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현 노무법인 승인 대표
김정현 노무법인 승인 대표

조선소 근로자가 업무상 질병으로 유족보상까지 인정된 사례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조선소 용접근로자는 용접흄·분진에 노출돼 만성폐쇄성폐질환이 발병할 수 있는 질병이지만 아직까지 조선소 근로자의 직업병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근골격계 외에 폐질환이 직업병으로 인정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습니다.

이번 조선소 승인사례는 근로자는 미성년자인 16세부터 25년 이상 조선소 용접공으로 근무했습니다. 호흡기가 미성숙한 어린나이부터 용접업무를 수행했으며, 근로자가 용접을 시작한 1970년대는 마스크가 보급되지 않아 작업시 마스크를 아예 착용하지 않다가 1990년 중반에 이르러서야 마스크가 일부 보급됐습니다.

업무가 종료돼 퇴근할 즈음에는 입 주위가 까만 먼지로 덮여 있을 정도로 기능면에서 일반 면 마스크보다 성능이 떨어져 작업자들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근무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작업이 끝난 후에는 잦은 기침에 시달렸다고 진술했습니다.

근로자는 사건을 진행되기 5년 전부터 숨이 차면서 폐가 안좋은 것이 담배 때문이라는 생각에 4년 전부터 금연했지만 계속 숨이 차서 병원에 내원해 만성폐쇄성폐질환이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이후 벤토린과 약을 처방받았으나 점차 악화돼 1년 전부터는 재택산소요법으로 산소흡입 없이는 호흡부전으로 일상생활조차 할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면담중에도 대화를 하다가 숨이 차 힘들어 했습니다.

근로자의 진술과 조선소 용접작업에서 발생되는 만성폐쇄성폐질환 유발물질은 용접흄 및 유해가스이며, 용접흄은 화학적 성분을 동반해 인체에 흡입, 이로 인해 직접적으로 기도상피에 화학적 손상을 초래해 만성폐쇄성폐질환을 유발 수 있다는 연구자료를 토태로 용접근로자의 만성폐쇄성폐질환은 업무상질병으로 인정해달라고 근로복지공단 통영지사에 요양신청서를 제출했습니다.

이후 절차를 진행하던 도중 폐렴으로 사망해 직업병 인정과 동시에 유족보상을 인정해달라는 취지로 서류를 보완해 다시 접수했습니다.

용접근로자와 만성폐쇄성폐질환이 업무와 관련성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근로복지공단은 직업환경연구원이라는 곳에 전문조사를 의뢰했습니다.

심의결과 '여러 조선소에서 용접공으로 근무하면서 장기간 용접흄에 노출될 경우 직업성 만성폐쇄성폐질환과 같은 폐쇄성 환기장애가 동반될 수 있으며, 일단 폐렴의 경과에도 영향을 미쳐 용접흄이 직접적인 사망원인이 폐렴으로 인한 사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고 판단해 망인의 만성폐쇄성폐질환에 대해 직업병으로 인정받으면서 유족보상까지 인정받았습니다.

이 승인사건은 접수 후 근무력 조사와 사업장 조사, 질병판정위원회 결과가 회신되기까지 2년 반 정도가 걸렸습니다. 진행중 근로자가 사망해 진술을 뒷받침 할 수 있는 면담은 진행할 수 없어 어려움이 있었으나 업무 관련성을 인정받아 사망전 휴업급여 및 유족급여 승인을 이끌어내게 됐습니다.

이 사례처럼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했고 상당한 기간이 지난 후 당시 근무 환경·이력 등을 근로자가 입증하기란 어려움이 많고 근로자의 진술 이외에도 진술을 뒷받침하는 문헌·연구자료가 중요하지만 근로자가 직접 공단의 요청사항을 대응하기란 쉽지가 않습니다.

이번 계기로 만성폐쇄성폐질환이 직업병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인식과 조선소 근로자의 직업병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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