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거제문화원, ‘거제의 뿌리 독로국을 찾아서’ 세미나
고영화 고전학자·심봉근 전 동아대 총장 다양한 근거 제시

지난 14일 거제문화원이 주최한  ‘삼한시대 고대국가 변진 독로국과 거제를 말하다’ 학술 세미나에 참석한 거제시민 @거제문화원 
지난 14일 거제문화원이 주최한  ‘삼한시대 고대국가 변진 독로국과 거제를 말하다’ 학술 세미나에 참석한 거제시민 @거제문화원 

거제역사의 시발점인 고대국가 변진 독로국의 위치가 거제지역이었음을 밝히는 의미 있는 학술 세미나가 열렸다. 

지난 14일 거제문화원이 주최한 이날 세미나는 ‘삼한시대 고대국가 변진 독로국과 거제를 말하다’를 주제로 2시간 30분 동안 100여명의 시민 앞에서 열띤 토론을 펼쳤다.

특히 이번 세미나는 앞서 지난 9월 거제시의회 역사관광연구회가 주최한 ‘독로·가야사 연구 심포지엄’에 이어 고대 거제 지역사 정립 및 지역 정체성을 찾는 데 큰 도움이 됐다는 평가다. 

이날 세미나의 좌장은 거제시의회 노재하 의원이 맡았고 제1 발제는 심봉근 전 동아대 총장이 ‘상사리 명문과 독로국’이란 주제로 독로국 거제설의 타당성을, 송재식 거제문화원 지역사연구소 연구위원이 토론을 이어갔다. 

이어 제2 발제는 고영화 고전학자가 ‘거제도 고대국가는 독로인가? 두로(duLu)인가?’와 ‘독로는 거제인가? 동래인가?’를 주제로 독로 거제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다양한 근거를 제시했으며 토론은 최대윤 거제문화원 지역사연구소 연구위원이 맡았다. 다음은 이날 세미나 발제와 토론과정에서 도출(導出)된 주요 내용이다. 

심봉근 전 동아대 총장의 발제 장면 @거제문화원 
심봉근 전 동아대 총장의 발제 장면 @거제문화원 

심봉근 전 동아대 총장 ‘독로 거제설은 여전히 학계의 정설’

심 전 총장의 발제를 요약하면 현재까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리적, 문헌적, 고고학적인 측면에서 독로의 위치는 거제가 유리하다고 했다. 

심 전 총장은 ‘독로 동래설’을 주장하고 있는 대표 학자 중 한 명인 정중환 박사의 제자로 지난 1996년 둔덕면 거림리 유적을 직접 발굴하기 전까지 ‘독로 동래설’을 인정했으나 거제지역의 유적과 유물을 발굴하고 연구하며 독로 동래설에 대한 의문과 독로 거제설에 대한 확신이 들었다고 했다. 거제지역 출토유물의 규모·위치·성격 등을 고려했을 때 거제가 고대 변진의 소국 중 하나인 독로국일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특히 거림리 유적 발굴 당시 발견된 직접 발굴한 ‘상사리(裳四里) 명문 기와’의 발견 이후 심 전 총장은 독로가 거제의 옛 지명이었음을 논문을 통해 밝혔고, 이는 일제강점기 이후 거제 독로설을 주장하는 가장 대표적인 논문이 됐다. 

심 전 총장은 거림리 유적에서 발견된 명문기와의 상사리라는 지명의 ‘상(裳)’은 우리말로 ‘두루기’이고, 음으로 독로(두로)와 가까우며 이는 조선시대 정약용이 아방강역고에서 밝힌 음운학적 해석으로서의 거제 독로설을 유물의 발굴로 증명하고 있다고 했다. 

또 독로국 위치에 대한 논쟁도 동래의 옛 지명이 각종 사료에 장산국, 내산국, 거칠산군의 명칭을 사용한 기록이 있으며 특히 삼국사기 거도(居道)열전에는 독로국이 존재했던 1세기 신라의 내물이사금 시대 거칠산국이 등장하고 있어 동래 독로설의 주장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고 했다. 

다만 심 전 총장은 독로국의 중심이 둔덕면 등 거제 서부로 추정하는 것은 아직 자료가 부족해 계속 검토해야 하며 독로국의 당시 명칭도 거제 기성관 상량문에서 발견된 기록처럼 두로(豆盧)라고 칭하는 편이 설득력이 있다고 했다. 

