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서울에서 가족들과 근포 땅굴을 방문했던 A씨. 아이가 1941년 일본인들이 포진지를 만들기 위해 한국사람을 동원해 팠다는 근포땅굴 탐방을 원해 이곳을 찾았지만 대기줄이 너무 길었다. 인생샷을 촬영하는 사람들로 인해 50여분 기다렸고, 겨우 동굴 입구에서 사진 몇장 찍고 동굴 탐방은 포기한 채 서성이다 돌아왔다.

실루엣 사진촬영 장소로 유명한 2·3동굴은 촬영지로 지정하고, 1동굴은 동굴 탐방만을 할 수 있도록 배려했으면 충분한 역사탐방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아쉬움이 남았다. 특히 동굴 안쪽이 너무 어두워 아무것도 볼 수 없었던 것이 더 안타까웠다.

지난 14일 친구들과 인생샷을 찍기 위해 근포땅굴을 찾았던 B씨. 다들 앞팀을 잘 만나야 빨리 촬영할 수 있다고 했다. 기다리는 사람을 위해 한팀당 5분은 넘지 말아 달라는 남부면사무소의 안내 표지판이 있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앞팀 여성들이 옷을 갈아 입어가며 촬영하는 바람에 시간이 지체돼 짜증이 났다.

무더위에 1시간여를 기다려 2∼3컷을 겨우 찍고 바로 돌아 나왔다. 일본인이 한국사람을 강제동원해 정과 망치로만 정교하게 팠다고 하는 땅굴 내부는 정작 구경도 못한게 아쉬웠다.

명사해수욕장에서 저구마을을 지나 근포마을로 가다가 갈라지는 길가에 근포땅굴 이정표가 나온다. 해안선을 따라 걷다 보면 그 끝에 근포땅굴 5개가 나온다. 굴은 가로·높이 각 3m·길이 20m 정사각형 모양이다.

형태가 완전한 1·2땅굴은 서로 통하게 돼 H자 모양이다. 굴 하나는 파다가 멈춘 상태고 또 하나는 무너져 있다. 또 해안절벽을 따라 50여m 돌아가면 다른 굴보다 좁고 40여m가 더 긴 굴 하나가 더 있다.

조정환 근포이장에 따르면 주차관리를 하는 사람은 따로 없지만 주말·휴일은 200여대가 주차하고 평일은 100여대가 주차한다.

일본사람들이 포진지로 사용한다고 한국사람들을 동원해 팠지만 지금은 인생샷 촬영 장소로 인기를 많이 끈다. 하지만 더운 여름에 길게 줄을 서 기다리는 모습이 안쓰럽다.

햇빛 가림막이라도 설치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비가 와도 신발이 젖지 않도록 바닥에 자갈을 깔아 주었으면 더 좋겠다. 사진촬영보다 동굴 탐방을 원하는 관광객들을 위해 땅굴 1개 정도는 굴 안쪽에 조명을 설치해 안전사고를 예방했으면 한다.

시 관광기반팀 관계자에 따르면 근포땅굴은 지난해 관광자원화 계획을 세워 볼거리와 사진 찍는 장소 등을 개발했다.

땅굴 앞 화장실은 10월경 완공예정이고, 땅굴 앞에서 10∼15m 가량 그늘막도 올 10월에 완공예정이다. 내년에는 2단계 관광자원화 계획으로 땅굴과 그늘막 아래 포장공사도 예정돼 있다. 관광객들의 혼잡을 피할 수 있는 방안도 강구하겠다고 했다.

인생샷을 찍겠다며 기다리는 관광객들은 동굴탐방을 위해 지나가는 사람을 막기도 한다. 이로 인해 서로 마찰이 발생해 동굴탐방객들이 탐방을 포기하기도 한다.

SNS 등으로 알려져 여행코스로 자리매김한 근포땅굴인 만큼 여행각들을 위해 임시 햇빛가림막과 땅굴내 조명을 설치해주기 바란다. 아울러 5개 땅굴중 1곳이라도 동굴탐방객만을 위한 곳으로 지정해 관광객들의 마찰을 없애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