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곤 거제제일교회 목사
김형곤 거제제일교회 목사

급속도로 변하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기다림'은 익숙하지 않은 단어이다. 특별히 우리 민족의 '빨리빨리'라는 습성에 비춰 볼 때 '기다림'이란 매우 어려운 부분이 됐다. 

밥을 할 때도 기다림이 필요하다. 빨리 밥 먹겠다고 솥뚜껑을 열면 밥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반드시 뜸을 들이는 시간이 필요하다. 패스트푸드(fastfood)·인스턴트(instant) 문화에 길들여진 우리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우리의 삶은 기다림의 연속이다. 무엇인가를 기다림이 없이 이뤄지는 일은 하나도 없다. 기다림 속에서 삶은 진행되고, 기다림 속에서 인도되고, 기다림 속에서 성취되는 것이다.

아내는 일터에 나간 남편이 돌아오기를 기다린다. 월급날을 기다리기도 하고, 승진할 날을 기다리기도 한다. 자식을 학교에 보낸 부모는 자식이 공부 잘하고 무사히 돌아오기를 기다린다. 사랑하는 아들을 군대에 보낸 엄마는 건강한 모습으로 집으로 돌아오기를 간절하게 기다릴 것이다. 

또한 삶이 힘들고 고달픈 사람들은 모든 삶의 문제가 해결되고 기쁘게 웃을 수 있는 날을 기다리는 것은 모두가 같은 마음일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우리의 삶은 일상에서도 쉼 없는 기다림의 연속이라는 사실이다. 기다림이란 자연의 원리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설익은 감을 따면 떫어 먹을 수 없다. 포도도 나무에서 포도를 따 바로 먹으면 맛있을 것 같아도 맛이 없다. 밀가루 반죽을 해서 바로 빵을 만들면 부드럽지 않고 딱딱해서 먹기 힘들다. 밭에서 방금 캔 감자는 바로 먹기에는 너무 독하다. 포도도, 빵도, 감자도 일정한 정도 숙성의 기간을 거쳐야만 제 맛이 난다. 

이처럼 살아있는 모든 존재는 생활 속에서 끊임없이 기다린다. 새 생명이 태어나기 위해서는 엄마의 자궁 속에서 10개월을 기다려야 하고, 아장아장 걷기까지는 일 년을 기다려야 한다. 유치원에 가고, 초·중·고등학교, 대학을 진학하기까지 무려 20여년을 기다려야 한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을 하고, 가정을 이루기까지 또 기다려야 한다. 결혼 후에는 자녀를 기다리고, 나이가 들면 죽음을 기다려야 하듯 인생은 기다림으로 시작해서 기다림으로 끝이 난다고 해서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심리학자인 미국 컬럼비아 대학 윌리엄 마스턴(Dr. William Marston)은 삼천 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많은 사람이 사는 목적에 94%가 결국 기다리는 데 있었다'라는 것이다. 그 많은 시간 속에 마음과 생각은 전부 기다리는 일에 쓰고 있었다는 것이다. '무엇인가를 기다리는데, 소식을 기다리고, 사람을 기다리고, 또 기회를 기다리고, 좀 더 변화되기를 기다리고, 좀 더 좋은 세월을 기다리고, 좀 더 발전되기를 기다리고…'라는 막연한 기다림이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그냥 "좀 나아지겠지, 행여 좀 나아지겠지" 하는 '희망사항'이라고 하는 기다림이다.

기다림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소망이라는 기다림은 약속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가진 소망 그 자체가 현재의 나를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며 내가 가진 소망으로 나를 미래의 존재로 만드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소망이라는 기다림은 객관적 약속이 있고, 내용이 있고, 그 미래로부터 현재로 생각하게 하는 그것이 바로 '소망'이다. 

지금 교회는 대림절을 맞이하고 있다. 대림절은 교회력으로 첫 출발점이며 성탄 주일 전 4주 동안을 말한다. 대림절이란 이 땅에 오셨던 주님을 기리고, 앞으로 다시 오실 주님을 대망하는 절기이다. 그 오심의 의미를 생각하면서 우리 삶을 정리하며 심령을 정화하는 절기이다. 그리스도를 기다리는 신앙 속에서 그리스도를 닮아가는 삶을 살게 된다. 그러면 어느 때까지 기다려야 될까? 기다릴 수 없는 상황 속에서도 기다리며 사는 사람은 위대한 사람이다. 끝이 안 보이는 기다림 앞에서도 절망하지 않는 사람은 오히려 절망을 지치게 한다. 이러므로 기다림을 아는 자가 인생을 알고 하나님을 닮은 자이다. 기다림은 내일의 희망이요 꿈이다. 기다림은 우리 인생을 성숙시키고 풍요롭게 할 뿐 아니라 인생의 성패도 기다림에 따라 좌우된다. 신앙의 최고봉은 기다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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