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복 조선5사 협력사연합회 회장

김수복 조선5사 협력사연합회 회장. /사진=최대윤 기자
김수복 조선5사 협력사연합회 회장. /사진=최대윤 기자

오랜 수주 가뭄의 끝에 우리나라 조선산업이 수주 회복기로 전환되고 있음에도 지역 조선업계의 근심은 여전하다.

계속된 조선업계의 구조조정 속에 지난 10년 동안 빠져나간 조선소 전문인력을 다시 충원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거제지역을 비롯한 조선소 인력은 구조조정 이후 건설업이나 육상 플랜트 등 다른 업종으로 대거 빠져나가며 반토막이 난 상태다. 여기다 인력을 구하지 못한 조선소 협력사는 원청으로부터 배정받은 물량을 반납하는 사례까지 생기는 등 조선산업의 생산력까지 위협받는 상황까지 도달했다.

수주 가뭄이 이어졌던 과거보다 수주를 받고도 정작 일할 사람이 없는 미래가 더 암울한 시절, 삼성중공업(주) 협력사협의회장에 그가 돌아왔다.

지난 2월1일 추대된 그는 삼성중공업(주) 협력사협의회장만 13년(7선), 조선5사(삼성·현대·대우·미포·삼호) 협력사연합회 회장을 7년(4선)째 이어가고 있는 김수복 조선5사 협력사연합회 회장이다.

지난 84년부터 조선업에 발을 들여놓은 그는 32살에 협력회사(척추산업)를 설립해 29년 동안 거제지역 조선산업 현장을 지키고 있는 산증인이기도 하다.

그는 조선 인력 수급 골든타임은 이미 지나갔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번 그가 삼성중공업(주) 협력사협의회장으로 돌아오게 된 배경은 협력사의 입장을 올바르게 대변할 인물로 평가받고 있어서다.

김수복 조선5사 협력사연합회 회장. /사진=최대윤 기자
김수복 조선5사 협력사연합회 회장. /사진=최대윤 기자

조선소가 다시 일어나려면…

그는 불과 4~5년 전까지만 해도 거제지역 조선소 현장에선 원하는 인력을 선별해 투입했지만 최근에는 조선소 전문인력은 고사하고 보조 인력을 구하기도 힘든 실정이라고 했다.

조선소 전문인력이 구조조정 이후 50대 중후반의 고급인력 희망퇴직이 이어졌고, 그나마 남은 숙련공들도 건설업이나 육상 플랜트 등 다른 업종으로 대거 빠져나간 것도 문제지만 현재는 워낙 임금이 낮다 보니 실업자가 늘어도 조선소 협력업체 취업을 희망하는 인력은 없단다.

더구나 한 번 조선소와 거제를 떠났던 기능인력들은 저임금, 고강도의 노동, 고용불안 등 3D업종에 포함되는 조선소 협력업체로 돌아가는 것을 거부하는 실정이다.

그는 거제를 떠난 숙련공들에게 다시 거제에서 일하자고 말해보기도 했지만, 거제에 가서 최저 임금 수준을 받을 바엔 차라리 음식배달이나 대리운전업에 종사하는 편이 더 났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했다.

조선사 협력사 대표들의 사정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그는 현재 거제지역의 조선사 협력사를 몇 년 운영하면 돈을 벌기보다는 수십억의 빚을 지고 떠나가야 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는 원청사인 조선사와 협력사의 불공정한 계약 관행이 가장 큰 문제인데 원청사의 경우 필요에 따라 계약 없이 협력사에 작업을 요구하고 임금 정산 때에는 조선사에 유리한 조건에 맞춰 계약서를 작성하는 불공정 계약의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으로 원청사가 지급한 임금을 산출해 보면 최저임금 수준 정도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김수복 조선5사 협력사연합회 회장. /사진=최대윤 기자
김수복 조선5사 협력사연합회 회장. /사진=최대윤 기자

풀어서 말하면 원청사인 조선사가 고가 수주를 하든 저가 수주를 하든 이미 협력사에 지급할  돈은 정해져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특히 공정거래위원회는 수년 전 대기업 조선 3사의 불공정한 계약 관행에 대해 징계를 내린 사례까지 있지만 조선사는 가중 처벌 없이 벌금만 내면 그만인 솜방망이 처벌만 받다 보니 악순환의 고리가 끊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정부의 주 52시간 근로제의 시행도 조선업계 숙련공들이 현장을 떠나는 원인 중 하나라고 했다. 추가 근무가 가능했던 과거에는 잔업수당이 상당했던 만큼 노동 강도가 세도 일을 배우겠다는 사람이 많았는데 지금은 주 52시간제 때문에 벌이가 줄면서 예전에 비해 낮은 임금을 받는 탓에 숙련공들이 빠져나가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그는 최근 정부가 조선업종에 E7(특정활동비자·전문인력비자) 외국인 근로자를 도입해 조선소 인력의 공백을 메운다는 계획도 반대한다고 했다.

외국인들을 고용해 당장 급한 불을 끄겠다는 생각은 현재 거제지역 조선소 노동자의 임금이 이 정도 수준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외국인 노동자의 인력에 기대다 보면  국내 조선산업의 미래는 지금보다 더 심각한 상황으로 갈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그는 "삼성중공업(주) 협력사협의회나 조선5사 협력사연합회는 조선사에 맞서는 압력단체가 아니라 협력사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단체"라면서 "거제지역 조선산업 부활을 위한 인력 수급을 위한 골든타임은 이미 놓쳤지만, 지금이라도 숙련공이 열심히 일해서 더 많은 돈을 벌게 만드는 구조를 만들고 원청사와 협력사의 불공정한 계약 관행 등의 구조를 쇄신하지 않으면 미래 대한민국 조선산업의 미래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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