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광 시인/거제문화원장
윤일광 시인/거제문화원장

남자다운 남자를 일컬어 '상(上)남자'라 한다. 마찬가지로 우리 조상들은 일년 열두달 가운데 음력 시월을 '신성한달' '좋은 달' '으뜸달'이라 해서 '상(上)달'이라고 했다.

최남선은 '조선상식문답'에서 '상달은 10월로 일 년 중 농사가 마무리되고 햇곡식과 햇과일을 수확하여 하늘과 조상께 감사의 예를 올리는 기간이다'고 했다. 그래서 시월이 되면 나라에서부터 개인에 이르기까지 여러가지 세시풍속으로 바빴다.

예전에 나라에서는 추수감사제의 성격인 제천의식을 거행했다. 고구려 동맹, 예의 무천 같은 국행제(國行祭)의 흔적이 정월 보름이나 시월 상달에 개최하는 동제(洞祭)로 이어졌다. 동제는 지방에 따라 '산신제·서낭제·용신제·당산제' 등 이름이 다르긴 해도 마을 사람들이 공동으로 기원하는 제의(祭義)라는 점에서는 같은 맥락이다. 민가에서는 상달고사를 지냈다. 고사는 일반적으로 집안 단위의 의례이다. 좋은 날을 가려서 금줄을 치고 황토를 깔고 집 안으로 부정이 들지 않도록 금기를 지킨다. 제물로는 시루떡과 술을 준비했다. 제물을 차린 뒤 절을 하고 손을 비비며 축원했다.

정월대보름은 상원(上元), 7월 보름인 백중은 중원(中元), 시월 보름은 하원(下元)이라 했고, 하원 전후로 시제(時祭)를 모셨다. 시제는 기제(忌祭)와는 다르게 집안에서 지내지 않고 묘소에 후손들이 모여 지낸다. 또 시월이 되면 조상단지(삼신단지) 안에 햇곡으로 갈아 넣었고, 음력 시월 첫 번째 맞는 소날(丑日)·말날(午日)에는 마구간에 떡시루를 차려놓고 소나 말을 위해 고사를 지냈다.

'중년의 달은 뜨고/기러기 울며 가는 밤이면/내 사랑도 시월이야/내 인생도 시월이야' 김사랑 시인의 시 '시월이야'의 한 부분이다. '가을 탄다'는 말이 있다. 떨어지는 낙엽에 인생무상의 의미를 더해 괜히 울적해지고 쓸쓸해지는 외로움이다. 사랑도 시월이고 인생도 시월인 중년의 서글픔이 시리도록 묻어있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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