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태 편집국장
백승태 편집국장

사업을 하거나 큰일을 도모하다보면 망하거나 실패하기도 한다. 실수나 준비부족, 불가항력적인 난관에 막혀 원하지 않지만 어쩔 수 없는 경우도 발생한다. 개인도 그렇고 회사나 대규모 단체도 그렇고 목숨이 걸린 전쟁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러기에 '승패는 병가지상사(兵家之常事)'란 말까지 나왔다.

중국 당나라 헌종 때 오원제라는 장수가 변방에서 반란을 일으키자 국력이 쇠약해 진압할 힘이 부족해진 당나라 신하들은 오원제를 사면하고 절도사에 임명하고 변방을 다스리게 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그러나 헌종은 이를 거부하고 장수를 시켜 진압하게 했다.

하지만 진압군이 반란군에 패배하자 신하들은 전쟁을 끝내자고 청했으나 헌종은 "이기고 지는 것은 병가에서 항상 있는 일이다(一勝一負, 兵家常事)"며 강경하게 말하고 재차 군사를 일으켜 진압에 성공했다는 헌종의 이야기에서 '승패병가지상사'가 유래됐다고 전해진다.

싸움을 여러 번 하다보면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는데 한번 졌다고 포기해버린다면 큰 대의를 이룰 수 없으므로 큰 뜻을 이루기 위해서는 한 두 번의 작은 승패에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었다. 실수나 실패 없이 살아가기란 거의 불가능 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러나 '병가지상사'란 고사가 내 자신의 이익과 목적을 위해 이용되거나, 자신에게만 너그러운 관용과 자비가 돼서는 안 된다. 실패를 했다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합리적 이유가 있어야 한다. 실패를 두려워해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면 그 또한 더 큰 실패를 초래하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위험성과 불확실성 속에 미래를 위한 일을 어찌 다 내다볼 수 있겠냐마는 개인의 부패의 사익이 가미된다면 응당의 책임 또한 져야 한다.

누구나 실수는 하기 마련이고, 한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큰일을 그르치기도 한다. 때론 의도하지 않은 실수로 인해 타인에게 치명적인 해를 입히기도 하고, 실수가 정도를 넘어 범죄가 되기도 한다. 대부분 의도하지 않은 작은 실수에 대해서는 '한번 실수는 병가지상사'라며 위로와 격려를 통해 실수가 반복되지 않도록 도움을 주고, 용기를 북돋아 주기도 한다.

실수 한 당사자는 잘못을 되돌아보고 가능하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노력해 더 큰 성공으로 보답하면 작은 실수는 오히려 약이 되기도 한다. 실수를 인지하고 이를 극복하는 과정을 통해 한 단계 더 성장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실수도 윤리와 정당성을 기반으로 해야 용서가 된다.

부정이나 사익이 개입되면 지탄의 대상이 된다. 한 조직의 구성원으로서 저지르는 실수 역시 개인의 실수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실수로 인해 미치는 파장 때문에 실수로 치부되기 어려운 영역도 존재한다. 특히 공적인 영역에서 벌어지는 실수는 비록 의도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에 따른 책임과 파장이 개인의 영역보다는 더 크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최근 거제시가 2013년부터 상문동에 추진했던 화물차 공영차고지 조성계획을 전면 백지화하고 사업 대상지를 장평고개 인근으로 옮겨 규모 또한 축소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전임시장이 추진했던 상문동 차고지 조성계획이 현실성이 없을 뿐더러 교통문제 등 또다른 문제점을 야기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석산개발로 치부되면서 행정이 '돌장사'를 하려한다는 여론의 비아냥도 계획 수정의 한 이유로 여겨진다.

잘못된 계획이고 가지 말아야 할 길이라면 과감히 버리고 돌아가거나 새 길을 개척하는 것이 진정한 용기다. 그러나 이 사업을 수년동안 추진하면서 막대한 행정력과 4억원에 달하는 예산이 낭비됐다. 행정의 잘못으로 시민들이 피해를 보게 된 것이다. '병가지상사'라 할지라도,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추진했던 계획이 사익이나 정치적 치적을 위한 일이 아니었는지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병가지상사란 말을 관용이란 뜻으로 오해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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