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삼우 연출가

이삼우 연출가. /사진= 최대윤 기자
이삼우 연출가. /사진= 최대윤 기자

거제는 '이삼우 보유' 도시
예전에 비해 거제지역의 예술 수준이 많이 나아졌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여전히 거제는 문화예술의 불모지다.

'거제' 하면 떠오르는 수식어는 조선도시와 해양휴양도시 정도로 아직 거제예술이 나아가야 할 길은 멀고 험하다.

하지만 거제는 '이삼우 보유' 도시다. 그동안 전국을 무대로 각종 연극제의 상을 휩쓸며 거제와 거제의 연극을 알려 온 그의 '해적이'는 거제의 연극과 예술을 알리는 영광된 나날로 가득했다.

2007년 창작극 ‘흉가에 볕들어라’로 극단 예도를 경남연극제와 전국연극제 정상에 올린 그는  이어 2009년 ‘거제도’, 2010년 ‘주.인.공(酒.人.空)’, 2012년 ‘선녀씨 이야기’, 2015년 ‘갯골의 여자들’, 2016년 ‘그 사람이 있었습니다’, 2018년 ‘나르는 원더우먼’ 2019년 창작극 ‘꽃을 피게 하는 것은’, 2020년 ‘크라켄을 만난다면’ 등 전국의 각종 연극제에서 각본은 물론 연출과 연기로 이름을 떨쳤던 그다.

올해도 거제가 자랑하는 극단 예도의 상임 연출로 무대를 지켜보고 있는 그는 우리나라 연극계에서 각본과 연출은 물론 연기력과 작품성을 두루 갖춘 연출가로 정평이 나 있다.

이삼우 연출가. /사진= 최대윤 기자
이삼우 연출가. /사진= 최대윤 기자

이제 막 지천명을 넘긴 그의 연극계경력은 30년을 훌쩍 넘어섰다. 시작은 1991년 거제대학을 다니던 당시 주변 지인의 권유를 받고부터다.

부산에서 태어났지만, 장승포초·해성중·해성고·거제대를 다니며 거제를 떠난 적이 없던 그가 생소했던 연극 무대에 오르기까지는 선배들이 사주는 술과 밥이 적잖은 역할을 했단다.

그 시절 선배들이 그에게 제공한 술과 밥은 거제 연극의 미래를 책임지는 것으로 갚아야 할 빚이었을지 모른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30년 전 연극을 한다는 것은 경제적 결핍을 예고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는 고민 끝에 기어이 안정된 삶보다는 험난한 연극의 길을 선택했다.

최근 몇년 동안 그는 거제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사람이 됐다. '거제의 연출가 이삼우'를 찾는 전국의 수많은 무대가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2020년은 밀양문화재단의 창작뮤지컬 '이팝나무 아래에서'의 연출과 경남도민예술단 시·군 순회공연 단체에 예도가 선정되면서 경남 곳곳에서 무대를 지휘했다.

또 지난해에는 김해시 대표 극단인 이루마의 뮤지컬 '당신이 좋아'와 김해문화재단의 창작연극 '불의 전설', MBC 미니시리즈 16부작 '미치지 않고서야' 출연 등 누구보다 분주한 시간을 이어 왔다.

이삼우 연출가. /사진= 최대윤 기자
이삼우 연출가. /사진= 최대윤 기자

예술(藝)의 섬(島)을 만드는 사람들
1989년 창단한 극단 예도는 1991년 '일요일의 불청객'이라는 연극 공연을 시작으로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거제를 대표하는 극단이자 단원 대부분이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이하 거제예총) 거제지회에서 젊음과 패기를 담당하고 있는 연극협회 회원으로 활동하는 곳이다.

지난 30여년 동안 다양한 작품과 도전을 거듭하며 이름 그대로 거제를 '예술(藝)의 섬(島)'으로 만들어 온 예도의 단원 구성은 전업 연기자들이 대다수인 다른 극단과 차별을 둔다.

그도 그럴 것이 예도가 처음 만들어진 1989년 창단 멤버는 학교 선생님, 지역신문 기자, 조선소 노동자였다. 그때나 지금이나 극단 예도의 단원 구성은 사람만 늘었을뿐 크게 달라진 게 없단다.

무엇보다 예도의 특별한 점은 다른 예술단체에 비해 '문턱'이 낮다는데 있다. 왠만한 예술단체는 새로운 구성원을 받아들일 때 전공자나 수상 이력·경력을 따지는 경우가 많지만, 예도는 연극에 대한 열정만 있다면 누구든 함께 할 수 있는 곳이다. 그럼에도 예도에는 국내는 물론 유학파 인재까지 모여든다. 예도의 수준 높은 무대가 연기자를 행복하게 하기 때문이다.

지난 30년 동안 구성원의 수도 큰 변동이 없다. 출산과 육아 그리고 사정상 잠시 다른 지역으로 떠나야 하는 단원들은 회귀성 어류처럼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제자리로 돌아와 빈 곳을 메우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도의 회의시간은 늘 가족 같은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늘 새롭고 창의적인 의견이 오간다.

오는 5월12일과 13일 열리는 연극 '거제도'는 극단 예도의 자유로운 분위기를 잘 반영하고 있다.

원래 이번 공연은 계획에 없던 공연으로 공연장 상주단체 육성지원 사업이다. 무대에 올라갈 작품이 선정되고 얼마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고 이를 지켜보던 단원들이 관객에게 전쟁의 아픔과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는 의견을 내면서 작품을 바꾸게 된 것이다.

특히 모든 배우와 제작진은 재능기부를 약속했으며, 공연 수익금은 전액 우크라이나를 응원하는 기부금으로 전달할 예정이다.

연극 '거제도'의 각본을 만들고 연출을 맡은 그에게도 이번 무대 만큼은 의미가 남다르다.

거제출신 소설가 손영목의 소설을 각색한 작품인 '거제도'는 그가 가장 애정을 갖는 작품이기도 하지만 이 무대가 이야기하는 평화의 마음이 나비효과가 되어 누군가에게 용기와 희망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각성의 시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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