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곤 거제제일교회 목사
김형곤 거제제일교회 목사

1919년 3.1만세운동이 시작된 직후 기독교인들에게 '독립단 통고문'이라는 문서가 배포됐다. 일종의 행동강령과 같은 것인데 1919년 3월 평남 강서지역에 '독립단 통고문'이라는 전단지의내용은 이렇다. 

"우리 존경하고 고귀한 독립단 여러분이여, 어떤 일이든지 일본인을 모욕하지 말고, 돌을 던지지 말며, 주먹으로 때리지 말라. 이는 야만인이 하는 바니, 독립의 주의를 손상할 뿐이니 행여 각각 주의할지며, 신자는 매일 세 차례 기도하되 일요일은 금식하며 매일 성경을 읽되 월요일은 이사야 10장, 화요일은 예레미야 12장, 수요일은 신명기 28장, 목요일은 야고보서 5장, 금요일은 이사야 59장, 토요일은 로마서 8장을 돌아가며 다 읽을 것이라." 

3.1운동 민족대표 33인 가운데 유일하게 체포를 피한 뒤 중국 상하이로 건너가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밀알이 된 김병조(金秉祚·1877~1950) 목사가 1920년'한국독립운동사략(韓國獨立運動史略)'상편에 수록한 내용이다. 

암울하고 힘겨웠던 시대를 살아갔던 우리의 선배들은 고난 속에서 절망하지 않고 신앙인으로서 나라를 위한 민족 독립운동의 시대정신을 보여줬다. 폭력으로 맞서는 것이 당연한 상황에서 복음의 정신을 담은 행동 지침을 제시했다. 주권을 잃고 국운이 나락에 떨어져 소망이 없는 안타까운 상황에서 선배들의 영성은 마하트마 간디(Mahatma Gandi)의 영성과 다를 바 없는 철저한 비폭력 저항운동이었으며 신앙적 행동 지침이었다.

'독립단 통고문'을 더 상세히 들여다보면, 매일 3시에 기도하고, 주일은 금식하고, 매일 성경을 읽으라는 것이다. 매일 성경을 읽는 내용에도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월요일은 이사야 10장, 이스라엘을 멸망시킨 앗시리아에 대한 하나님의 징벌. 화요일은 예레미야 12장, 유다가 멸망한 원인에 대한 설명. 수요일은 신명기 28장, 이스라엘 백성이 다른 민족에게 침략받아 고통받게 되리라는 예언. 목요일은 야고보서 5장, 고난 당하는 기독인들에게 기도와 인내할 것을 권면. 금요일은 이사야 59장, 죄지은 백성이 회개할 때 하나님이 구원해 주신다는 예언. 그리고 토요일에는 로마서 8장, "지금의 고난은 장차 나타날 미래의 영광에 비해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내용이다.  

말씀과 기도를 통한 3.1운동 참여는 기독교인들의 독특한 것이었다. 고난 중에 소망을 잃지 않고 3.1운동에 지속적으로 참여하게 하는 원동력이었다. 또한 한국 기독교인들은 일제하에서 독립운동을 신앙운동으로 이해하였다. 그것은 하나님 사랑은 구체적으로 이웃 사랑으로 표현되어야 하였고, 이때에 이웃이란 일제라는 강도를 만나서 길가에 쓰러져 죽어가는 자기 동족이었다. 하나님 사랑, 이웃 사랑은 민족 구원 신앙의 기초가 되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나라와 민족을 위한 구국의 기도가 그때만이 아니라 지금도 기도하는 것을 빠뜨리지 않는다.

이는 3.1운동 과정에서 기독교회가 민족운동을 신앙고백 위에서 실천함으로써 이스라엘 민족의 고난의 역사와 우리 민족의 역사를 대비하고 있던 모습을 신앙적으로 승화해 보여준 것이다. 이만열 교수는"기독교의 항일독립운동은 민족과 신앙을 일치시킨 신앙운동이었다"고 밝혔다. 

또 김명실 교수는 "3.1운동을 기억하고 기념한다는 것은 일본의 억압에 저항했던 사건을 넘어서 오늘날도 여전히 존재하는 권력에 의해 자유가 제한되는 모든 억압들에 목소리를 내는 것까지 상기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일제강점기의 암혹한 시절에 애국 신앙으로 분연히 일어섰던 신앙 선배들처럼, 이 민족을 다시 살릴 하나 된 외침이 절실히 필요한 때이기에 이념·정파·지역·세대 간을 뛰어넘어 나라 사랑의 새로운 물결이 형성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램을 토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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