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의황 부울경관광레저 연구원장
박의황 부울경관광레저 연구원장

2023년 11월28일 밤 부산은 떠들썩했다. 월드컵 축구경기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연일 언론에서 박빙의 승부로 기대감 부풀게 한 부산 2030엑스포 유치 결정의 날이었다. 

대통령까지 나서 추진하던 국제행사가 됐었음에도 결과는 참담했다. 119표를 획득한 1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가 선정됐고 부산은 29표에 그쳤다. 

상상하기 힘든 참패임에도 책임을 따지자면 정치권은 정치권대로 지난 민주당정권에서부터 추진됐던 일이고 대중언론은 언론대로 광고예산의 수혜를 많이 받았기에 모두가 입을 다물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결과는 모두 시민들의 몫이다. 완전한 실패가 없듯이 유치경과를 돌아보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시민대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민주적인 사후시스템이 없는 것도 안타까운 현실이다. 

​먼저 예산적으로 간략히 돌아보자. 시사저널 발표에 따르면 엑스포유치를 위해 편성한 예산은 2022년에 2516억원, 2023년에 3228억원으로 총 5744억원이다. 

그리고 지난 문재인정부와 엑스포유치를 처음 공식화한 박근혜정부가 책정한 예산까지 포함하면 금액은 더 늘어난다. 여기에 부산시 자체예산과 기업 후원까지 고려하면 최소 6000억~7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부산에서는 유일하게 반선호 시의원이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부산엑스포추진본부가 2년간 600억원, 194억3000만원의 기부금을 사용했고, 부산시장은 2년간 엑스포유치를 위해 80박 109일간 해외출장을 하면서 여비로만 부산시예산 12억3600만원을 썼다.

'오일머니'에 패배했다는 핑계와 외교망이 확충되고 국가위상이 올라간 측면도 있다며 정신승리자평으로 끝내서는안 될 일이다며 의회 5분발언에서 문제점을 짚고있다. 

한편으로 "부산이 지금의 수도권 일극화를 타개할만한 키를 쥐고 있는 도시임을 보여주는 계기는 됐다" 라고 위안을 찾고 있었다. 오죽 답답했으면 이렇게라도 자평을 하겠는가 생각이 든다. 

이제 엑스포 유치활동을 핑계로 지도자들이 해외여행을 누리던 시간은 지나갔다. 410총선을 앞두고 있는 시점인지는 몰라도 후닥닥 대통령은 사과와 더불어 부산을 찾아 가덕신공항의 변함없는 추진과 부산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제정을 통해 부산의 글로벌화 추진을 약속했다. 선물인 셈이다. 그나마 다행이다. 

​어쩌면 부산 시민에게도 스스로 주인의식을 가지고 면밀히 살펴보지 못한 책임도 있다. 법과 제도는 형식일 뿐이다. 이제라도 새로운 변화의 방향을 모색함으로써 전화위복의 기회를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 측면에서 부산시민은 무엇보다 세계시민의식으로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글로벌시각이란 밖에서 방문하는 손님, 외부인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것이다. 

부산은 태평양으로 열린 바다가 있어 고대 이래 서울 수도권보다 더 열린 개방도시, 국제도시였다. 이런 점에서 부산은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 

중국의 최대 온라인여행사 씨트립(C-trip)은 ‘2016 세계 10대 인기자유여행지’에 부산을 선정했다. 씨트립이 선정한 세계 10대 자유여행지는 부산과 함께 미국 뉴욕, 영국 런던, 태국 치앙마이, 이탈리아 베네치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뉴질랜드 웰링턴, 호주 골드코스트, 스위스 루체른 등이다.

​그리고 지난해 세계적인 여행전문매거진 '내셔널지오그래픽트래블러'가 2023년 최고의 여행지 35에 부산을 꼽았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은 유럽 최대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는 명성 높은 잡지로, 전세계 수많은 자유여행객이 참고하는 여행정보지이다.

이처럼 부산은 여행관광만해도 이미 세계로 향한 열린 개방도시로서의 잠재력을 가지고있다.

세계 경제수도인 뉴욕, 상하이를 보라. 작은 포구에서 말그대로 경제수도로 성장한 곳이다. 

그들은 행정수도권과는 차별화되고 분리돼 비즈니스·기업가 우대적인 사회분위기이다. 그런데지금 부산의 현실은 어떤가? 과거 산업화시대에 서울수도권의 변방으로만 머물러있지는 않는가? 이번 2030엑스포 실패 요인 중에 가장 큰 원인이라 생각한다. 

소위 부산의 미래비전을 이끌어낼 특징적인 미래비전, 자원이 빈약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왜 대한민국, 왜 부산이어야하는 물음에 10년전의 강남스타일이나 BTS나 연예인 동원 일색의 홍보영상PT로 이어진 것이다. 부산시장이라도 쏟아진 혹평에 겸허히 받아들이고 살펴야할 일이 다. 

