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탐방】 경남산업고등학교 야구단

거제 최초의 야구단인 경남산업고 야구부와 경남산업고 홍세철 교장, 권두조 감독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강래선 인턴기자
거제 최초의 야구단인 경남산업고 야구부와 경남산업고 홍세철 교장, 권두조 감독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강래선 인턴기자

'따~악' 맞는 순간 홈런을 직감한 이재륜 선수 관중석을 향해 양손을 높이 들어 세리머니 한다. 대한민국 국가대표 4번 타자 탄생을 알리는 초대형 끝내기 만루 홈런이라는 장내 아나운서의 멘트가 나오자 관중석은 흥분의 도가니로 바뀐다. 

10년 뒤 이 모습이 자신이기를 상상하며 오늘도 운동장에서 땀을 흘리는 경남산업고등학교 야구 선수들.

경남산업고 야구단은 야구 불모지 거제에 생긴 최초의 고등학교 팀이다. 그동안 거제에는 리틀 야구클럽과 외포중학교 야구팀이 전부였다. 이후 소질이 있는 선수들은 꿈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타 도시로 전학을 가야 했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거제시야구협회 김규연 회장과 경남산업고 홍세철 교장 선생님의 야구 사랑 열정과 노력으로 롯데자이언츠 원년 멤버 권두조 감독을 모시고 거제 최초의 고교 야구단이 탄생할 수 있었다.

경남산업구 야구부 연습 모습. /강래선 인턴기자
경남산업구 야구부 연습 모습. /강래선 인턴기자

# 야구 볼모지 거제 고교 클럽팀 탄생

열일곱의 나이에 대구 집을 떠나 거제로 야구유학을 온 경남산업고 주장 이재륜(17) 선수는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포수 야디어몰리나 선수를 롤모델로 정하고 오늘도 훈련에 임하고 있다고 한다. 

"부모님과 동생이 보고 싶은 거 말고는 모든 것이 만족스럽고, 특히 운동과 공부를 병행해서 더욱 좋다. 예전에는 생각하지 못한 프로야구 선수 말고 제2의 꿈도 가지게 됐다"고 웃으며 말했다. 

고교 1년생이라고 보기에는 다소 커 보여 키를 물었더니 184㎝라고 자랑스럽게 말하는 이재륜 선수는 아직 1학년이 전부인 신생팀 주장으로 책임감을 느끼고 팀워크와 기본기를 강조하는 권 감독의 가르침을 항상 머릿속에 담고 연습하고 있다고 했다.

또 대구에서 야구할 수도 있는데 왜 거제까지 내려왔냐는 질문에 "시합에 뛰고 싶어서 왔다"고 당차게 말했다. 

경남산업고 야구부와 권두조 감독. /강래선 인턴기자
경남산업고 야구부와 권두조 감독. /강래선 인턴기자

부산정보고등학교에서 투수로 활약한 서인준(17) 선수도 권두조 감독이 눈여겨보고 있는 선수중 한 명이다. 8월에 전학 온 서 선수는 이곳 경남산업고에서 야구할 수 있어 너무 행복하고, 나중에 LG트윈스 정우영 같은 강속구 투수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그도 그럴 것이 현실적으로 1학년 선수가 주전으로 시합에 나가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이곳은 다르다. 지난 19일 경남도내 8개 학교가 참여하는 거제시장배 야구대회에 주전 포수와 투수로 나서기도 했다.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이것이 경남산업고 야구단의 큰 장점이자 미래라고 권 감독은 밝혔다. 

권 감독은 야구인생 60년을 갈무리하는 시점에서 부산의 야구 변방 강서구 지역 중·고교 팀을 맡으려고 조율하던 중에 우연히 경남산업고 클럽 야구팀을 맡을 수 없냐는 제의를 받았다고 한다. 

이후 거제에 내려와 김규연 야구협회장과 경남산업고 홍세철 교장의 열정에 감복해 흔쾌히 승낙하고 지난 4월20일 정식 야구단 창단 협약식에 참여했다.

일사천리로 일을 진행할 수 있었던 것은 권 감독의 평소 인품이 큰 역할을 했다고 홍 교장은 말했다.

야구단 창단의 첫 번째 관건이 선수를 모집하는 일인데 졸업하는 중학교 선수는 올 연말 이후나 가능했기에 기존 고교 선수를 데리고 와야 했다. 기존 고교 팀에서 선수를 빼 오기가 만만치 않음에도 불구 평소 덕장으로 소문이 자자해 후배 야구 감독들이 도와주고 또 평소 인맥을 동원 두 달여만에 14명의 선수를 모았다. 

야구부 연습 모습. /강래선 인턴기자
야구부 연습 모습. /강래선 인턴기자

아직 뚜렷한 붙박이 주전 선수가 없어 모두 다 주전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경쟁하고 있어 내년 정식 대회에서 경남산업고 야구단이 어떤 성적을 낼지 아무도 예견할 수 없을 정도로 미래가 기대된다는 것이 코치진의 설명이다.

홍 교장은 "비록 교기로 지정되지 못해 학교 차원의 충분한 지원을 해줄 수 없는 것은 안타깝지만 야구단이 생겨남으로 학교가 더욱 활기가 넘치고 동문 선배들과 지역민들의 관심이 벌써 피부로 느껴질 정도로 뜨겁다"고 말했다.

지난달 경남산업고 동문(11회 졸업생 김상문씨)이 야구부에 발전기금으로 1000만원을 쾌척했고, 박종우 거제시장도 야구단 지원을 위해 야구장 신설과 실내훈련장 마련을 검토하는 등 하청면이 지역내 야구성지로 부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고교 야구부 하나가 생겨서 무슨 변화가 있을까 생각하는 분도 있겠지만 우선 야구를 좋아하는 아이들이 외지로 나가지 않고도 계속 운동을 이어갈 수 있어 학부모들의 걱정을 덜어줄 수 있다"면서 "전국 대회 유치로 학부모 등 외지인들이 들어와 쓰는 비용도 만만치 않아 지역 경제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니 인터뷰] 경남산업고 야구단 권두조 감독

"신바람 야구로 고교야구 판도 바꿀 터"

경남산업고 야구단 권두조 감독. /강래선 인턴기자
경남산업고 야구단 권두조 감독. /강래선 인턴기자

"60년 야구 인생의 마무리를 거제에서 할 수 있게 해준 거제시민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작은 능력이지만 거제가 야구의 성지로 탈바꿈하는데 작은 밀알이 되겠다는 각오로 임할 생각입니다." 

경남산업고 야구단 권두조(71) 초대 감독은 우선 거제의 기후 조건이 사계절 운동할 수 있을 정도로 너무 좋다고 했다. 리틀 클럽 선수와 중학교 선수 한 곳뿐이지만 사회인 야구도 활성화 돼 야구를 할 수 있는 인프라도 계속 만들어질 예정이어서 잘만 훈련하면 거제에서도 국가대표는 물론이고 메이저리거 선수도 나올 수 있다고 자신했다.

권 감독은 "야구가 좋아서 하는 운동이 될 수 있도록 먼저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기본기를 익히는데 주력하고, 학생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도록 인성을 중요한 덕목으로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야구만 잘해서는 절대 훌륭한 프로선수가 될 수 없음을 아이들에게 심어주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며, 적당한 동기 부여로 스스로 알아서 훈련하는 분위기 조성에 가장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내년에는 외포중을 비롯 부산·경남 유망주들을 모집해 새로운 고교야구 강자로 경남산업고를 떠올리는 날이 빨리 현실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나갈 것이라며 지켜봐 달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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