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진국 거제공증사무소 변호사
석진국 거제공증사무소 변호사

시골집에 산지 어언 10년이 되어간다. 거제에서 공증사무소를 한지도 이제 11년, 시골에 살고 싶은 꿈이 이뤄지고 나서 바로 닭을 키우기 시작해, 여러 가지 소동을 거친 후에 이제는 닭장이 좀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어디에도 안정적인 삶은 없다. 땅에서는 쥐들이 구멍을 뚫고 하늘에는 매가 날아다니며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가장 무서운 적은 족제비, 귀여운 외모에 비해 포악·잔인해 닭의 목을 물어 죽인다. 그래도 닭장에 족제비는 침입하지 못하도록 튼튼하게 막았고, 풀어놓을 때도 매를 조심해 오래 두지는 않는다.

자연 상태에서 30년을 산다고 하는 닭이지만 천수를 누린 놈은 하나도 없다. 가장 오래된 한 놈이 얼마전 매에 잡혀 죽었다. 암탉은 정조를 지킨다. 오로지 대장 한 놈에게만 허락하든지 자기 파트너에게만 허락한다. 반면에 수탉은 15마리쯤 암탉을 거느린다. 그리고 수탉끼리의 혈투는 정말 대단하다.

진돗개 한 마리를 구해 앞에 있는 섬 이름을 따서 이름 지은 산달이가 심장 사상충에 걸려 저세상으로 가고, 다시 진돗개 한 마리를 데려왔다. 동네를 떠돌아다니다가 우리 집에 정착한 고라니 새끼처럼 생긴 작은 개와 함께 우리 집을 든든하게 지키고 있다. 알아보는 사람이 호주산 딩고라고 한다.

누가 버렸는지 잃어버렸는지는 모르지만 동네를 돌아다니며 굶주리고 지친 놈을 데려와서 편하게 살도록 해주고나니 볼 때마다 마음이 흐뭇하다. 유기견들을 돌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됐다.

비록 여러 마리를 돌보지는 못하지만 내 눈에 보이는 나와 인연이 있는 작은 개 한 마리, 야콩이라고 이름을 지었다. 작은 개·야콩·들콩. 데레사 수녀가 말했다. 우리가 어떤 위대한 일을 하기는 힘들다. 다만 위대한 사랑으로 작은 일을 할 수는 있다.

휴게실로 쓰고 있는 비닐하우스에 쥐가 끓기 시작해 김해 천문대 근처에서 공수해온 호돌이, 처음 키워본 고양이인데 순하고 젊잖기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런데 갑자기 밥을 먹지 않아서 급히 동물병원에 데려가니 신장이 완전히 망가져 회복불능이란다. 아마도 동네에 사는 독한 할미가 쥐약을 놓았나 보다.

그렇게 신사 호돌이를 저세상으로 보내고 얼마지나니 쥐들이 다시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여기저기 사람들에게 고양이를 구한다고 알렸더니 이웃 아주머니가 이 동네에 갓난 새끼들과 함께 고양이를 집채로 버렸다고 해서 이게 웬 행운이야 하며 통째로 가져와 애지중지 기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두어 달이 지나서 이중 실한 놈 하나를 골라 키우려고 도와주는 형과 같이 잡았는데 아! 이놈이 너무나 세어서 손등을 물고 놓아주지 않는다. 피를 철철 흘려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일요일 병원 응급실에 가서 치료를 받았다. 그렇게 배신감을 곱씹으며 한 달쯤 지나니 아! 이놈들이 멀리멀리 사라진줄 알았는데 집 입구, 나무를 쌓아둔 곳을 아지트 삼아 어미와 새끼들이 들락날락 했다.

그래도 옛정을 잊지 못하고 산 생명이니 어떡하나! 먹이를 조금씩 주다 보니 새끼들은 다 흩어지고 어미가 어느새 휴게실로 들어와서 살고 있다. 이런 우여곡절이 또 있을까?

아무튼 내가 호순이와 같이 사는 내력과 경위는 이러하다. 인간만사가 생각대로 되지는 않는다. 하물며 생물, 살아있는 동물과 관련되어서는 더욱 그렇다. 한편으로는 그렇게 생각대로 안 되니 얼마나 좋은가! 의외의 행운은 도처에 널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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