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광 시인/거제문화원장
윤일광 시인/거제문화원장

예전에 있었던 유머다. "국수와 국시의 차이는?" "국수는 밀가루로 만들고, 국시는 밀가리로 맹근다." 국수는 한자어로 면(麵)인데 본래의 뜻은 '밀가루'지만, 밀가루로 만든 대표적인 음식이 국수이기 때문에 '국수'라는 뜻도 함께 가진다.

국수문화는 한국 중국·일본 모두 발달했지만 중국과 일본에 비해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덜 발달했다. 중국과 일본은 면이 거의 주식 수준이기 때문에 젓가락문화 중심이라면, 우리나라는 밥과 국 중심의 음식문화이기 때문에 숟가락문화 중심이다. 특히 중국은 면요리의 본고장답게 평생을 배워도 다 못배우는 것이 면요리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일본도 라멘·우동·소바(そば) 등 면요리의 천국이다.

지금은 국수가 서민음식으로 먹을 것이 만만찮을 때, '국수나 먹지'라며 언제나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지만, 전에는 쌀보다 밀가루가 더 비싸고 귀했기 때문에 밀가루로 만든 국수는 양반가에서나 먹었고, 서민들은 거친 메밀로 만든 국수를 먹었다. 송나라 사신 서긍(徐兢)이 쓴 고려도경(高麗圖經)에 '국수'라는 말이 최초로 등장하는데, '열 가지 음식 중에 국수가 으뜸이다' '밀의 수확량이 적어 중국으로부터 수입하여 값이 비싸므로 큰 잔치가 아니면 쓰지 않는다'고 했다.

국수의 긴 가락을 장수와 연관 지어 혼례나 회갑연 때 얻어먹을 수 있는 특별한 음식이었다. 이때 면발을 끊지 않고 먹었다. 목숨을 끊는다는 의미 때문이었다. 불가에서는 육식을 금하는 계율 탓에 음식이 소박하다. 먹는 즐거움조차 금지당한 스님들이 특별히 좋아하는 음식이 국수다. 국수가 나오면 스님들이 절로 미소 짓는다고 하여 국수를 일컬어 '승소(僧笑)'라 한다.

귀한 대접을 받았던 국수가 요즘은 라면에 밀려 보조음식이 돼버렸다. 이상국 시인의 '국수가 먹고 싶다'는 시가 생각난다. '사는 일은 /밥처럼 물리지 않는 것이라지만 /때로는 허름한 식당에서 /어머니 같은 여자가 끓여 주는 /국수가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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