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이 되던 1945년 글자를 모르는 사람이 78%였다. 문제는 선거 때였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기호 대신 작대기를 사용했다. 투표용지에 작대기를 세어보고 자기가 지지하는 사람을 찍었다. 거리에서는 '작대기는 하나, 작대기는 하나 홍길동'이런 식으로 선거운동을 했다.

인도에서는 아직도 글자를 모르는 사람이 1/4이나 되기 때문에 연꽃·나비 심지어 빗자루·베개·싱크대 등 유권자들에게 친숙한 물건들을 정당의 상징으로 내세워 그 문양을 보고 투표하고 있다.

해방 후 열에 여덟은 까막눈이었는데, 한글정책으로 10년만에 열에 여덟은 글자를 알게 됐고, 지금의 우리나라 문맹률은 1% 이하로 세계에서 제일 낮다. 그런데 글자만 알면 뭐하냐?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인 '문해력'을 '실질문맹률'로 치는데, 우리나라 문맹률은 낮지만 실질문맹률은 75%로 OECD 국가 중 제일 높다. 거기에 읽기장애인 난독(難讀)에 잘못 읽는 오독(誤讀)까지 신문맹시대가 도래했다.

전에는 밤을 새워가며 소설을 읽었는데 요즘은 그런 사람이 드물다. 글이 길면 안 읽는다. 소설책 표지만 봐도 '긴 글 공포증'을 앓는다. 문장 이해력이 떨어지니 읽다가 무슨 말인지 몰라 처음으로 되돌아와 다시 읽는다. 같은 글을 읽고도 아는 것이 다르다.

'귀찮게 왜 읽어' 그래서 신문도 안보고 수필도 안 읽고 오로지 이미지와 영상에만 더 익숙해졌다. 현대사회에 살면서 끊임없이 쏟아지는 새로운 정보를 선별하고 편집하기 위해서는 높은 문해력이 필요하다. 읽기 능력이 없으면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다.

일본의 후지하라 가즈히로는 말한다. "앞으로의 사회는 신분이나 권력, 돈에 의한 '계급사회'가 아니라, 독서습관이 있고 없고로 양분되는 '계층사회'가 될 것이다." 읽는 것이 힘, 읽어야 산다.

'윤일광의 원고지로 보는 세상'이 700회를 맞았다. 읽어주시는 모든 독자들에게 감사인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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