감돌았다.

저 멀리서 부부가 다정하게 차양이 있는 유모차를 밀며 산책하는 것을 보며 모차르트의 레퀴엠(requiem)이 어디선가 들려오는 듯한 환청을 느끼며 도시의 삶에 지친 타향의 여행자는 감미로운 휴식을 했었다.

가난에 시달리며 외로운 죽음을 맞았던 ‘음악의 신동’ 모차르트는 장례조차 제대로 치루지 못했고 무덤조차 돌보는 이 없이 잊혀졌다. 원래의 무덤은 흔적조차 찾을 수 없어 그를 기리는 기념비. 빈묘 위의 조각상은 그의 아내 콘스탄체의 모습이다.

그리고 중앙묘지를 참배한 후, 시내 건축투어를 위해 지하철을 갈아타려고 우연히 들린 역 앞 쓰레기 소각장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디자인을 통해 혐오시설을 관광자원으로 만든 사례로 유명한 빈의 ‘슈피텔라우 소각장’이었다.

오스트리아 최고의 건축가이자 환경운동가였던 훈데르트바서가 디자인했는데 아름다운 현대미의 예술작품 같아 요즘은 연간 50만명 이상의 관광객 공무원 학생들이 찾는 빈의 명소가 됐었다고 한다.

초록산, 푸른바다, 그 곳에서 나는 풍부한 해산물, 구절양장과 같은 곡선의 아름다운 길이 섬의 곳곳을 실핏줄처럼 돌고 도는 아름다운 거제도.

천혜의 자연환경을 등에 업고 지역민과 관광객들에게 다양한 문화행사를 선보이며 품위있는 관광지로 거듭나고 있는 블루시티(BlueCity) 거제시도 ‘역발상’으로 유명예술인 장묘공원 조성을 추진해 보면 어떨까 한다.

이미 세계적인 조선산업도시이며 크루즈항, 인공섬 조성 등 해양문화관광도시를 향하여 박차를 가하고 있는 거제도는 우리나라 현대 문학사의 거목인 청마 유치환의 고향이지 않은가?

청마 유치환의 묘소를 중심으로 둔덕면 주변을 ‘예술인 명예묘지’나 ‘예술가 수목장(樹木葬, Natural Burials)’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계와 겨루는 명품 문화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실행, 문화적 파급효과에 대한 시민들의 공감대 형성과 관심이 중요하다.

빈 도나우강 옆에 있는 슈피텔라우 소각장은 오스트리아 최고의 건축가이자 환경운동가 훈데르트바서가 디자인했는데 예술작품을 보는 것 같다. 빈 시정부가 1992년 리모델링했으며 쓰레기 소각장을 한해 5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는 세계적 문화명소로 탈바꿈시켰다.

꼭 필요한 공공시설이지만 자신이 사는 곳에 설치하는 것만은 기피하는 님비(NIMBY) 현상은 우리나라 모든 지자체들의 숙제이다.

우리도 공원묘지나 화장터, 쓰레기 소각장이 동네에 들어온다고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유럽 선진국들을 벤치마킹해 오스트리아 빈의 중앙묘지나 슈피텔라우 소각장처럼 ‘발상의 전환’과 ‘공공 디자인’으로 친환경 문화공간으로 조성하자.

선입견을 버리고 공동체를 위한 상생의 선택을 하면 ‘도시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는 체험을 한 문화명소기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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