심 총장은 일제강점기 이후 친일사학 및 부산지역 출신 학자들이 동래 독로설을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오히려 소수의 주장일뿐 고고학을 연구하는 대부분의 학자들은 거제 독로설을 받아들이고 있다고 했다.  

  

고전학자 고영화 씨의 발제 장면 @거제문화원
고전학자 고영화 씨의 발제 장면 @거제문화원

고전학자 고영화 씨 ‘두로는 거제도를 기반으로 한 고대 해상왕국’ 

고전학자 고영화 씨는 고대 변한의 독로국이 거제도라는 사실을 다양한 관련 논문 및 문헌 자료와 유적 등을 중심으로 정리했다. 

 발제문의 전반적인 내용을 정리하면 △고대 향해 기술에 따른 독로의 위치 △음운변화에 따른 독로의 명칭 △독로국과 부산 동래의 옛 나라인 거칠산국의 연관성 △고대 지명 어원설에 따른 독로가 섬이라는 주장 △기성관(岐城館)의 상량문에 따른 독로국의 계승 및 지역민의 인식 △고고학적 증거에 따른 독로 동래설의 부정 △Cis-AB형 혈액형 분포 지역에 따른 고대 무역 항로 및 왜 교류지역 등이다.

특히 고 씨는 ‘삼한시대 고대국가 변진독로국(瀆盧國), 거제의 역사가 시작되다’라는 주제로 거제의 옛땅인 독로가 해상무역으로 성장한 고대국가였음을 밝혔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거제도가 고대 한∙중∙일의 해상교통로의 요충지(要衝地)였음을 강조하며 △지역의 고대지명 어원 분석(지명 어원설)△현재까지 발굴된 유적 유물(고고학적 증거) △ 고대 남해안 해양 교류 세력 고분의 유전분석(과학적 증거) 등을 예로 거제 독로국(瀆盧國)이 변한의 나라들 가운데 왜와 접한 소국이라는 증거를 제시해 ‘거제 독로국설’을 주장했다.

거제는 삼한시대 독로국부터 남해안 해상무역의 중심이었으나 해상세력이 약화된 것은 인종 6년(1128) 10월 고려사의 기록에서 거제 삼속현의 해적 좌성(佐成) 등 820명이 투항해 왔다는 기록 이후라고 했다. 

이는 고려시대까지 왜와 거제는 친밀하게 조우하고 있었다는 증거이며 이전에는 없던 왜구의 침입이 이 시기 이후부터 조금씩 증가한 것은 왜를 기반으로 한 거제의 삼속현 세력의 부재가 이유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세미나 토론 순서 장면 
세미나 토론 순서 장면 

거제 독로설을 뒷받침할 다양한 연구 절실

이날 세미나의 마지막 순서인 토론 및 질의응답 순서에선 거제문화원 지역사연구소 연구위원의 질문에 이어 세미나에 참석한 시민의 질문이 이어졌다. 

거제문화원 지역사연구소의 질문은 첫째 거제 독로설의 근거를 뒷받침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둘째 고대 및 근대 한·일 항로 및 마찰을 고려한 거제 독로설의 설정 등이었다. 

첫 번째 질문에 대해 심 전 총장은 학계의 인식과 다르게 현재 동래 독로설이 인터넷 등에 노출된 것은 부산지역의 인구밀도 및 연구자가 많아 유리한 상황이며 거제지역의 경우 아직 발굴되지 않은 지역을 중심으로 다양한 발굴 및 연구성과가 필요하다고 했다. 

두 번째 질문에 대해 고 씨는 독로의 옛 땅인 거제의 당시 상황을 이해하고 고려하면 고려시대 이후 일본과의 국경에 대한 설정은 의미가 없다고 답변했다. 

세미나 참석자 질의응답 순서에선 원순련 거제문화원 부원장과 김동성 거제문화원 부원장의 질문 및 의견도 나왔다. 

원 부원장은 부산지역의 경우 학교에서 지역 역사 교재를 제작해 동래 독로설을 지역 초·중 학생들에게 학습시키는 것을 거제지역에도 시도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김 부원장은 현재 독로 비정설의 사료나 원문에 오류가 있을 수 있다는 설정이나 염려 없이 기존 자료만을 신뢰하는 연구보다는 지역사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를 위한 노력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했다. 

세미나 기념사진 @거제문화원
세미나 기념사진 @거제문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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