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진국 거제공증사무소 변호사
석진국 거제공증사무소 변호사

지난 24일 밤 10시 카타르에서 열리고 있는 축구 월드컵, 한국과 우루과이의 경기를 지켜봤다. 태극 전사들이 상대적으로 강한 상대방에 대해 위축되지 않고 활기차게 공격적인 경기를 해 마음이 뿌듯했다.

내가 어릴 때, 즉 1960년대와 1970년대 한국은 정말 못사는 나라였고, 좋은 것은 미제와 일제요, 나쁜 것은 국산품이었다. 그러나 이제 보라! 정말 많이 달라졌다. 국산품은 무조건 좋은 것이니 정말 격세지감이다. 모든 것은 변한다.

한국이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최종 예선에 올라와서도 호주에 막히고 이스라엘에 차여서 결국 몇 번이나 좌절한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은 아랍권·이슬람권을 통틀어 열리는 첫 번째 월드컵이고, 2002 한·일 월드컵 이후 20년만에 아시아에서 열리는 월드컵이다. 우리나라는 2022년 월드컵을 기준으로 아시아 국가중 11회(10회 연속 본선 진출)로 최다 출전했는데 아시아에서 1위, 전 세계적으로 6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한국전쟁이 막 끝난 1954년 스위스월드컵에 한국은 본선에 진출해 (아시아 배정은 오직 1표, 우리나라는 아시아 예선에서 일본을 꺾고 첫 출전) 48시간의 비행 끝에, 도착하자마자 헝가리에 0대9 패배, 터키에 0대7 패배해 처참한 기록을 세웠다.

이후 1986년이 될 때까지 32년간 월드컵에 진출하지 못했다. 1958년 대회는 참가 신청서를 분실해서 탈락했고, 1966년에는 당시 아시아 최강이던 북한과의 대결을 두려워해 예선전 참가를 포기하고 FIFA에 5000달러 벌금까지 냈다고 한다.

반면 북한은 1966년 런던월드컵에 첫 진출해 당시 우승 후보였던 이탈리아를 1대0으로 꺾고 8강에 올랐다. 당시 듣도 보도 못한 아시아 팀에 패배한 이탈리아 팀은 한밤중에 몰래 귀국했지만 성난 팬들이 던진 썩은 토마토를 뒤집어 써야 했다.

그런데 그 이탈리아는 2002년 월드컵에서 또 한국에 패배했으니 역사는 반복된다. 2005년 FIFA가 선정한 '월드컵 11대 이변' 중 두 개가 이탈리아 팀의 1966년·2002년 패배였다. 당시 북한팀은 8강전에서 포르투칼에 전반에만 3골을 몰아넣으며 4강을 눈앞에 뒀지만, 에우제비오(Eusebio)의 대활약으로 3대5로 역전패를 당했었다. 

우리가 자국 팀의 승리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스포츠는 전쟁의 대안이라는 말도 있다. 인간이란 서로 경쟁해 자웅을 겨뤄야 하는 본성이 있는데, 전쟁이라는 참혹한 수단 대신에 규칙이 있는 스포츠를 통해서 승패를 결정해 전쟁과 유사한 효과를 거두는 것이다. 

자국 팀이 승리했다는 것은 나를 포함하는 우리 민족이 우수하다는 뜻이니 나 자신이 우쭐해진다. 그 정권이 좋으나 싫으나 북한도 우리 민족이 이룬 나라이니까 당연히 내가 우쭐해진다. 나와 더 가까운 사람 즉 가족이나 친지·친구·동향인 등이 성과를 거두면 나의 위상은 더 높아진다.

스포츠에서도 부정 판정이나 선수매수 사건 등 나쁜 일이 일어나지만 그래도 전쟁 보다는 훨씬 낫다.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나고 있는 참상을 보라!  인간이란 정말 천사도 될 수 있고 악마도 될 수 있다. 
 작가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는 영국인 번역가에 의해 'Human Acts'로 번역돼 있는데, 1980년 광주에서 시위와 진압 과정에서 일어나는 인간의 야만과 희생을 다루고 있다. 천사냐 악마냐? 나를 포함한 모든 인간의 본성, 양심이냐 욕심이냐? 당신의 선택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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