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현 노무법인 승인 대표
김정현 노무법인 승인 대표

퇴행성질병으로 흔히 알고 있는 파킨슨병이 조선소 용접근로자에게 직업병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사례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파킨슨이란 퇴행성 뇌질환으로 흔히 손떨림 증상이 오며, 보행시 한쪽 팔을 덜 흔들게 되는 모습이 보입니다. 파킨슨병은 아주 서서히 시작돼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정확히 알기 어렵고, 수년전부터 떨림·근육강직 등의 증상을 호소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파킨스병은 나이가 들면서 올 수 있는 질병으로 여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산재로 인정될 수 있다는 사실 조차 모르는 분들이 많습니다.

재해자는 1980년부터 2019년까지 거제지역 조선소에서 약 37년간 일했습니다. 재해자는 선박 건조 과정중 취부·용접업무를 해오다 2017년경 무후각증·위장관장애·불명증·우울증 등의 정신계통의 증상을 호소해오다 2019년부터 다리절음과 자세불안정 등의 증상으로 A대학교병원에서 '파킨슨병'을 진단받았습니다.

재해자는 실내에서 작업을 했으며, 선박 내부구조 특성상 좁고 환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조선소 취부·용접의 특성상 작업중 금속흄·분진·유해가스·유개강선 등에 노출되며, 이때 발생하는 용접흄은 산화철·납·크롭·니켈·알루미늄·망간 등의 금속 성분들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중에서 파킨슨병의 유발물질로 망간이 지목되고 있습니다.

용접근로자는 용접작업중 용접흄의 성분중 망간을 호흡기관을 통해 몸속으로 들어오게 되고 1차 표적기관인 뇌와 중추신경계에서 분해되며, 이곳에서 분해된 망간 독성에 의해 파킨슨병이 일어나게 됩니다.

이에 노무법인은 용접작업의 특성상 밀폐된 공간에서 혼합작업이 혼재돼 고농도의 용접흄에 노출되며, 특히 파킨슨병의 유발물질인 망간이 허용기준을 초과할 정도의 많은 양이 노출된다는 것을 입증했습니다.

재해자의 업무상 질병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근로복지공단에서는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 역학조사를 의뢰했습니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B조선소측에 작업환경측정결과표를 요청했고, 해당 사업장에서는 2000년부터 2019년의 자료를 제출했습니다. 확인결과 2000년부터 2007년 사이 망간 노출값은 노출기준을 초과했고, 2008년 이후부터 노출기준을 초과하는 값이 줄어들긴 했으나 노출기준에 가까운 값을 보였습니다.

또 2000년 이전자료는 확인할 수 없어 관련 문헌을 참고했으며, 재해자가 근무했던 시기의 망간은 고농도로 노출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특히 이산화탄소 용접 작업의 경우 망간의 주된 노출경로는 망간을 포함하고 있는 용접봉이며, 과거 용접작업시 국소배기장치가 제한적으로 사용되거나 멀리 있을 경우 배기가 효과적이지 못해 망간 노출에 취약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최종적으로 재해자의 파키슨병은 장기간 밀폐된 곳에서 고농도의 망간에 노출돼 발병한 것으로 업무관련성의 과학적 근거가 높은 것으로 판단해 직업병으로 인정받았습니다.

근로복지공단에 신청해 결과가 나오기까지 1년 8개월의 시간이 소요됐으며, 공단 담당자의 재해사실 확인,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역학조사,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심의라는 까다로운 절차를 걸쳐 A조선소 근로자의 파킨슨병을 직업병으로 인정받았습니다.

조선소 직업병중에 파킨슨병이 인정된다는 것을 모르는 경우가 대다수며, 이번 계기로 조선소 근로자의 근무환경 개선 및 조선소 직업병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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