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귀식 밀양교회 목사
민귀식 밀양교회 목사

오스트리아 출신인 종교철학자 마르틴 부버(Martin buber·1878-1965)의 유명한 저서 가운데 ‘나와 너’라는 책이 있습니다. 마르틴 부버는 이 책 속에서 “너와 나는 오직 온 존재를 기울여서만 만날 수 있다. 온 존재에로 모아지고 녹아지는 것은 결코 나의 힘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나 없이는 결코 이루어질 수 없다. 나는 너로 인해 나가 된다. 나가 되면서 나는 너라고 말한다. 모든 참된 삶은 만남이다”고 규정하면서 ‘참된 삶은 만남’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인간은 인격적인 만남이 이뤄지기까지는 항상 고독한 존재라는 것입니다.

우리 인간의 만남은 ‘나와 너’ 즉 사람과 사람의 참된 인격적 만남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런데 그 만남이 ‘나와 그것’과 같은 비인격적인 만남, 흥정의 대상인 물질적인 만남으로 변질 될 때 그 만남은 불행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내가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이 그 사람 자체가 아닌 그 사람의 돈과 그 사람의 권력과 배경에 집중되는 것이라면 그것은 참된 만남, 인격적인 만남이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우리 인간은 만남이라는 상황을 통해 삶이 이루어지는데 좋은 부모님을 만나는 것으로 인생이 시작되어 좋은 스승과 좋은 친구를 만나거나, 좋은 배우자를 만나는 경우 모두가 축복된 만남이라고 부러워하게 되지만, 그 반대로 실패한 사람들의 불행의 원인을 살펴보면 대부분 사람을 잘못된 만난에서 시작된 것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모두가 좋은 만남을 기대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참된 만남과 아름다운 만남의 복이 삶을 완전히 바꿔놓은 일화는 많이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를 하나님의 말씀에서 몇 가지 확인해보면 이스라엘 민족 해방자 모세와 여호수아의 만남, 구약 선지자의 대표라 할 수 있는 엘리야와 엘리사의 만남, 신약의 예수님과 베드로의 만남, 예수님과 삭개오의 만남 등을 비롯하여 세계기독교 역사 속에서 예수님과 어그스틴과의 만남, 한국 교회사에 보면 미국 선교사 스왈렌(William L. Swallen·1859~1954)과 김익두와의 만남 등 많은 복된 만남이 있었습니다. 그 많은 만남 가운데서 우리에게 큰 감동을 주는 만남 하나를 소개하면 앤 설리반 선생님과 그녀의 제자 헬렌 켈러와의 만남입니다.

앤 설리반은 술주정뱅이의 딸로 이 땅에 태어났고 그의 어머니와 남동생은 결핵을 앓다가 죽었으며, 앤은 나이 5살 때 걸린 병마로 인해 앞을 볼 수 없는 시각장애자가 되었으며, 정신이상의 행동을 하게 되면서 정신병원 지하 독방에 갇히는 불행한 신세가 되기도 했습니다. 정신 이상자로 취급받았던 앤에게 누구도 관심 기울이지 않았는데 그 정신병동의 간호사였던 로라가 매일 찾아가 과자 접시를 건네며 관심을 표하게 되었고 말을 걸며 책을 읽어주고 기도까지 해주었습니다. 그렇게 2년 가까이 지나게 되자 앤은 자신을 돌보아준 간호사 로라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했고, 그 결과 빠르게 건강을 되찾을 수 있었으며 퇴원 후 시각장애인 학교에 입학하여 성적이 최고 우수한 학생으로 졸업하기까지 했습니다.

그 이후 눈 수술을 받아 시력이 좋아진 앤은 어느 날 신문광고를 보게 됩니다. 그 광고의 내용은 “보지도 못하고 듣지도 못하고 말하지도 못하는 아이를 돌봐줄 사람을 찾습니다”하는 광고였습니다. 그때 새로운 사람으로 변화된 앤은 생각하게 됩니다. ‘내가 로라에게 받은 그 사랑을 이제 돌려주어야 할 때가 되었구나, 당장 나의 도움이 필요한 아이를 찾아가야 하겠다.’ 그렇게 결단한 앤이 만나게 된 아이가 바로 그 유명한 헬렌 켈러(Helen A Keller·1880-1968)입니다.

앤 설리반은 생후 19개월 정도 됐을 때 뇌척수막염으로 인해 시력과 청력 장애를 비롯해 언어장애까지 있었던 삼중고(三重苦)의 주인공 헬렌 켈러를 만나서 지고한 사랑으로 교육하기 시작했으며, 설리반의 지속적인 헌신과 섬김 속에서 열심히 공부하게 된 헬렌 켈러는 1904년 래드클리프여자대학을 졸업하게 됐고 5개국 언어를 하게 됐다고 합니다. 대학 졸업 후 헬렌 켈러는 장애인들에게 많은 관심을 가지고 전 세계 장애인을 위한 교육사업과 복지 사업에 공헌함으로 1964년에 미국 대통령의 훈장을 받았으며 그 후 노벨상의 주인공이 됩니다. 바로 로라와 엔의 만남, 이 만남이 절망적 인생을 살아가고 있었던 두 사람에게 희망의 삶으로 변화시키는 놀라운 축복을 누리게 했다는 사실입니다.

그렇습니다. 아름다운 만남은 놀라운 복을 경험하게 합니다. 우리 인생이 만남의 복을 온전히 누리기 위해서는 먼저 하나님과 만나야 하며 예수님과 만나야 합니다. 인생의 창조주와 구원자를 만나게 될 때 내가 나를 만날 수 있으며 내 안에 숨어있는 엄청난 가능성을 발견하게 되고, 내게 주어진 삶의 의미와 목적을 재발견할 수 있고 의미 있고 보람된 인생을 펼칠 수 있습니다. 이런 놀라운 변화와 능력은 참된 만남을 통해 가능함을 볼 수 있습니다.

내가 좋은 사람을 만나서 복된 인생을 사는 것도 축복된 삶이지만, 나를 만남으로 주변에 있는 많은 사람이 선한 영향력을 받고 행복해지는 것이야말로 정말 복된 삶입니다. 하나님의 자녀로 믿음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우리 성도들이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좋은 사람이 되어 주변을 잘 섬김으로 아름다운 만남의 복을 꽃피우는 복된 성도들이 다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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