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영 국립창원대학교 총장

국립 창원대학교 이호영 총장. /사진= 강래선 인턴기자
국립 창원대학교 이호영 총장. /사진= 강래선 인턴기자

전국 국·공립대학교 총장협의회 회장이자 창원대학교를 이끌고 있는 이호영 총장은 거제가 낳은 대한민국 교육계 거두(巨頭) 중 한 사람으로 평가된다.

전국 41개 국·공립대학교 총장의 협의기구 수장·창원대 수장인 그는 고향 거제에 대한 그리움과 애정은 한결같다.

1969년 개교 이후 8만5000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창원대는 경남의 중심에서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인 인재양성 대학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하지만 수도권 집중화와 인(in) 서울 대학 중심이라는 시대적 조류에 밀려 위기를 맞고 있다.

이는 창원대만의 문제가 아니라 수도권 일부 대학을 제외한 전국에 산재해 있는 지방대학 전체의 위기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런 총체적 위기 상황에서 110만 창원시의 유일한 국립대학으로 경남을 넘어 국내 최고의 인재양성으로 자원이 부족한 경제 대국 대한민국을 성장 발전시키는 길은 고등교육의 질적 향상에 있다고 강조하는 창원대학교 이호영 총장을 만나보았다.

창원대 학생회관(사림관) 내 스터디카페. /사진= 창원대 제공
창원대 학생회관(사림관) 내 스터디카페. /사진= 창원대 제공

Q. 지방대학 위기론이 화두로 대두되고, 특히 벚꽃 개화시기 순으로 대학이 사라질 것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해결방안은 없는가.
=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학령인구의 감소와 수도권 집중화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음에도 불구 대비책이 부족했던 것이 그 시기를 앞당겼다고 본다.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인 대한민국의 탄생은 그야말로 기적이며 교육의 힘이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 초·중등 교육은 입시에 맞춰져 있고 고등교육은 재정 투입의 선순환이 이뤄지지 않아 질적 경쟁력 하락으로 국가 근간이 흔들릴 정도의 위기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정부가 나서 재정투입을 하지 않으면 해결될 수 없다. 대학이 R&D기술 핵심인력 양성을 할 수 있도록 재정 투입에 정치권이 나서야 하는데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적다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

지금이라도 국민들이 고등교육이 무너지지 않도록 재정확충의 필요성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언론의 역할도 중요하다.

국립 창원대학교 이호영 총장. /사진= 창원대 제공
국립 창원대학교 이호영 총장. /사진= 창원대 제공

Q. 학생들이 공유하는 대화방에 '창은우'라는 애칭으로 불리고 있던데?
= 좀 쑥스럽지만 학생들이 '창원대 차은우'라고 치켜세워줘서 생긴 애칭이다. 아마도 MZ 세대 학생들과 소통하기 위해 그동안 학교 강의실과 도서관·학교 곳곳의 야외카페 신설 등 눈높이를 맞춘 소통에 후한 점수를 주지 않았나 싶다.

총장 취임 이후 가장 먼저 바꾼 것이 학생들이 머물고 싶은 캠퍼스 환경 조성이었다. 대학은 새로운 학문을 배우는 곳이기도 하지만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돌파구를 찾아가는 여정의 장소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요즘 MZ 세대는 도서관보다는 카페에서, 잔디밭 교정보다는 식당에서 모이는 이유를 알고 난 뒤 도서관과 강의실 등 대학을 학생들이 머물고 싶은 공간으로 바꿔 주고 싶었다.

창원대 캠퍼스 혁신파크 조감도. /사진= 창원대 제공
창원대 캠퍼스 혁신파크 조감도. /사진= 창원대 제공

Q. 총장 취임 후 창원대에 어떤 변화가 있었나.
= 국책사업 등 재정확충의 성과를 기반으로 한 인재양성과 교육·연구역량 강화, 학생중심 미래교육 혁신공간 구축, 지역사회에 열린 국립대학의 역할 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3년 동안 정부 지원 국책사업 유치 등을 통한 재정확충 등 총 3100억원(49개 사업·1147개 연구과제)의 괄목할 성과를 일궈냈다. 특히 올 6월 '캠퍼스혁신파크사업'과 'LINC3.0사업' 등 대형 국책사업을 잇달아 유치하면서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창원대 '유니콘밸리 캠퍼스 혁신파크' 대상지는 창원대 동문 창원중앙역세권 인근에 학교가 터를 제공하고 창원시와 중앙정부가 500억원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이것이 완공되는 2026년 창원은 새로운 기업 200개가 생겨나고 지역인재들이 유입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사업은 결코 창원대만을 위한 사업이 아닌 창원특례시와 경남도의 미래 발전을 위한 사업이라고 확신한다.

또 국책사업인 대학혁신지원사업을 통해 중앙도서관에 학생 중심의 개방·공유형 창의·융합 학습공간과 취·창업 지원을 위한 공간 플랫폼 등 교육혁신 인프라를 구축한 성과가 대표적 사례다.

아울러 캠퍼스에 조성된 로즈가든과 메타세쿼이아 숲길·코스모스 정원 등 맞춤형 조경은 대학 구성원은 물론 지역사회에 열린 대학을 실천하는 공간혁신의 하나로, 지역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열린 대학을 구현하고 있다.

창원대 도서관 내부. /사진= 창원대 제공
창원대 도서관 내부. /사진= 창원대 제공

Q. 고향에 대한 어린시절 추억은.
= 진주교대 1회 졸업생인 부친은 장승포초등학교 교장으로 30년간 교직에 몸담아 온 분이셨다. 그런 영향으로 태어나서 처음 본 곳이 학교였고, 그곳은 유년 시절 유일한 놀이터였다. 여섯 살 때인가 학교 등사실에 들어가 시험지를 만들어내는 등사잉크를 가지고 놀다가 온통 검은 먹물을 칠한 채 아버지 손에 끌려 나왔다.

또 교무실 앞에 매달려 있는 종을 치면 아이들이 교실 밖으로 우르르 나오고 또 종을 치면 들어가는 모습이 너무 신기해서 선생님이 들어가고 난 뒤 종을 치고 도망간 기억도 새록새록 떠오른다.

창원대 사림폭포 스터디카페 쏠마루. /사진= 창원대 제공
창원대 사림폭포 스터디카페 쏠마루. /사진= 창원대 제공

Q. 거제시민들이 조선업 침체로 경제적 어려움이 처해 있다. 거제시 발전을 위한 조언은?
= 곰탁곰탁 칠백리 해안선을 갖춘 천혜의 비경 거제시. 조선업도 중요하지만 이젠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해양 관광산업에 심혈을 기울일 때이다. 지중해 유명 관광지에 비해 훨씬 좋은 자연경관을 갖추고 있는데 이를 활용하지 못하는 것이 조금 안타깝다. 

난개발을 통한 관광지 개발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에 색을 입히거나 국제 크루즈선 입항 유치 등 다른 곳에서 찾아보면 좋은 아이디어가 많이 있다. 모르면 배워야 하고 가만히 있으면 아무것도 달라질 수 없다. 무엇보다 공무원 의식이 바뀌어야 한다. 담당 공무원이 세계적 관광지를 직접 가서 보고 거제관광에 활용해야 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 그러기 위해서는 단체장이 먼저 배워서 변화의 선봉에 서는 것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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