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영 시인
김무영 시인

정부뿐만 아니라 각 지자체에서 예산을 편성해 검토하는 시기다. 규모가 큰일은 국가 예산이 수반되기도 하지만 그 원천은 지역에서 출발한다. 먼저 구상해 지역 실정에 어울리는지 검토해 가능성이 보이면 예산편성을 위한 기초작업을 한다. 관련 부서나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실무진들의 논의를 거쳐 의회에서 타당성을 재검토해 편성에 들어간다. 중요한 것은 지역 정서나 실정에 맞는가 하는 부분이다. 예산을 투입해 일이 시작되기까지 여러 단계를 거치는 이유는 국민의 혈세로 이뤄지는 예산을 헛되이 쓰지 않게 하려는 노력이다.

예전에는 정책적으로 진행된 경우가 더러 있었다. 차량이 거의 드나들지 않는 곳에다 다리를 새로 놓거나 큰길을 내 몇년이 지나도 무용지물인 경우가 있었다. 요즘은 대체로 투명해 어느 정도 심의를 거치기도 하지만 그 과정에서 몇의 입김에 의해 결정된다면 그 일은 두고두고 잡음이 일게 마련이다. 이런 일들은 또 부실로 이어져 행정에 대한 불신의 빌미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참여예산 제도를 만들었다. 주민참여예산은 여론 형성층인 이·통장이나 주민자치회 등에서 지역민들의 의견을 모아 주민회합을 통해 우선순위를 정해 최종적으로 심의에 들어간다. 

주민참여예산은 주민 다수가 고질적으로 불편을 느끼고 있거나 제도개선 등 참신한 아이디어를 발굴해서 이를 바르게 잡거나 보완하고 조성해 주민생활 불편해소와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것이다. 이 제도 초기에는 지역에서 굵직한 일들을 올려 그럴싸하게 진행되는 듯 했다.

하지만 몇 해를 거듭하는 동안 지역의 웬만한 일들을 얼버무려 참여예산에 넣으려 하고 있다. 본 예산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주민 건의사항이라는 명목으로 참여예산에 올린다면 꼭 필요하고 참신한 일들이 차순위로 밀리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지역 평준화·형평성을 따져 참여예산 취지에 맞지 않는 일들이 버젓이 활개를 치는 것이다.

지자체 예산의 1/3 이상이 복지 관련 사업이다. 그래서 지역개발에 반영되는 예산은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물론 어렵고 힘든 계층을 위해 더 배려하는 것은 사회보장의 취지에도 맞는 일이다. 하지만 복지라는 이름으로 불필요하게 쓰이는 경우가 있으니 안타깝다. 자립할 수 있는데도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지원하는 게 문제다. 진정한 복지는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기틀을 만들어주는 일이다. 

한 곳에 잘못 편성되면 꼭 필요한 곳이 방치되고 마는 게 예산 구조다. 예산은 무한대로 편성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의 사업인지, 사업의 활용도나 효과는 얼마인지, 장래 지역발전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것인지,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 것이 예산 편성이다. 중복 투자로 예산을 낭비하는 경우가 있다면 심의에서 배제돼야 마땅하다. 

이것은 정부나 지자체뿐만 아니라 단체나 일반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정부에서 그동안 남발한 지역사업에 대해 검토에 들어가고, 그런 과정에서 부실한 내용을 잡아 바르게 지원하려는 정책은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이런 풍토가 지자체·단체·기업으로 조성돼 건전한 예산이 편성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고 정착돼야 할 일이다.

물론 거제지역에 더 많은 예산이 투입되길 바라지만 거제보다 더 긴요한 부분이 있다면 수긍할 줄 알아야 한다. 비슷한 일들은 예산을 집중해 일을 마무리 하는 것도 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일이다.

통신·수도·하수도 등 이런 사업들은 대부분 도로를 굴착한다. 부처별 사업이어서 서로 협의하지 않으면 포장하고 굴착 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예산 낭비는 물론 주민 불편까지 초래한다. 행사성 예산도 비슷한 맥락이라면 한데 묶어 제대로 할 필요가 있다. 

생활공간이 지역으로 나뉘어 있는 것 같지만 하나의 유기체다. 정책을 개발하는 일은 선의의 경쟁으로 가다가도 협의할 것은 협의해서 배려하고 화합하는 일이 예산편성에도 조성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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