한마디로 부산이라는 바구니, 담을 그릇이 작았다는 것이다. 반면에 사우디 빈살만 왕세자가 내세운 2030구상은 어떠했는가? 서울면적의 44배에 달하는 친환경스마트도시, 700조 규모의 네옴시티를비전은 가히 투표회원국을 끌어들일 ‘오일머니블랙홀’이었다. 애초 상대가 되지 않았다. 중간에 빅딜(Big Deal) 기회도 있었다. 결과를 볼 때 기업도 챙겨주고 다음을 보장받으며 국가 위신도 챙기는 실익전략도 검토했어야 했다. 

아무튼 지나간 일이다. 부산은 지금부터이다 .우선 부산시역부터 넓혀서 글로벌로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지난 정권에서 추진하던 부울경메가시티도 좋지만 굳이 옥상옥 행정체계를 만들필요는 없다. 

단순하게 합치고 조정하는식으로 가야 된다. 부산시내 중심에서 자동차로 한 시간 거리 안에 있는 김해, 양산 그리고 가덕국제신공항과 바로 연결되는 거제만이라도 부산이 품어야 되지 않을까? 국제공항, 항구를 통해 부산을 찾는 외래방문객 입장에서 바라보면 이 지역은 부산이라는 한울타리이다. 

행정이 고객중심으로해서 변해야 부산비전, 미래가 나온다. 아마 그러면 첨예한 이해관계로 이웃 지자체간 갑론을박 공론이 많을 것이다. 마침 김포·구리시가 서울시로 편입이 추진되고 있는 시점이다. 

부산·경남지역주민들의 이해를 조정하고 융합하는 상생의 정치가 필요할 것이다. 국가차원에서 통 크게 조정되기를 기대한다. 

​부산연구원 강성권 박사도 벌써 2009년 ‘부산광역권 및 자치구역의 조정방향’ 연구논문에서 “부산이 경쟁력 확보와 자립적 지역발전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광역적 차원에서 경남 양산·김해·진해 등 인접도시 중심으로 행정구역을 재조정해야 한다”라고 행정구역 개편안을 제시한 바 있다. ​

만약 김해의 김수로왕릉과 같은 고대역사성, 양산의 산업물류, 통도사, 그리고 거제의 조선산업과 한려수도 천혜의 관광자원이 부산이라는 브랜드로 해외에 홍보된다면 어떨까? 

상상만 해도 즐겁다. 인구측면이나 관광·경제측면에서 한국 제일의 경제도시답지 않는가? 

우선 관광적인 측면에서 엄청나게 경제적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지역이 활개가 돌 것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통도사, 부처님 진신사리를 보기 위해 불교인의 성지가 돼 몰려올 것이다. 그리고 김해의 고대 가야문명, 김수로왕과 인도 아유타 출신 허황후의 결혼이야기 등 세계방방에 내세울 문화관광콘텐츠는 더욱 풍성해진다. 이렇게 부산시역만 조금 넚혀 보아도 관광적인 측면에서 벌써 세계 도시의 면모를 갖추지 않는가? 

법률적으로 부산 글로벌허브 특별법제정과 규제혁신특구 지정도 큰 의미가 있다. 아울러 부산~목포간의 ‘동서남해안발전특별법’도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금은 친환경, 관광휴양, 건강힐링시대이다. 부산의 시역을 넓히고 남해안관광벨트사업을 이끌어가는 중추도시가 돼 남해안연안크루즈 도입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조만간 부산~목포간의 KTX가 개통되고 남해안 35개 지자체를 연결하는 연안크루즈, 드론관광시대를 상상해보자, 거대한 부산과 더불어 동서교류가 활성화되고 우리의 남해안 푸른바다와 특산물, 풍부한 인심을 널리 세계에 홍보될 것이다.

특히 3시간 비행거리에 중국대륙시장만 잡아도 수억명의 주말 관광시장이 열려있다. 이렇게 부산브랜드에 산업·물류·역사·문화관광 하나의 거대한 통합의 방향을 잡아야 글로벌 경제도시이고 인재·자본·기업도 몰려올 것이다. 싱가폴·홍콩이 그런 사례이다. 

곧 410총선이 다가온다. 부산·경남시민은 글로벌시대로의 세대교체, 변화의 분기점에 서있다.  국민이 주인인 나라이다. 이번에 출마하는 정치인들에게 과제를 한번 던져줘 보자. 그리고 이러한 취지에 동참하고 이행할 의지가 있는 정치인·정당을 선택하는게 바른실천이 아니겠는가? 김해·양산·거제를 품는 글로벌도시, 부산은 그래서 여러분의 선택에 달려있다. 여기에 대한민국의 위대한 변화도 시작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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