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일이 / 밥처럼 물리지 않는 것이라지만 / 때로는 허름한 식당에서 / 어머니 같은 여자가 끓여주는 / 국수가 먹고 싶다.」(이상국의 詩 ‘국수가 먹고 싶다’의 첫머리)

국수는 밀가루로 반죽을 만들어 가늘고 길게 뽑아내어 끓는 물에 삶아 먹는 음식이다. 생긴 모양이 길기 때문에 장수(長壽)를 상징하며 긴 국숫발처럼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라는 의미로 잔칫날이면 국수를 나누어 먹는 것이 우리의 오랜 관습이었다. 이런 풍습은 중국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일본 사람들이 면(麵)을 더 좋아한다. 소바(そば:메밀국수)가 행운을 가져온다고 연말연시에 가족이 함께 나눠 먹는다.

우리 국수는 거의가 건진국수다. 건진국수란 국수를 미리 삶아 건진 다음 고명을 얹고 장국에 말아 먹는 방식인데 조리 방법에 따라 따뜻한 국수(溫麵), 찬 국수(冷麵) 비빔국수로 나누어진다.

지역적으로 북쪽 사람은 찬 국수를 남쪽지방 사람들은 따뜻한 국수를 즐겼다. 일본 사람들도 도쿄를 중심으로 관동 사람들은 소바를 즐겨먹고 오사카를 중심으로 관서 사람들은 우동(うどん:가락국수)을 좋아한다고 하지만 지금은 지역 구분이 거의 없어졌다고 한다.

국수의 기원에 대하여 중국, 이탈리아, 아랍이 서로 국수의 원조라고 우기고 있는데 역사학자들은 동서양을 가로지르는 「실크로드」보다는 오히려 「누들로드」라고 부르는 게 옳다고 할 만큼 국수는 동서양 복합문화의 산물로 보고 있다.

우리 문헌에는 「고려도경」에 처음으로 보이고, 「고려사」에는 제례에도 면을 썼다고 기록하고 있지만 국수는 주로 일할 때 새참으로 먹기에 알맞은 사이음식이고, 끼니로는 점심때 많이 먹게 된다.

반죽을 칼로 썰다가 끝에 뭉툭하게 남는 것을 국수꼬리라고 부르는데 이것을 아궁이의 불을 헤집고 얹어 놓아 불기운에 의해 익혀지면 부풀어 오르면서 바삭바삭한 과자가 된다. 어릴 때 먹었던 이 맛을 잊을 수가 없다.(san109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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