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귀식 밀양교회 목사
민귀식 밀양교회 목사

내 주변 가까이 있어도 마음이 없다면 멀리 사는 사람과 같고, 멀리 산다할지라도 마음과 관심이 있다면 가까운 거리에 사는 사람과 같은 사람으로,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공간적인 거리가 문제가 아니라 관심과 사랑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이심전심(以心傳心)이라는 말의 뜻은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하게 될 경우 모든 것을 이해하고 깨닫게 된다는 뜻에서 마음과 마음으로 뜻이 서로 잘 통하게 됨을 나타내는 말입니다.

오래 전에 한 청년이 작은 중소기업에 다니고 있었을 때의 일화입니다. 그 청년에게는 첫 직장으로서 그 직장에서 5년 정도 열심히 회사 일을 배우면서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크지 않은 회사라 월급은 많지 않았지만 그 청년에게는 자신의 꿈과 미래를 아름답게 펼치기 위한 희망의 발판과 같은 회사였습니다.

그런데 평상 시 몸이 쇠약하셨던 그 청년의 어머님에게 뜻하지 않게 병마가 찾아옴으로 가난했던 그의 집안 형편으로는 병원 치료비를 감당하기에 매우 힘이 들었습니다.

청년이 다니던 회사도 사정이 어려웠던 상황인지라 할 수 없이 월급을 더 많이 주는 큰 회사로 옮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잛지 않은 5년 간의 시간, 함께 일했던 직장 동료들은 그 청년이 회사를 그만둔다고 하자 다들 마음 아파 했습니다.

그 청년의 다급한 사정에 의해 후임에게 업무의 인수인계도 제대로 해주지 못한 채 마지막 날에는 자신의 소지품만 허겁지겁 정리해서 다급하게 사무실을 나설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밖에 서 계셨던 사장님과 청년이 속한 부서 과장님이 함께 서 계셨는데 사장님이 그 청년에게 마음을 담은 연분홍 쪽지 하나와 흰 봉투를 하나 전해 주셨다고 합니다.

“그동안 참 열심히 일을 해줘서 고마웠는데 사장이 되어서 월급을 많이 주지 못해 미안하네. 부디 어머니께서 쾌차하시길 빌고 힘내게. 이거 적지만 나하고 회사 사람들이 조금씩 모은 거야.”

봉투를 받기도 전에 울컥하며 눈물이 쏟아졌다고 합니다. 고개를 들어 회사 사무실 창문을 바라보니 함께 일을 해 온 직원들이 자신에게 손을 흔들어 주고 있었습니다. 벌써 30년도 더 지나 그 청년도 작게나마 공장을 운영하면서 그때의 그 고마움과 그 감사함으로 지금 자신의 회사 직원들을 대하고 있다고 합니다.

인간은 무엇으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요? 황금만능주의에 사로 잡혀서 돈에 얽매이고, 권세에 얽매이고, 시간에 얽매이다 보면 정말 소중한 가치를 잊어버리고 살 때가 너무 많이 있습니다. 비록 많은 것을 가지고 있지 않다할지라도, 가난과 궁핍함으로 삶이 힘들다할지라도,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아도 서로 알아주고 설명하지 않아도 서로 사랑하며 관심과 애정을 기울려 주는 동료와 이웃이 곁에 있다면 우리는 세상 그 누구보다도 부유하고 행복한 사람일 것입니다.

톨스토이는 그의 소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하는 책을 통하여 중요한 사실을 우리에게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소설의 줄거리는 대략 이렇습니다. 가난한 구두 수선공 시몬이 길에 쓰러져 있는 미하일을 구하게 되고, 그를 불쌍히 여겨 자신의 집에서 함께 살기로 합니다. 천상의 세계 하나님으로부터 벌을 받아 인간의 세계로 내려온 미하일은 시몬과 함께 살면서 시몬과 그의 부인 마트료나가 자신을 거두어 따뜻하게 대접하는 것을 보고 ‘사람의 마음속에는 하나님의 사랑이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또한 귀족 신사가 시몬의 구둣방을 찾아와 1년을 신어도 끄떡없는 구두를 주문했지만 정작 자신이 오늘 저녁에 죽게 된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함을 보고 ‘사람에게 주어지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를 깨닫게 됩니다.

더 나아가서 미하일은 엄마를 잃은 아이들을 지극정성으로 키우는 시몬의 부인 마트료나의 사랑을 보고 사람은 자신에 대한 걱정으로만 사는 존재가 아니라 이웃을 향한 아름다운 사랑으로 산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결국 사람은 ‘사랑으로 사는 존재라는 것’ 입니다. 그 사랑은 자신에 대한 사랑과 타인에 대한 사랑을 다 포함합니다. 자기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으면 아무도 자기를 사랑해 줄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자기만 사랑하는 사람은 행복한 삶을 살 수 없습니다.

사람은 사회를 이뤄 살아가는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입니다. 타인에 대한 사랑을 통해 진정한 자아를 완성할 수 있습니다. 타인에 대한 사랑은 함께 함으로, 베풂으로, 봉사로, 인권보장으로 표현될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사는 사회는 소득불평등과 양극화를 비롯하여 적폐 세력과 이념 갈등, 사회 부조리와 부정의, 물질 숭배와 비인간화, 인간소외와 폭력적 행동, 등으로 신음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갈등속에서 우리 인간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고민하게 되는데 결국은 사랑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내 자신과 내 주변에 있는 이웃들을 향한 사랑으로 사는 것, 그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을 듯합니다.

그렇습니다. 플로베르의 말처럼 “사람의 마음은 팔 수도 살 수도 없지만 줄 수 있는 보물”임에는 틀림이 없는 것 같습니다. 이심전심으로 사랑의 마음을 주고 받음으로 행복한 삶을 펼쳐가는 우리 모두가 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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