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신고에 황당 답변

태풍 타파가 거제를 내습한 지난 4일. 많은 비로 인해 연초면 소오비마을의 한 주택 근처에 있는 5m 옹벽 위 토사가 흘러내렸다.

이로 인해 이곳에 세워져 있던 전신주가 기울어지면서 금방이라도 넘어질 것 같은 위태로움을 발견한 최길용(48·연초면)씨.

흙이 무너져내리는 것이 원인이라고 생각하고 거제시청에 신고를 했다. 인근 산의 흙이 무너져 내린 것은 시청 소관이니 그것만 신고를 접수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신주는 한국전력공사로 신고를 하라고 했다.

이에 신고를 받고 현장에 도착한 한국전력공사 직원은 전신주의 사용처가 통신용 케이블을 위한 것이니 통신사로 접수해 달라고 하며 그냥 가버렸다.

올레KT·SK텔레콤·LG유플러스 등 통신3사에 차례로 신고를 했더니 자사가 관리하는 곳이 아니라며 유선방송사로 접수하라고 했다. 다시 유선방송사로 문의를 했고 역시나 자사 관리가 아니란 대답 뿐이었다.

피해신고 전화를 시작한지 3시간이 훌쩍 넘었다. 전선인지 통신선인지는 몰라도 수십 가닥의 선들이 연결된 전신주가 눈앞에서 넘어지고 있는데도 신고조차도 받아주는 곳이 없었다.

다들 자사 관할이 아니라는 대답만 메아리로 돌아왔다. 신고한 사람이 무색할 정도였다. 관할 떠넘기기의 진수를 맛본 것 같아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올해 발생한 10개의 태풍 중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 태풍은 타파·미탁·링링 등 3개.

태풍을 전후해 '재난·재해발생이 예상되거나 재난·재해가 발생되었을 때에는 상황을 신속·정확히 신고해 인명이나 재산피해가 최소화 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노력합시다' 라는 안내를 TV 등 각종 언론매체, 동사무소 등을 통해 귀가 따갑도록 들어왔다.

하지만 막상 무너져 내리는 피해현장을 보고 시민들은 발을 구르며 신고를 하지만, 관할 관청이 명확하지 않는 것은 신고처 조차도 찾을 수가 없다.

행정안전부는 국민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발견하는 안전 위험요인을 신고하면 해결하는 시스템인 '안전신문고 앱'을 설치해 PC 또는 스마트폰으로 언제라도 신고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못하는 시골에 계신 연세 많은 어르신들에게는 무용지물이다.

전기선이 아닐 경우 선을 끊어버리면 통신사 또는 유선방송사 등 불통되는 관할사가 알아서 처리할 것이지만 답답하기만 했다.

문제의 재난신고는 토사가 무너져 그곳에 박혀있던 전봇대가 넘어가고 있으니 당연히 토사가 무너지는 것에 초점을 맞춰 시청에 신고를 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최초 신고전화를 받은 시청에서 피해사례를 접수하고 해당 관할청과 연계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신고도 총괄하고 연계해 문제를 해결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4분의 심정지 골든타임이 있듯이 사고신고·접수도 골든타임이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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