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때 가장 기다려지는 것은 방학이다. 그런데 방학이 좋긴 한데 걱정도 있다. 유달리도 많은 숙제 때문이다. 방학 시작 며칠 동안, 모든 숙제를 다해버릴 듯이 설치지만 결국 사흘을 넘기지 못하고 만다. "뭐, 아직 방학이 많이 남았는데"라고 생각한다.

개학날이 가까워지면 바빠지기 시작한다. 몰아쳐서 할 수 있는 숙제가 있는가 하면 없는 것도 있다. 그 중에 대표적인 것이 일기쓰기다. '밥 먹고 공부하고 심부름하고…' 억지로 지어내는 것을 보면 천재가 따로 없다. 그러나 막상 날씨만은 난감한 문제다. 컴퓨터도 인터넷도 없던 시절이라 무슨 방법이 없다.

숙제는 미리하면 편하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한번쯤 애를 먹었으면 다음부터는 고쳐질 만한 일이건만 '숙제 몰아치기' 버릇은 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아니 어른이 돼서도 고치지 못하는 고질병이 됐다.

미국의 듀크대에서 인간의 자율과 선택에 관한 실험을 했다. 새 학기 첫날, 교수는 이번 학기는 별도 시험은 없고 3편의 페이퍼를 제출 받아 학점을 매기겠다고 말했다. A교실 학생들에게는 "페이퍼 마감일이 따로 없다. 종강 전까지 어느 때라도 제출하면 된다."

B교실에서는 "3편의 페이퍼를 제출하되 언제까지 내겠다는 약속을 써내고 그 날짜만 지키면 된다." C교실에서는 "세 페이퍼의 마감일은 각각 4주차·8주차·12주차이다. 여러분에게 선택의 여지는 없다." 이렇게 각각 다르게 제시했다.

결과는 어떻게 나왔을까? 간섭과 제한이 있었던 C교실 학생의 성적이 평균적으로 높았으며, 자율과 선택을 준 A교실 학생의 성적이 불량했다. C교실 학생들은 숙제가 밀리지 않아 평화로운 반면, A교실 학생들은 막판에 몰아치기 숙제를 하느라 고생에 찌들었다. 인간에게 자율과 선택이 주어지면 '미루기'라는 달콤한 유혹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것을 증명해 주었다. 방학이 끝나 가면 숙제몰아치기로 허둥거리는 초등학생을 보고 웃을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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