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광 시인
윤일광 시인

옛날에 성질이 못된 시어머니가 있었다. 어느 날 며느리가 밥이 잘 되었는지 보려고 밥알 두 개를 입에 넣자, 시어머니가 보고 어른보다 먼저 밥을 먹었다며 몽둥이로 때려죽였다. 이후 며느리의 무덤가에 붉은 입술에 밥풀 두 알을 입에 문 모양의 꽃이 피었는데, 사람들이 이 꽃을 '며느리밥풀'이라 불렀다.

이팝나무의 전설도 비슷하다. 며느리가 제삿밥을 짓는데 늘 잡곡밥만 짓다가 모처럼 쌀밥을 지으려니 걱정이 되어 뜸이 잘 들었나하고 밥알 몇 개를 입에 넣었다. 마침 그걸 시어미가 보고 제사에 쓸 메밥을 며느리가 먼저 퍼먹었다며 온갖 구박을 다했다. 견디지 못한 며느리는 그 길로 뒷산에 올라가 목매어 죽었다. 이듬해 무덤가에 나무 한 그루가 자랐다. 흰 꽃이 마치 사발에 소복이 얹힌 흰 쌀밥처럼 보여 '이밥(이팝)나무'라 했다.

며느리가 미우면 예쁜 것도 밉게 보인다. 며느리 흉을 보다 못해 배꼽이 예쁜 것까지 못마땅해서 붙인 풀이름이 '며느리배꼽'이다. 며느리배꼽과 닮은 풀로 '며느리밑씻개'도 있다. 줄기엔 거칠고 까슬까슬한 가시가 돋아나 있다. 며느리가 똥 누고 있을 때 시어미가 똥 닦으라며 줬다는 풀이다.

며느리가 되면 벙어리 3년·귀머거리 3년·장님 3년이라 했으니, 그 속 터지는 세월 속에 참고 살았던 우리네 옛 여인들의 슬픈 이야기가 숨겨져 있는 풀들이다.

여성부에서 '며느리'라는 말이 여성비하적 표현이라며 호칭문제를 들고 나왔다. 그 근거로 며느리의 어원은 '덧붙여 기생한다'는 '며늘'과 '아이'의 합성어로 '남편에 기생하는 존재'로 보았다. 그러나 '며늘'의 해석이 근거가 없다고 학계는 지적하고 있다.

또 하나는 '며(멧밥)+나리(나르는 사람)'인데, 국어 학자들은 '며(메)'를 '밥'으로 보는데는 동의하지만 '나리'에 대해서는 무리가 따른다고 말한다. 며느리라는 어원부터 먼저 정립해야 하는데 여성부가 좀 앞서가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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