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광 칼럼위원

1.

여름만 지나고 나면 거제만큼 욕 들어 먹는 지역도 드물 것이다. 어떻게 된 일인지 거제만 다녀가면 좋은 추억거리를 남겼다는 댓글 보다는 불만투성이에 욕지거리까지 해대는 글을 보면 거제에 살고 있는 사람으로 기분이 꿀꿀하기 그지없다.

그런 글을 남기는 사람의 인품도 문제겠지만 「관광거제」를 표방하는 우리 모두 진솔한 자기반성이 있어야 한다.

여름 피서객이 거제를 찾는 수만 보더라도 수수방관하고 있을 일이 못된다. 2006년도 대비 2007년도에 약 15%의 피서객이 줄었고, 금년에는 전년도 대비 17%가 감소했다고 한다.

심지어 어느 언론에서는 작년에 100만 명이던 피서객이 올해는 67만 명에 불과하다는 집계도 내 놓았다.

이는 기름값 상승으로 비단 거제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적 현상이라고 말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거제를 다녀간 일부 관광객들이 비싼 숙박요금과 불친절 등의 사례를 인터넷과 입소문을 통해 불만을 토로한 것이 치명적인 영향이라고 진단하기도 한다.

더구나 피서지의 상인들은 알뜰 피서객 때문에 오히려 장사가 되지 않아 죽을 지경이라고 엄살을 떤다.

그러나 이런 이야기들은 하나도 새로울 게 없다. 어제 오늘 하는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거제시는 요금 예고제, 바가지 리콜제 등을 비롯하여 특단의 조치로 단속하고 있는 것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피서객은 여전히 불만투성이고 피서객 수는 갈수록 줄어지고 있으니 탈이다.

2.

「관광거제」의 특징은 자연환경을 자원으로 한다. 여름이라는 계절의 특수성과 더불어 천혜의 자연경관, 그리고 자연이 만들어 낸 환경이 강점이다. 좀 나쁘게 말하면 아무 노력도 힘도 들이지 않고 우연히 만들어진 자연의 덕만 보고 있는 셈이다.

현대사회에 있어 가장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 중의 하나가 「관광(觀光 tourism)」이다. 「보이지 않는 무역」「굴뚝 없는 공장」 등으로 비유되는 3차 산업의 꽃이라 일컫는다.

문제는 관광의 주체인 관광객을 어떻게 끌어들이느냐 하는 것이 관건이다. 아무리 훌륭한 관광자원이 있어도 관광객이 오고 싶어 하지 않는다면 말짱 헛일이다. 관광의 의욕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유인가가 있어야 한다.

사람들은 교통의 발달과 개인소득의 향상, 여가시간의 증대로 인하여 전국 어디든 가 보고 싶은 곳이 있으면 쉽게 달려가게 되어 있다.

그런데 거제 관광은 있는 자연에만 의존할 뿐 거기에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만한 문화적 자원을 가미(加味)하는 데는 소홀하고 말았다.

3.

거제는 여름이 특수(特需)라면 경기도 화천은 겨울이 특수다. 그래서 그들은 겨울축제인 「산천어축제」로 금년에 130만 관광객을 불려 들였다.

지역 경제 파급효과는 600억이 넘는다. 이제 화천산천어축제를 중국하얼빈 얼음축제, 일본 삿포로 눈축제와 더불어 아시아 3대 겨울축제로 만들겠다는 야심 찬 계획에 부풀어 있다.

인구 겨우 7만 명에도 못 미치는 거창군은 여름이면 국내외 극단의 우수한 연극을 한데 모은 야외연극축제를 통해 올 여름 16만명의 관객을 불려 들였고, 인구라야 고작 4만 명에 불과한 전라도 함평군은 나비축제로 연간 200만 명이 다녀가는 성공한 지역축제로 자리 잡았다.

「관광거제」는 테마가 없고 축제는 더 더욱 없다. 「여름」과 「바다」라는 대주제 속에 낭만 넘치는 여름을 펼쳐 놓아야 한다. 이를테면 해변의 밤풍경을 즐길 수 있는 「선상에서의 별밤」도 멋진 프로그램이 될 수 있다.

겨울 화천처럼 「거제의 여름」이라는 브랜드가 있어야 한다. 놀러오는 피서가 아니라 테마가 있는 피서·축제가 있는 피서가 되어야 한다.

여름이 되면 거제에 가지 않고는 몸살이 날만한 향토색 짙은 특성화된 테마와 축제로 발길을 붙잡아야 한다. 거기에 거제관광의 이미지 개선을 위한 공격적인 관광마케팅으로 관광객의 불만을 최소화 하는 일은 당연한 것이고.

달랑 자연만 믿고 있는 지금 이대로는 「관광거제」 실패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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