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광 칼럼위원
김미광 칼럼위원

한 때 집을 소유하는 것이 사람들의 가장 큰 인생 목적인 시절이 있었다. 지금도 서울에서는 아파트 한 채를 구입하는 것에 영혼마저 끌어다 넣는 영끌족도 생겼다. 나도 수도권에 살 때 아파트 한 채를 사기 위해 사력을 다해 허리를 졸라매고 쪼개서 저축하고 할 수 있는 방법을 모두 동원하여 40대 초반에서야 비로소 내 이름으로 된 30평짜리 아파트 열쇠를 손에 쥘 수 있었다. 정말 집 하나를 사기 위해 치열하게 살았던 시절이었다.

그러면 나를 비롯하여 왜 이렇게 다들 집에 집착할까. 그건 재테크 수단에 앞서 정서적 안정에 대한 욕구일 것이라고 본다.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으나 나는 그랬다. 사람은 누구나 안정되고 온 가족들이 따뜻하게 지낼 집을 필요로 한다. 고된 하루를 마치고 불이 켜진 집에 들어와 무장해제 하고 편히 쉴 수 있는 그런 안락한 장소에 대한 갈망이 인간의 기본 욕구에 내재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서울의 아파트의 평균 가격은 10억이다. 반면, 우리나라의 빈 집의 수도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주로 지방이다. 인구 절벽 시대가 오면서 이 추세가 점점 수도권으로 밀려들어오지 않을까 예상하는 학자들도 있다. 2020년 통계에 의하면 전국에 151만 채의 빈집이 있는데 여기서 폐가는 포함되지 않은 수치다. 빈 집은 저출산, 고령화가 가장 큰 원인으로 2050년이면 현재 전체 주택의 15%가 빈 집이라는 일본을 가뿐히 추월할 것이다. 지구상에서 사라지는 최초의 국가가 될 나라가 바로 한국, 우리나라다. 그만큼 빈 집도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그러면 언젠가 내 집을 가지는 것에 대해 그리 많은 수고를 들이지 않아도 원하는 집을 골라 주워 가는 그런 날도 오지 않을까.

다른 나라는 어떨까. 미국과 영국도 빈 집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고 그들 나라는 소위 ‘금융치료’를 통해 빈 집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빈 집 방치 기간이 길수록 집주인에게 부과되는 세금을 증가시키고, 영국은 2년 이상 집을 방치 시 집주인에게 300%의 지방세를 부과한다. 그런 반면, 영국 런던의 집값은 구역마다 다르지만 상상을 초월하고, 미국 뉴욕에서는 침실 한 개짜리 아파트의 한 달 월세가 540만원이다. 

가장 심각한 유럽의 국가는 스페인이다. 스페인은 지금 전체 부동산의 14%인 340만 채의 빈 집이 있다. 내가 이번 달에 스페인 시골 지역을 버스로 지나오면서 느낀 것은 빈 집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시골 중소도시, 그것도 교통이 그리 나빠 보이지 않는 도시 곳곳에 방치되어 마당에 풀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는 빈 집들을 보았다. 그에 비해 바르셀로나 같은 대도시에서는 집이 없는 사람들로 넘쳐나고 홈리스들이 주인이 버젓이 있는 집에도 들어가 집을 차지하고 사는 오쿠파(OKUPA)가 문제가 되고 있기도 하다. 같은 나라 안에서도 어디는 빈 집이 넘쳐나서 문제고 어디는 집이 모자라서 난리다. 

아무튼 지금 푸른 별 지구 여기저기서 어떤 형태로든 집과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국민 35%가 백만장자인 모나코에서는 집 한 채 가격이 5천323억짜리도 있고, 홍콩에서는 28평 아파트 월세가 일천만원이다. 그런데 대도시를 조금만 벗어나면 빈 집 천지다. 

이 이상한 격차는 사회적 동물인 외로운 인간들이 사람들이 몰려 사는 도시로, 그것도 대도시로만 몰려서 일어나는 현상이고 모든 인프라가 도시에 몰려있고 교육여건, 직업, 병원 등 다양한 혜택을 누리기 위해 도시로 진입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본다. 

자, 이제 머리 뉘일 곳이 없는 그대들 선택을 하시라. 사랑하는 가족들과 도시의 집 한 채를 사기 위해 평생 허리를 졸라매고 돈 걱정하며 은행에 저당 잡힌 삶을 살 것인지, 아니면 인프라는 좀 부족하지만 가족들과 마당에서 따뜻한 불 피워가며 정겨운 시골집에서 마음 편하게 살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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