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이하 대우조선, 삼성조선)는 두 회사에 근무하는 직원들 뿐 아니라 거제시민 모두가 자랑으로 여기는 회사들이다.

두 회사의 규모와 매출외형은 비슷하지만 지역사회와 시민을 생각하는 태도에서는 판이하게 다르다.

대우조선은 대학을 비롯하여 초·중·고등학교와 유치원까지 세워서 직원자녀와 지역학생들에게도 문을 열어두고 있는 반면 삼성조선은 유치원 하나 짓지 않았다.

그뿐 아니라 대우조선은 종합병원과 박물관을 세워 주민들의 건강을 지키고 문화적 자양분을 공급하는 반면 삼성조선은 아예 모른 척 하고 있다.

그런데도 최근 삼성조선의 한 관계자가 “대우조선과의 단순비교는 옳지 않고 지역공헌도가 낮다는 지적은 반박할 가치가 없다”고 일축했다는데, 그 말은 삼성조선에서는 앞으로도 대우조선과 같이 지역을 위해 학교나 병원 등을 짓거나 세울 계획이 없다는 뜻이다.

대우조선이 자리잡은 아양·아주지역과 삼성조선이 있는 장평·피솔지역은 참 아름다운 곳이었다. 또한 그곳에 살던 사람들은 실로 순박한 농어민들이었다.

그들의 삶의 터전에 대한 이주 보상액이 1970년 당시 평당 500원에서 700원이었다면 지금 믿을 사람이 있을까. 그렇게 반 강제적으로 삶자리를 잃고 쫓겨난 원주민들의 상당수는 수십년이 지난 지금까지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다.

요즘 사람들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될 수 없는 방식으로 떠밀려난 사람들의 생활이 쉽게 피어 날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의 양대조선소는 이런 지역민의 희생을 딛고 세워진 것이기 때문에 지역과 시민을 위해 항상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지난해 태안 기름유출사고 이후 삼성조선에서는 1,000억원을 태안지역 발전기금으로 주었을 뿐 아니라 금년 여름에는 차량을 대대적으로 동원하여 태안지역으로 직원들을 유도하여 피서를 하고 왔다고 한다.

그 때문에 거제의 관광피서 인구가 예년에 비해 30%가량 줄어든 가장 큰 원인이 되었지만 일단 매우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사실을 접한 거제시민들의 마음 한편은 섭섭하다. 삼성조선이 언제 그들의 회사가 있는 거제를 위해 그 돈의 1/10인 100억원이라도 선뜻 내 놓은 적이 있었던가.

환경을 오염시킨 정도를 따져도 양대 조선소가 생긴 이래 누적된 오염물질의 양이 태안지역보다 오히려 거제도가 훨씬 더 많을 것인데도….

얼마되지 않는 ‘거제사랑 상품권’을 구입하는데는 인색한 회사가 삼성그룹의 이미지와 전 국민의 여론을 의식하여 1,000억원을 쉬 내놓는다는 것은 아무래도 쇼를 보는 듯한 느낌을 떨칠 수가 없다.

이런 삼성조선이 근래 두 가지 큰 계획을 발표했다. 하나는 통영시 도남관광단지 개발사업의 민간사업자로 선정되어 2,300억원을 투자한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삼성조선측은 “이윤을 추구하는 정상적인 기업활동”이라고 강변하지만 통영을 능가하는 관광자원과 잠재적 관광수요가 기다리는 거제에서 도남관광단지 조성 같은 사업계획이라도 세워본 적이 있었던가 묻고 싶다. 거제 땅에서 번 돈은 거제 땅 개발에 우선적으로 투자돼야 하는 것 아닐까?

또 하나는 고현항 인공섬개발 사업계획이다. 이 사업의 제안자가 삼성조선이라 하니 계획안대로 매립지가 조성되어도 삼성조선에서 배 만드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는 것이 명백해 졌다.

그렇다면 이 사업의 적임자는 삼성조선이 아닌 대우조선이 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앞서 지적했다시피 지역사회에 대한 공헌도 측면에서 대우조선이 월등하기 때문이다.

둘째 대우조선에는 구 진로건설이 합병돼 있어 객관적인 시공능력이 삼성조선보다 앞서있다. 또한 사업의 첫 제안자라하여, 사업지 인근에 있는 회사라 하여 사업의 적임자라 하는 생각은 완전히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고현항 인공섬 조성사업은 그 규모와 상징성에서 거제를 대표할 만큼 중요하고 큰 사업이다. 그런만큼 이 사업은 시작부터 끝까지 엄정하지 않으면 안된다. 삼성조선이나 대우조선이 아니더라도 우리 거제시에 가장 큰 이익을 줄수 있는 업체에게도 공정한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 사리를 모를리 없는 거제시장이 무슨 이유로 삼성조선과 덜컥 양해각서부터 체결하는 한탕주의식 깜짝쇼를 연출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

더구나 삼성조선측에 알짜 상업용지(47%가 아닌 53%)를 몽땅 던져주는 내용에 동의할 시민이 어디있단 말인가. 알맹이는 다 내주고 껍데기만 남는 사업이라면 과연 누구를 위한 사업인가! 그러므로 거제시장과 삼성조선 간에 체결된 고현항 인공섭 조성사업에 관한 양해각서는 원천적으로 무효다.

시민들이 동의하지 못할 권한까지 시장에게 줄 수 없기 때문이다. 목적이 아무리 좋아도 사업진행 과정과 내용이 투명하고 바르지 않으면 시민들의 지지를 얻을 수 없다.

이와 마찬가지로 그 회사가 속한 지역사회의 기대와 바람을 외면하는 회사는 지역시민들과 유리될 수 밖에 없고 그것은 결국 지역민들의 회사에 대한 냉대와 배척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삼성조선 측에 지적해두고자 한다. 지금부터라도 삼성조선에 대한 거제시민들의 평가를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혹여 삼성조선 측이 인공섬 관련 사업파트너를 국토해양부로 바꾸는 오만함을 드러낸다면 “다른 회사는 다 되어도 삼성조선만은 안 된다”는 거제시민들의 반발과 저항을 불러오게 될 것이다. 지역사회와 회사가 공존·상생하는 길은 얼마든지 열려있다.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는 것이다. 서로의 입장을 살려주는 것이다. 또한 서로 나누는 것이다. 동일한 업종의 울산 현대중공업은 매년 순수익의 1%를 지역사회를 위해 돌려(환원해)준다고 한다. 또한 다른 지역의 대기업들도 꾸준히 지역사회를 지원하고 있으며 또 그것을 서로 자랑한다고 한다.

삼성조선의 경영진은 이 나라 최고의 엘리트들이므로 그들의 양식을 믿고 싶다. 정녕 삼성조선은 어디에 있는 회사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