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곤 거제제일교회 목사
김형곤 거제제일교회 목사

국회 대정부 질문 시간은 전쟁과 같은 설전과 고성이 난무한 것이 어제 오늘 문제가 아니다. 그만큼 국민들은 피로감을 많이 느낀다.

지난 6월14일 오후 3시20분쯤 제407회 국회 임시회 제3차 본회의 교육·사회·문화 대정부질문에서 본회의장은 마법처럼 정화가 된 느낌이다. 이 순간은 끝없이 이어지는 고성도 없고 야유도 사라졌다. 오히려 여야 의원들의 감동의 박수가 있었다. 김예지 의원의 발언에 오랜만에 가슴뭉클한 정치권의 모습에 작은 희망의 불씨가 됐으면 하는 마음과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설득력이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는 시각장애인이다. 안내견 '조이'의 도움을 받아 본회의장 발언대에 섰다. 조이를 옆자리에 앉힌 뒤 손가락으로 점자를 읽어 내려가며 질의를 시작했다. 장애인으로서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비례대표 의원이라고 말한 뒤 '장애인 학대 범죄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엄중한 처벌을 위해 법률제정 필요성, 장애인 정책의 방향과 정부의 역할 등을 질문'하면서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코이(Koi)라는 물고기가 있습니다. 환경에 따라 물고기 크기가 달라진다는 '코이의법칙'으로도 알려져 있는데요 작은 어항속에서는 10㎝를 넘지 않지만 수족관에서는 30㎝까지, 그리고 강물에서는 1m가 넘게 자라나는 물고기입니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의 기회와 가능성 그리고 성장을 가로막는 다양한 어항과 수족관이 있습니다. 이러한 어항과 수족관을 깨고 국민이 기회의 균등 속에서 재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정부가 더욱 적극적으로 강물이 돼주기를 기대하면서 저 또한 우리 사회의 소외된 분들을 대변하는 공복으로서 모든 국민이 당당한 주권자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김 의원이 발언을 마치자 여야를 가리지 않고 의원들의 박수가 나왔다. 일부 의원은 기립박수를 보냈다. 김예지의 '물고기 연설'이 삿대질 대신 기립박수 보냈다. 어항의 크기에 따라 몸집이 달라지는 물고기'코이' 이야기를 통해서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사회적 약자의 성장을 가로막는 다양한 어항과 수족관이 있음을 다시금 일깨워 주었고 정부가 더욱 큰 강물이 되어주길 기대한다는 큰 울림을 주었다. 

코이는 성장억제호르몬 분비가 가능해 물의 양·깊이 등에 맞게 몸크기를 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코이가 자라는 물에 따라 크기가 달라지듯 사람도 주변환경과 의지에 따라 자신이 발휘할 수 있는 능력과 꿈의 크기가 달라진다는 게 '코이의 법칙'이다. 다시 말하면 규범표기는 미확정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제한되고 갇혀있는 어항·수족관 세상이 아니라 강물이라는 꿈의 크기를 가지고 살아간다면, 더 나아가 사회적 약자를 위해 포용하는 여러가지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된다면 이것이 균등하고 조화롭게 살아가는 감동적인 일상이 될 것이다. 지극히 보편적·상식적인 사회가 될때 약하게 보이는 그들이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임을 말하는 뜻은 우리 마음을 흔들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아직도 약자들은 여전히 약자로서 살아간다. 내 자식이 이런 약자라고 하면 얼마나 가슴 아플까? 약자들이 장애물을 극복하고, 도전을 극복하고 성장의 기회가 되어 장애가 장애물이 될 수 없는 감동의 이야기가 사회 곳곳에서 들려오기를 최소한의 노력해야 할 것임을 오늘 숙제로 던져준 것이다.     

성경을 보면 "너희가 짐을 서로 지라. 그리하여 그리스도의 법을 성취하라"(갈6:2)고 한다. '짐'으로 번역된 헬라어 바로스는 무겁다는 뜻이다. 어떤 사람이 혼자 감당할 수 없는 무거운 짐을 뜻한다. 이 말이 신약성경의 다른 곳에서는 '수고' 또는 '중한 것'으로 번역되기도 했다. 그리고 '지라'는 말은 현재 능동태 명령법으로 '한 번뿐만 아니라 계속하여 지라'는 것이다. 그들이 갖고 있는 힘든 일들을 살피고 같이 나누는 생활을 해야 하는 이유는 '네 이웃을 사랑하라'는 말씀을 이루기 위한 하나의 행동규범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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