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만 경남도의원
정수만 경남도의원

11명과 1915명. 거제시 남부면 명사초등학교와 상문동 상동초등학교의 재학생 숫자다. 정확히 174배 차이다. 한 곳은 아이들이 없어 폐교를 걱정해야 하고 또 한 곳은 너무 많아 학습권을 비롯한 교육환경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실상은 학생 수로 드러나는 차이보다 그 이면에 존재하는 복합적인 교육환경의 문제가 더욱 크다.

남부면 인구는 현재 1489명으로 주민 대다수가 노인 인구로 학령인구가 절대적으로 열악하다는 점이다. 20~39세의 가임 여성 인구를 65세 이상 노인 인구로 나눈 지역소멸 위험지수가  0.13으로, 이 추세라면 30년 후에는 지역이 사라진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아이들의 교육적 환경이 우선순위로 고려될 수 있을까?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절대적인 학생 수 부족으로 1~6학년 재학생 11명이 4개 학급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지 않은가?

이에 비해 상문동 인구는 3만2987명으로 웬만한 서부경남 1개 군 인구에 필적하고, 지역소멸 위험지수 역시 지난 20년 기준으로 4.5로 상문동은 전국적으로도 가장 젊은 축에 속하는 지역이다. 

신혼부부를 비롯한 생산가능인구가 많은 지역적 특성상 자녀교육은 각 가정의 최우선 관심사가 되고 있다. 거제라는 동일한 공간에서 벌어지고 있는 양극단의 교육적 환경이 너무나 아이러니컬하지 않은가? 필자는 여러 중지를 모아 반드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먼저 폐교 위기를 겪고 있는 명사초등학교 문제다. 명사초 살리기는 결국 두 가지 관점에서 고려될 수 있다. 젊은 사람들이 유입될 수 있도록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방법과 동지역 아이들을 광역학구제 등으로 유치하는 방법을 각각 고려할 수 있다. 

지역 경제 활성화는 남부면 일원에 계획 중인 남부관광단지 조성과 연계돼 있는데, 만약 이것이 성공 궤도에 오르면 인구 증가에 힘입어 명사초도 자연히 살아나리라 생각된다. 하지만 3~7년의 장시간이 소요돼 당장 바람 앞의 등불과 같은 명사초 상황으로는 마냥 기다릴 수만 없는 처지다.

현실적으로 당장 고려할 수 있는 방안은 도교육청에서 이미 지정한 광역학구제를 통한 동지역 아이들의 유치다. 광역학구제란 도시 지역 학구에 거주하는 학생이 외곽 지역 학구에 진학할 수 있게 하는 제도를 뜻하는데, 진주 진성면 진성초등학교가 대표적 성공사례다. 진성초는 AI나 코딩교육 등과 같이 공교육에서 다루기 힘든 과목이나 골프 등과 같이 특색 있는 체육교과를 개설해 도시지역 학생 유치로 2019년 27명에서 현재 87명으로 재학생이 늘었다. 

거제의 장목중과 둔덕중도 성공사례다. 명사초 역시 도시 지역 아이들이 찾아올 수 있게 특색 있는 교육프로그램 개발 등이 필요해 보인다. 올해 대입에서 명사초 졸업생 2명이 서울대학교에 합격한 사실은 홍보의 디딤돌이 되리라 본다. 

다음은 상동초 과밀학급 해소 문제다. 상동초는 현재 학급당 26.6명으로 과밀학급 기준 20명을 훨씬 초과했고, 인근에 용산초등학교의 신설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잡은 듯했다.

내년 3월 41학급 1317명 규모의 용산초가 개교되는데, 문제는 밀집한 공동주택 아동의 분산을 충분히 고려치 않은 학교 위치로 예견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공동학구로 지정된 힐스테이트와 더샾블루시티 학부모들은 통학로의 안전성, 개교 후 교육환경에 대한 신뢰 부족으로 용산초 선택을 망설이면서 상동초의 과밀해소는 당장 실현되기 어려운 실정이다. 

상동초 과밀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교하는 용산초에 아이들이 진학하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는가? 교육청은 교육환경 개선과 교육프로그램 마련, 거제시는 더 안전하고 더욱 짧은 통학로를 확보해 학부모와 아이들의 선호도를 높이도록 해야 한다. 

필자는 거제의 모습이 마치 대한민국의 축소판과 같다고 생각한다. 농어업의 원시경제에서 조선업과 관광업의 선진경제로 변모하며 이룬 성과가 대한민국의 그것과 닮아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이 선진사회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지역이 골고루 발전돼야 하듯이 거제 역시 동지역과 면지역의 격차, 특히 교육환경은 분명 개선돼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양극단의 교육환경을 가지고 있는 우리 거제의 문제를 해결해야만 하며, 그 출발점은 시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성원이라고 생각한다.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