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 거제다대교회 목사
김수영 거제다대교회 목사

8월15일은 우리나라가 일제치하에서 해방됐던 77주년 맞는 광복절입니다. 대한민국은 1945년 8월15일 해방 이후부터 평안하고 안정된 삶보다 진폭이 큰 사회변동과 그에 대응하는 이념적 갈등으로 인해 오늘날까지 극심한 혼란과 갈등의 소용돌이 가운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같아서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왜냐하면 자연재해는 어쩔 수 없는 국면이 있다고 하지만, 이념적 갈등으로 인해 생기는 역사의 소용돌이는 인재에 속하기 때문이지요.

지정학적으로 보면 우리나라는 숙명적으로, 주변 강대국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는 처지에 있기에 자연적으로 자주적인 집단과 강대국에 의지하려는 사대주의 집단이 각축을 벌이며 우리 사회를 리더하게 됐는데, 자주적인 집단은 자국 내 민심의 지지가 확실하지 않으면 그 기반이 취약할 수밖에 없는 반면, 사대주의 집단은 강대국의 지원만 받으면 힘을 쉽게 확보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있었기에, 우리나라 역사의 전개 과정에서는 대체로 사대주의를 지향하는 세력이 주도권을 잡고 이끌어 왔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당나라를 끌어들여 반쪽짜리 통일천하를 이루었던 통일신라가 그랬고, 소국이 대국을 거역(以小逆大)할 수 없다는 명분으로 위화도 회군을 주도했던 이성계가 그랬으며, 오늘날 한미동맹 또한 우리나라 국력의 한계로 인해 강대국을 주체적으로 대하지 못하고, 상전으로 모시면서 관계를 맺고 있는 것 또한 같은 맥락의 서글픈 우리나라의 역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중 8.15해방은 우리 민족이 주체적으로 새로운 역사를 이뤄갈 수 있도록 한 하나님이 우리 민족에게 허락하신 절호의 기회였는데, 우리의 선조들은 어리석게도 그 기회를 놓치고 말았습니다.

BC 620여년 전 이스라엘(유다)백성들이 70년의 바벨론 포로생활 후 페르시아 고레스 왕의 해방령으로 고국으로 돌아와 나라를 새롭게 하는 정책을 세우고 추진했던 역사가 구약성경 느헤미아서에 기록돼 있습니다.

스룹바벨과 예수아를 중심으로 느헤미아가 무너진 이스라엘 정기를 바로 세우려고 예루살렘 성전건축을 주도하면서 하나님 앞에 바로 서는 민족이 되고자 했으나, 많은 저항세력 때문에 원만하게 진행되지 못하고 큰 어려움을 겪게 되는데. 그 당시 방백인 르훔과 서기관 심새가 페르시아 왕에게 고발장을 보내기도 했으며, 산발랏과 도비야는 앞장서서 사람들을 선동하면서 공사를 적극적으로 방해를 하는 바람에 한때 공사를 중단하기도 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오랜 세월에 걸쳐 결국엔 완공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느5:3-5) “우리가 밭과 포도원과 집을 저당 잡히고, 돈을 빚내서 왕에게 세금을 바쳤도다. 그런 우리 자녀들을 종으로 파는도다.

우리 딸 중에 벌써 종된 자가 있고, 우리의 밭과 포도원이 이미 남의 것이 되었으니 우리에게는 아무런 힘이 없도다” 하며 성전건축에 힘을 보탤 수 없다고 하자, 느헤미아는 가난한 농민들에 대한 수탈과 착취를 근절하는 개혁을 단행함으로서 나라를 새롭게 하여 그 역사를 이루었던 것입니다. 고난을 겪은 후 새로운 역사를 이루어가는 데 중요한 것은 나라의 기틀을 바로 세우는 것인데, 이스라엘 백성들에게는 하나님 중심의 신앙회복과 율법의 확립 및 생활화가 가장 우선이었던 것입니다.

우리 민족에게는 해방 후 조선 봉건왕조시대가 끝나고, 새로운 역사를 이루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일은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는 것이었습니다.

무슨 말인고 하니 민족을 배반하고 일신영달을 누렸던 사대주의 친일세력을 척결하고, 민족 자주정신을 가진 사람들이 나라를 새롭게 건설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초대 이승만 대통령은 반일주의자였지만 국내 권력기반이 취약했기에 친일세력들을 자신의 정치적 기반으로 대거 기용하므로, 친일정권이 되고 말았으며, 그러다 보니 반민특위는 해체됐고, 반공(공산주의 반대)의 옷으로 갈아입은 친일세력은 친미세력으로 변신해 우리나라 곳곳에 주류세력으로 포진해 나라를 좌우우지 하게 되면서 우리의 역사는 한없이 왜곡됐고, 지난날 민족의 반역자이었던 저들이 민족자주독립을 지향했던 세력들을 탄압하기 시작하면서 나라의 정의는 무너지고 말았던 것입니다.

요즈음도 보면 다른 날도 아닌 8.15집회에 버젓이 일장기와 성조기를 들고나와서 집회하는 것을 보면 그 여파가 지속되고 있음을 볼 수 있으며, 77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이념 갈등과 대립의 원인이 되고 있어서 참으로 걱정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번 광복절은 우리 민족을 긍휼히 여기시어 일제로부터 극적인 해방을 허락하셨던 하나님 앞에 지난날 역사를 바로 세우지 못한 잘못을 철저히 반성하면서, 지금이라도 이 민족을 진리(정의) 위에 바로 세우는 것이 이 시대의 소명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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