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속극(comedy of manners)을 처음 시도한 프랑스 희곡작가 모리엘이 어느 날 여러 친구들과 만찬회를 열었다. 술에 취해 철학과 인생을 논하고 있을 때 모리엘이 「이 귀찮은 세상, 사는 것보다 차라리 세느강에 몸을 던져 죽는 것이 얼마나 시적(詩的)인가!」라며 죽음을 찬미했다.

이에 주정뱅이 문인과 철학자들이 일제히 찬성하면서 「이렇게 말만 할게 아니라 지금 바로 세느강으로 가서 투신자살하자」 라며 모두가 주섬주섬 일어나기 시작했다. 모리엘은 당황했다.

그는 다시 외쳤다.

「이 일은 역사에 남을 일이요. 이왕이면 내일 아침 여러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멋지게 죽읍시다. 그러니 오늘은 마지막으로 우리가 좋아하는 술이나 실컷 먹어 둡시다.」

주정뱅이들이 생각하니 그 또한 옳은 말이다 싶어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이튿날 아침 술이 깨자 그들은 어젯밤의 일을 까마득히 잊어버리고 말았다.

인목대비(仁穆大妃)의 생부(生父)인 연흥부원군(延興府院君) 김제남(金悌男)이 영창대군(永昌大君)을 옹립하려다가 사사(賜死)당하고, 부인 노(盧)씨는 제주로 유배를 갔다. 하루 아침에 비천한 신세로 전락한 노씨는 먹고 살기 위해 술 거르고 남은 찌꺼기에 물을 붓고 걸러 팔았다.

한때 국모의 어머니였던 탓에 그를 돕기 위해 모여 들었다. 여러 사람들이 붐비니까 주객들은 급한 김에 「그냥 막 걸러 주소」하고 재촉한 이야기가 변하여 <막걸리>라는 이름이 되었다는 설이 있다.

막걸리는 청주(淸酒)를 떠내지 않고 막 거른 술로 탁주(濁酒)·농주(農酒)·재주(滓酒)·회주(灰酒)라고 한다.

옛날 일반 가정에서는 대개 지에밥에 누룩을 섞어 빚은 술을 오지그릇 위에 정(井)자 모양의 겅그레를 걸고 체에 부어 거르면 탁주가 되고, 용수를 박아서 떠내면 맑은 술(淸酒)이 된다.

달고(甘)·시고(酸)·맵고(辛)·쓰고(苦)·떫은(澁) 맛이 잘 어울리면서 적당히 감칠맛과 청량미가 곁들여진 막걸리가 손상된 간 조직을 회생시키고, 혈류를 개선시키는 효과가 있을 뿐 아니라 지게미는 혈압예방 효과에 탁월한 효능이 있다고 밝혀졌다.(san1090@hanmail.net)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